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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가자

돌아오자

by 은연주



제발.

나를 그만 괴롭혀줘 길동아….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힘들어서 죽을 것 같아..

내일 기일을 앞두고 오늘 나는 술을 많이 마셨고

지금은 조금 취한 것 같아.

오빠 그거 알지. 나 원래 술 잘 못해서 와인 한두 잔 가볍게 즐기는 정도였잖아.

근데 이제 깡소주가 그렇게 잘 넘어가더라. 그리곤 속이 울렁거리면 일부러 손가락을 목 끝에 넣어서 토하는 새 습관이 생겼어.


그래도 서글픈 타지살이에 나랑 같이 술 마셔줄 동기 두 명 정도는 있어서 다행이야.

새로 사귄 친구랍시고 걔네 앞에서 자꾸 미혼인 척 연기하는 나는 너무 초라해 보여.


도망가고 싶어.

그냥 이 모든 걸 뒤로 하고 떠나고 싶어.

힘들어 나 혼자서 견디는 게.

일에 매달리는 내 모습이 가끔씩 조금은 안쓰러워.

이제 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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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