5. 당신이 나중에 타게 될 휠체어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요?
아, 이것은 펫모차입니다.
당신이 언젠가 나이가 들면 타게 될
휠체어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요?
녀석의 뒷다리힘이 빠지게 되면서 점차 스스로 걷는 것이 어려워졌다. 당장은 녀석을 안고 나갔지만 6-7kg에 육박하는 녀석을 계속 안고 있기란 힘에 부치는 일이었다. 그리고 막상 바닥에 내려주어도 걷질 못하니 멍하니 그 자리에 있었다. 이런 우리에게 펫모차는 필수불가결한 것이었고 그 후 나는 펫모차를 두세 번 바꾸며 지금까지 매일 사용하고 있다. 하루에 적어도 두 번의 산책을 나가는데 하나는 높이가 높은 편이고 하나는 좀 낮은 편으로 각각 장단점이 있다. 낮은 것은 바닥과 가까워 강아지가 직접 걷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 같고 높이가 높은 것은 낮은 것에 비해 아늑하고 강아지가 멀리 내다볼 수 있다.
처음에 녀석이 걷던 때에는 펫모차를 사용하는 분들을 보면 나 스스로도 어색하게 느껴지고 꼭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그러나 내가 펫모차 없이는 살 수 없게 된 지금, 깨닫게 된 것이 ‘개인적 경험을 뛰어넘어 생각을 확장하는 것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저 사람이 왜 저럴까”하며 스스로 만든 '보통'이라는 범주에서 판단하게 된다.
‘펫모차’란 이름도 사실 최근에서야 알게 됐다. 강아지 유모차라고 부르며 유모차라 부르는 게 맞나 고민하기도 했다. 강아지가 탔으니 유모차는 아닌 것 같고 애매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온라인 쇼핑몰에서 펫모차라 부르는 것을 알게 되고 옳거니 했다. 강아지만 타는 것이 아니라 산책을 하고 싶지만 몸이 불편한 동물친구들이 타는 것이니까.
이 펫모차를 끌고 밖에 나가서 겪은 일화 중 대부분은 이런 펫모차에 탄 녀석을, 아니 그런 녀석을 펫모차에 데리고 나온 나를 불편해하는 사람들의 분노나 탄식의 표출과 관련된 것들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담담해졌지만 사실 너무 힘들었고 여전히 힘들다. 튀고 싶지 않고 주목받기 싫어하는 성향이라 괴롭다. 그저 사람들로부터 멀찍이 돌아서 간다. 근데 언제부턴가 이렇게 방향을 바꿔 걸어가며 나도 모르게 나지막이 속사포처럼 읊조리는 것이었다.
"아, 이것은 펫모차입니다. 당신이 언젠가 나이 들면 타게 될 휠체어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요?"
나이가 많고 걷지 못해 태웠다는 길고 변명 같은 말을 늘어놓기는 싫고 나는 그저 펫모차에서 즐겁게 자신의 산책권를 즐기고 있는 녀석의 순수한 뒤통수를 보며 법정에서 배심원에게 호소하는 변호사가 되는 것이었다.
사람들의 시선 따위 생각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 이때를 돌아봤을 때 이렇게라도 함께 한 녀석과의 산책이 너무나 맞았고 소중한 기억일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오늘도 이 마음 하나로 녀석을 펫모차에 태워 어느 코스로 돌고 올까 고민하며 녀석에게 최고의 드라이버가 되어 주기로 한다. 나의 유일한 승객께서 오늘 코스를 마음에 들어 해 주시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