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 짓는 은용이 Feb 04. 2021

참고 문헌··· 지읒에서 히읗

설거지하며 생각한 것 6

 씁니다. 꾸준히. 읽고. 달리 할 줄 아는 게 없으니 어쩌겠습니까. 진득이 써 나가는 힘 길러야죠. 책에 기대어. 깊이 생각하고 넓게 취재하며.

 좋은 책 내 주시는 여러 글 짓는 이께 고맙습니다.


 가나다순으로. 지읒에서 히읗까지. ‘R’과 ‘4’도 함께.


정아은, <당신이 집에서 논다는 거짓말>, 천년의상상, 2020.

 꼬박꼬박 수입을 가져오는 남편과 그렇지 않은 나 사이에 있었던 미묘한 알력, 남편이 나의 지출 행위에 못마땅해 하는 기색을 보이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서러워했던 밤, ‘더럽고 치사해서 내가 내일부터 돈 벌러 나간다’ 결심하며 불끈 주먹을 쥐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중략······평소와 다른 특별 지출이 생길 경우 변명하듯 용처를 설명하면서 얼마나 굴욕감을 느꼈던가. 얼마나 떨렸던가.······중략······윗사람에게 결재받는 느낌. 누군가의 의지에 내 안위가 걸려 있다는 느낌. 스멀스멀 산재해 있던 그 음산한 느낌을 떠올리며 나는 연신 몸을 떨었다(57쪽).

 다른 이들은 정년이면 맞는 퇴직이 주부에게는 언제 오는가. 주부는 그런 것 없이 평생 일해야 하나. 그건 너무 불공평하지 않은가(69쪽).

 뉴스에 발표되는 국민총생산, 주가지수, 실업률 같은 경제지수들에 먹이고, 입히고, 숙제를 봐주고, 어린이와 노인을 보살피는 돌봄 노동은 포함되지 않는다. 그것은 공식적인 경제 밖에 있는 외부의 어떤 것으로 취급된다(105쪽).


정희진, 김고연주, 박선영, <소녀,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라>, 우리학교, 2017.

 박선영. “저는 분노했습니다. 왜 소녀들에게 엄마가 되는 일에 대해 가르치지 않을까. 이토록 치명적인 함정을 그대로 두고 네 꿈을 펼치라는 말만 할까(59쪽).”

 이유나. “이갈리아 유치원의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무엇인가를 설명할 때 ‘한(han, 그)’ 또는 ‘혼(hon, 그녀)’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성별을 알 수 없는 ‘헨(hen)’이란 말을 사용합니다. 이곳의 아이들은 소년, 소녀가 아니라 모두가 ‘친구’라고 불리지요(156쪽).”


정희진, 전희경, 정춘숙, 강김아리, 김효선, 박이은경, 정미례, <성폭력을 다시 쓴다>, 한울, 2018.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섹스는 결코 사생활이 아니다. 여성의 몸, 여성의 섹슈얼리티는 여성 자신의 것으로 간주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부모들은 아들의 혼전 섹스와 달리, 딸의 혼전 섹스에 대해서는 민감하다 못해 금지 명령권 및 금지 집행권까지 가지고 있다(125쪽).


정희진, <페미니즘의 도전>, 교양인, 2017.

 “남성이 여성주의자가 되는 것은 자기 존재를 상대화해야 하는, 자신을 후원하는 ‘아버지’를 버려야 하는, 매일매일 보이지 않는 (가사) 노동을 감당해야 하는 힘든 일이다. 그야말로 존재의 전이인 것이다(49쪽).”

 가사(家事). 집안일. 표준국어대사전이 ‘가사’를 ‘한 집안의 사사로운 일’ — 공적(公的)이 아닌 개인 일 ― 로 여긴 게 껄끄럽되 잠깐 접어둔 채 곰곰 살펴본들, 나는 뭐 하나 제대로인 게 없는 성싶다. 기껏해야 설거지요 마지못한 걸레질에 시켜야 하는 화장실 닦기에 지나지 않았네. 무거운 물건 조금 옮기며 귀찮다 투덜대고 모아 둔 쓰레기 나눠 내놓는 것쯤에 생색은 또 엄청났지.


제인 오스틴, 윤지관·전승희 옮김, <오만과 편견>, 민음사, 2003.

 ‘콜린스 씨, 결혼을 해야 하네. 자네 같은 성직자는 당연히 결혼을 해야지. 신붓감을 잘 고르게. 나를 위해서 양갓집 규수를 고르게. 그리고 자네를 위해서는 일 잘하고 유능한 여자, 너무 고상하지 않고 작은 수입으로도 살림을 잘 꾸릴 수 있는 여자여야겠지. 이것이 내 충고야. 그런 여자를 될 수 있는 한 빨리 구해서 헌스퍼드로 데리고 오게, 그러면 내가 만나러 갈 테니(153쪽).’


제임스 도슨, 스파이크 제럴 그림, 방미정 옮김, <소년이 된다는 것>, 봄나무, 2017.

 얘들아, 그냥 친구처럼 여자를 대해. 외계 종족이 아니잖아. 남자애들처럼 대화를 해. 우리 모두는 다 똑같아(35쪽).

 상대가 헤어지길 원한다면 보내 줘야 해. 마음을 돌려.······중략······어떻게 되었든 구걸은 하지 마(169쪽)!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민음사, 2016.

 전업주부가 된 후, 김지영 씨는 ‘살림’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가 이중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때로는 ‘집에서 논다’고 난이도를 후려 깎고, 때로는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고 떠받들면서 좀처럼 비용으로 환산하려 하지 않는다. 값이 매겨지는 순간, 누군가는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겠지(149쪽).


조남주, 최은영, 김이설, 최정화, 손보미, 구병모, 김성중, <현남 오빠에게>, 다산책방, 2017.

 완전히 저를 오빠 인생의 부속품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저도 제 인생이 있습니다(36쪽).

 저는 제 인생을 살고 싶고 너랑 결혼하기 싫은 겁니다(38쪽).


조주은, <기획된 가족>, 서해문집, 2012.

 고립된 집에서 무보수로 단순반복적으로 행해지는 가사노동은 인류의 생존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이런 가사노동을 여성들이 대부분 맡고 있던 남성중심적 사회는 고된 노동으로서의 가사노동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다(257쪽).

 사실 대부분의 가족은 여성의 입장에서 보자면 늘 많은 노동과 갈등, 때로는 폭력을 감수해야 했던 비인간적인 곳이었다(297쪽). 


조지 오웰, 이한중 옮김, <위건 부두로 가는 길>, 한겨레출판, 2010.

 노동 계급의 가정에서는 남자가 가사의 일부를 맡아서 하는 경우를 도무지 볼 수 없다. 이런 관행은 실업 때문에 바뀌는 게 아니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좀 부당해 보이기도 한다. 남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빈둥거려도 여자는 변함없이 바쁘며, 그것도 살림이 더 빠듯해졌으니 더욱 바쁘다(110쪽).

 내가 그곳에 간 것은 대량 실업이 최악일 때의 상황이 어떤지 보고 싶었고, 또 영국 노동 계급의 거주 지역 가운데 가장 전형적인 곳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회주의에 대한 나의 태도를 결정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기도 했다(163쪽).

 연합해야 할 사람들은 사장에게 굽실거려야 하고 집세 낼 생각을 하면 몸서리쳐지는 모든 이들이다(306쪽).


존 스튜어트 밀, 서병훈 옮김, <여성의 종속>, 책세상, 2006.

 여성들이 사회적으로 종속된 위치에 있다는 것은 현대의 사회제도에 비춰 볼 때 극히 예외적이고, 사회적으로 가장 중요한 기본법을 유린하는 아주 드문 사례이다. 다른 구시대의 생각과 관행은 다 혁파돼 사라졌는데, 사람들에게 가장 보편적 관심사가 되는 이 유물만 아직도 살아 있다(45, 46쪽).

 남편과 아내의 관계는 영주와 가신의 관계와 똑같다. 다른 것이 있다면 아내가 가신에 비해 더 무제한적인 의무에 매여 있다는 것뿐이다(159쪽).


진 시노다 볼린, 유승희 옮김, <우리 속에 있는 남신들>, 또하나의문화, 2006.

 제우스······중략······그는 가부장제 산업 문화에서 천부적인 장점을 가지고 있다. 가부장제 산업 문화의 상급자는 ‘말만 하는 상관’으로 기대된다. 그는 손이나 몸이 아니라 (돈과 투자, 법이나 권력 같은) 아이디어와 추상적인 개념을 가지고 일한다(99쪽).

 올림포스에서 일어난 대부분의 연애 사건들은 대개 남신과 인간 사이에 벌어진 일회적인 염문이었다. 남신과 여신 사이에서조차 농락이나 강간이 비일비재했고 인간 여성은 공통적으로 힘으로 제압당하거나 덫에 걸려들거나 납치당했다. 그녀가 같이 사랑을 나눈 일은 좀처럼 없었다(273쪽).

 학대를 자행하는 남성들의 단체에 가 보면 이들 모두가 어린 시절 학대를 받으며 자랐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291쪽).

 오랫동안 제우스의 자리는 논리적으로 난공불락인 듯 보였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레닌그라드 근처 체르노빌에서 일어난 원전 사고에서 나온 방사선 물질들이 어떻게 하여 네덜란드의 우유를 오염시켰는지, 브라질의 열대유림 파괴가 어떻게 지구의 기후를 바꿔 놓을 수 있는지, 핵전쟁이 어떻게 지구에 핵겨울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보고 있다. 우리는 점차로 서로 의존하고 있음을, 어떻게 지구의 운명을 공유하고 있는지를 깨닫고 있다. 제우스는 여전히 지배 권력의 원리이다. 그러나 제우스의 벼락이 지상의 생명을 파괴하지 않고서는 이용될 수 없다는 것을 의식하는 날에는 제우스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408쪽)?


채만식, <태평천하>, 문학과지성사, 2005.

 키득키득 웃음 새어 나왔다. 돈 있고 겉모양 좋다는 윤직원이 인력거꾼을 세워 두고 말장난으로 푼돈 깎는 꼴 때문에. 책 읽다 웃은 건 참 오랜만. 음. 채만식. ‘입담 좋은 소설가였구나’ 하는 느낌까지.

 윤직원. 몸과 마음이 온통 구질구질한 1937년 — <태평천하> 발표된 해 — 무렵 늙은이. 돈 좀 있다고 제 ‘몸시중 들 예편네’ 찾고 열네댓 살 된 어린이 품으려 씩둑대는 놈. 일본 순사 덕에 태평천하라 여기며 돈놀이나 더 많이 하려는 자. 윤종학을 빼고는 아들 손자들 꼴이 참 볼만한 쓰레기. 이런 놈 아들 손자 같은 자가, 이젠 벌써 2021년임에도 한국 곳곳에 도사린 채 부른 배 두드리며 웃고 있을 터라 우린 아직 갈 길 멀다.


최명희, <혼불>, 매안, 2014.

 춘복. ‘느그만 덕석 있고, 느그만 몽뎅이 있고, 느그만 패는 놈 있는지 아냐? 느그가 양반 무선지만 알고 상놈 무선지를 모르능게빈디, 내가 상놈 무선 본때를 뵈어 주마(8권 56쪽).’

 그 집안의 딸이고 며느리고 간에 과부가 개가(改嫁)를 하면, 제아무리 명문 거족일지라도 하루아침에 벼슬길이 막히고 그 가문의 명성조차 보존하기 힘들었다. 그러니 자연 행세하는 가문에서는 수절하는 과부를 구중심처(九重深處) 깊은 곳에 가두어 두고 바깥사람은 일체 만나지 못하게 하여, 그 안에서 홀로 죽은 듯이 살아가게 하였다(6권 23쪽).

 “시집와 보니 좋아?” “죄 많어 여자지요.” “죄도 많고 일도 많고.” “탈도 많고 시름도 많고(6권 231쪽).”

 옹구네. “즈그들은 양반이라고, 멀쩡허게 서방 있는 넘의 각시도 오라 가라, 앉으라 서라, 누워라 엎어져라, 지 맘대로 주무르고 치긋고 차지험서나, 그러다가 어느 하루 지 마음 식으면 홱 내떤져 붐서나, 아 그께잇 노무 공산(空山)에 묏동 조께 살째기 쑤시고 들으갔대서 저 지랄을 허고 길길이 등천을 헝마잉. 천하에 다시없는 못헐 짓 헝 것 맹이로. 경우가 안 그리여? 경우가. 말로 따지자먼. 도둑질은 다 똑같은디(7권 217쪽).”

 춘복 생각. ‘사람 사는 시상에 사램이 사람끼리 이렇게 서로 틀리게 살어야니, 이게 무신 옳은 시상이냐. 뒤집어야제(5권 177쪽).’

 흥부 아내. “나는 열 끼 곧 굶어도 시앗 꼴은 못 보겄다. 나는 지금 당장 나가니 양귀비랑 물고 뜯고 천년 만년 잘 살어라(4권 97쪽).”

 효원. “아무리 종이라도 신분이 낮아 천한 대접을 받을 뿐, 사지에 오장육부는 똑같이 타고 났고, 그 속에 마음이 잇는 것은 양반이나 무에 다르겠습니까(2권 76쪽).”

 강태. “토지란, 분명히, 하나의 사회적 환경이야. 그것은 사유재산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만인이 고루고루 같이 누리고 나누는, 만인의 공유여야만 해(1권 140쪽).” “있는 자는 없는 자를 경멸하고, 그러면서도 노동력을 착취한다. 반면에 없는 자는 있는 자를 증오하고, 그러면서도 생존을 위하여 노동력을 바친다. 이게 얼마나 야비하고 비굴한 상태냐. 이런 체제는 반드시…… 무너져야 한다. 무너뜨려야 한다(1권 141쪽).”

 춘복. “제엔장헐 놈의 시상. 다 똑같은 사람으로 났는디, 쎄 빠지게 일어는 놈은 죽어라 일만 허고, 할랑할랑 부채 들고 대청마루에 책상다리 앉었는 양반은 가만히 앉은 자리에서 눈만 멫 번 깜잭이먼 멫 천 석이니, 먼 놈의 시상이 이렁가아. 생각을 숫제 안해 부러야제, 생각만 쪼게 허먼 기양 속이 뒤집어징게……(1권 105쪽).”


최승범, <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 생각의힘, 2018.

 열두 살 아이의 눈에도 어머니는 힘겨워 보였다. 고통을 덜어드리고 싶어 가사노동을 시작했다.······중략······어머니는 나 혼자 끓여 먹은 라면 그릇을 씻어도 고맙다고 했다. 이상했다. 함께 먹고 같이 입고 모두가 더럽히는데, 씻고 빨고 청소하는 건 오롯이 어머니의 역할인 게 이해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가 ‘페미니즘 사고’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나는 설거지가 적성에 맞았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릇을 닦다 보면 마음이 평온해졌다. 깨끗하게 씻긴 그릇을 문지르면 기분 좋은 뽀드득 소리가 났다. 하지만 아버지는 고3이 되어서도 설거지를 하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가 집안일을 제때 안 하니 네가 공부할 시간이 없구나(27쪽).”


최윤아, <남편은 내가 집에서 논다고 말했다>, 마음의숲, 2018.

 시대가 바뀌었다며 누군가는 전업주부란 단어에서 ‘여유’를 떠올리겠지만 내가 살아 본 시간은 여전히 ‘희생’에 더 가까웠다. 하루 이틀 사이로 영원히 초기화되는 가사 노동은 자꾸만 ‘의미’를 묻게 했다(238쪽).


최지은, <괜찮지 않습니다>, 알에이치코리아, 2017.

 지금 필요한 건 ‘엄마는 위대하다’는 무용한 찬사가 아니라 엄마도 체력과 정신력에 한계가 있는 평범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들에게만 떠맡겨 놓았던 짐을 줄이거나 나눠 지는 것이다(64쪽).


최태섭, <한국, 남자>, 은행나무, 2018.

 남성 지배란 소수의 권력을 가진 남성들을 위해 다수의 별 볼일 없는 남성들이 열과 성의를 다해 복무하는 불공정한 게임이다. 즉 지배의 비용은 남성으로 호명된 모두가 지고 있지만, 지배를 통해 얻어 낸 산물은 일부가 독식하는 구조다. 이 일부는 동료 지배자들을 위한 배당금도 자신의 주머니에서 꺼내지 않는다. 이들이 주는 배당금은 여성과 비-남성에게 행해지는 차별이다. 즉 대부분의 남자들은 자신들의 발밑에 자신보다 더 못한 이들이 있다는 것을 보며 얻는 위안과 약간의 반사이익을 위해 가부장제의 수호자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84쪽).


최현숙, <할배의 탄생>, 이매진, 2016.

 배운 놈들 가진 놈들은 도둑질 많이 하면서도 위선적으로 폼 잡으며 살잖아. 나는 위선을 부린 적도 없고, 내 손발로 땀 흘려서 살았어(130쪽).

 (지은이) 나는 확신한다. 가난한 사람의 일상은 더 생태적이며 더 반자본적이라는 사실을. 나아가 사회적 지위와 문화적 권력이 없는 사람은 해를 덜 끼칠 가능성이 높다(136쪽).

 (지은이) 사실 가부장 사회에서 성별에 따른 혼돈은 여성, 남성, 성전환자 등 모든 성별에 속한 사람들이 거치는 과정이다. 남성은 아버지, 형제, 군대, 결혼, 아내와 자식들, 가장이라는 경제적 기능, 성기(페니스)의 크기, 성행위의 강도와 범위와 횟수(여러 여자들하고 많이), 여자 관계에서 돈이 가지는 힘(지불 능력과 의사결정권), 남성다운 신체와 성격, 남들에게 받는 남자 대접 등 아주 많은 갈등을 경험한다. 여성도 상대적 차이일 뿐 정상성 규범에 따른 억압과 혼돈을 많이 겪는다(257쪽).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황가한 옮김, <엄마는 페미니스트>, 민음사, 2017.

 요리에 관한 지식은 태어날 때부터 질 안에 장착되어 있는 게 아니야. 요리는 배우는 것이지. 요리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집안일은 원칙적으로 남여 모두가 알아야 하는 생활 기술이야. 또한 남녀 모두가 습득하지 못할 수도 있는 기술이기도 하지(28쪽).


카트리네 마르살, 김희정 옮김, <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 줬어요?>, 부키, 2017.

 자녀 양육, 청소, 빨래, 다림질 등의 가족을 위한 활동은 사고팔거나 교환할 수 있는 유형의 재화를 생산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1800년대의 경제학자들은 여성이 경제적 번영에 기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52쪽).

 여성의 노동은 측정할 필요를 못 느끼는 천연자원처럼 취급된다. 늘 존재할 것이라 추정하기 때문이다. 여성의 노동은 비가시적이지만 사라지지도 않는 인프라로 간주된다(95쪽).

 노동자 계층의 남성들이 하루 종일 노동해서 독립성을 가질 수 있으려면 가정을 돌보는 여성들에게 의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은 역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애덤 스미스가 자기 어머니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로(282쪽).


케서린 메이어, 신동숙 옮김, <이퀄리아>, 와이즈베리, 2018.

 남자들은 무언가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옳은 일이기 때문에 성평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성 정체성 범주의 어느 위치에 해당하든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평등한 이퀄리아를 실현하기 위한 운동에 남자들도 함께해야 한다. 동조하고 격려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181쪽).

코델리아 파인, 한지원 옮김, <테스토스테론 렉스>, 딜라일라북스, 2018.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견줘 봤을 때 성별에 따른 신체적 차이가 상당히 작은 편에 속한다. 옥시덴털 컬리지의 사회학자인 리사 웨이드가 지적하듯, “만약 인간이 코끼리물범만큼이나 성적 이형성이 두드러진 종이었다면 보통의 인간 남성은 보통의 인간 여성보다 키가 2미터는 더 컸을 테고 체중도 250킬로그램은 나갔을 것이다(109쪽).”


토니 포터, 김영진 옮김, <맨박스>, 한빛비즈, 2016.

 착한 남성들의 묵인하에 오늘도 여성 폭력은 이어지고 있다(162쪽).

토르디스 엘바, 톰 스트레인저, 권가비 옮김, <용서의 나라>, 책세상, 2017.

 여자들은 별것 아닌 일로도 공격을 당하고, 심지어는 살해되기까지 하지 않던가(31쪽).


토마 마티외, 맹슬기 옮김, <악어 프로젝트>, 푸른지식, 2016.

 로랑 플륌. “공감 능력을 키우는 것은 중요하며 근본적인 일이다. 만약 ‘악어’들이 잠깐만 멈춰서 2분 정도만 자신이 성희롱 또는 성폭력을 가하려는 여성의 입장이 되어 본다면 절대 악어들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모든 것이 남성의 공감 능력 향상을 방해하는 것 같다(159쪽).”

 이렌 자이링거. “분명하게 말하지만, 성폭력의 책임은 여성이 아니라 전적으로 가해자에게 있다(163쪽).”


틸리 올슨 비롯한 9명, 모이라 데이비 엮음, 김하현 옮김, <이등 시민>, 시대의창, 2019. 

 왜 남자는 바뀌고, 적응하고, 새로운 상황을 받아들이는 데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걸까(61쪽)?


피우진, <여군은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다>, 삼인, 2006.

 여성성을 요구하는 한편 훈련이나 기타 화장실 사용, 목욕 등 일반 생활에서는 여성에 대한 배려가 일절 없었다. 군대에 들어온 이상 남자와 똑같아야 한다면서도 여성만의 부드럽고 우아한 이미지를 동시에 요구받았던 것이다(47쪽).


한강, <채식주의자>, 창비, 2007.


한국여성민우회, <거리에 선 페미니즘>, 궁리, 2016.

 남성은 변해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불평등한 권력 관계 위에 서 있고 그것을 기반으로 얼마나 많은 여성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인간처럼 대하지 않았는지, 비인간화했는지 혹은 배제되기 싫다는 이유로 방조해 왔는지 직시해야 합니다(125쪽).


한무영, 강창래, <빗물과 당신>, 알마, 2011.


해나 디, 이나라 옮김, <무지개 속 적색>, 책갈피, 2014.

 러시아에서는 혁명으로 탄생한 신생 노동자 민주주의 정부가 반동성애법을 철폐했고 민중의 삶과 성적 관계를 해방시키려고 수많은 개혁을 도입했다. 동의연령을 폐지하고, (한쪽의) 요청에 따른 이혼 방식을 도입하고, 낙태를 합법화하고, “국가와 사회가 성적 관계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선언했다(13쪽).

 인류가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살았고 계급사회가 존재한 것은 현생인류가 지구에 산 10만 년 남짓한 기간 중에 7000 ~ 8000년 정도인 아주 짧은 기간뿐이었음을 보여 주는 증거는 풍부하다. 또 계급사회가 등장하기 전에는 경제적 관계가 더 평등했고 그 결과 남성과 여성의 관계가 훨씬 더 자유로웠으며 성에 대한 제약이 덜했다는 점도 분명하다(30쪽).

 1600년대 캐나다 몽타녜사스카피족.······중략······성별 분업은 있었는데, 대체로 여성은 채집을 하고 남성은 사냥을 했다. 주된 이유는 임신과 수유를 사냥 같은 활동과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역할들에 서열이 매겨지거나 가치판단이 들어가지는 않았다.······중략······여성이 재생산에서 하는 구실은 부족 내에서 여성이 동등한 역할을 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으며, 육아를 주로 여성의 책임으로 여기지도 않았다(31쪽).······중략······“당신은 뭘 모른다. 당신네 프랑스인들은 자기 자식만 사랑하지만 우리는 부족 아이들을 모두 사랑한다(32쪽).”

 가족을 급진적으로 개혁하려면 여성의 구실이 가장 중요했다. 2월 혁명(차르를 무너뜨리고 10월의 노동자 권력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된)을 촉발한 것도 여성들이 조직한 파업이었다(95쪽).

 스탈린은 이른바 ‘일국사회주의’를 위해 국제 혁명을 포기했다.······중략······러시아의 권력은 노동자 민주주의가 아니라 새로운 지배계급에게 넘어갔다. 그들은 서방 자본주의가 몇 세기에 걸쳐 이룬 성과를 몇 십 년 안에 이룩하려 했다(113쪽).


헤일리 롱, 김민경 옮김, <소녀가 된다는 것>, 봄나무, 2016.

 소녀와 소년은 붕어빵처럼 만들어지는 존재가 아니야. 틀로 찍어 낸 듯 모두 똑같은 모습이 아니잖아.······중략······어떤 소년들은 분홍색을 좋아하고 어떤 소녀들은 축구 스티커를 모으고 어떤 사람들은 코가 비뚤어지고 어떤 열세 살짜리 소녀들은 러닝셔츠를 입기도 하지. 그런 일에는 옳고 그름이 적용되지도 않아(24쪽).


홍승은,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 동녘, 2017.

 완벽하다고 믿었던 관계 속에서 걸리는 점이 보이기 시작한 건, 초등학생 무렵이었다. 여자들은 부엌에서 일하고 남자들은 앉아서 텔레비전 보는 모습을 볼 때, 엄마는 할머니 집과 외할머니 집에 가서도 일하고 아빠는 어디를 가도 쉬는 모습을 볼 때 그랬다(50쪽).


홍승희, <붉은 선>, 글항아리, 2017.

 아침부터 잠들기 전까지, 아니 잠든 후에도 아빠의 욕설과 발소리, 문을 쾅쾅 닫는 소리가 지배하던 집은 내게 또 하나의 감옥이었다(19쪽).

 초등학교 졸업반, 인생을 별 낙 없이 살아가는 하루하루였다. 밤이면 아빠가 내뿜는 담배 연기를 피하고자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야 했다(33쪽).

 그의 힘과 대등하게 맞서서 “아빠, 나한테 욕하지 마세요”라고 정중하게 말하거나 “아빠! 나한테 왜 그러는데, 내가 동네북이야?”라고 도발하면 집기가 날아오거나 욕설이 더 심해졌다(115쪽).

 따로 월급을 주는 것도 아닌데, 엄마는 자신에게 언어폭력을 휘두르는 아빠의 블라우스를 다리고, 아침밥을 차리고, 뒤집힌 양말을 빨아 줬다. 엄마는 내가 어렸을 때 집에서도 청바지를 입고 생활했는데, 아빠가 옷을 벗기지 못하게 하려고 그랬다 한다. 엄마는 피임 없는 섹스로 임신이 될까 봐 걱정했다. 혼자 임신중절수술을 하러 또다시 병원에 가는 게 두려웠던 것이다. 가끔 화난 엄마는 설거지를 하면서 중얼거렸다. “내가 이 집 노예도 아니고 정말(208쪽).”

 내 첫 번째 전쟁터는 가정이었다. 밤마다 아빠의 담배 연기와 욕설에 눈치 보며 밥을 먹고 아침에 눈뜰 때마다 몸을 떨었던 내 어린 시절, 그 시절을 공유한 언니는 핏줄로 맺어진 자매이기 이전에 싸움터에서 서로를 지켜낸 전우다(310쪽).


R. W. 코넬, 안상욱·현민 옮김, <남성성/들>, 이매진, 2013.

 가부장제를 여자들을 학대하는 남자들이라는 영원한 이분법이 아니라 역사적 구조로 이해할 수 있다면, 가부장제는 역사적 과정을 통해 사라질 것이다. 전략적인 문제는 구조 전체가 변형될 수 있게 압력을 가해서 변화를 누적시키는 것이다. 구조의 변화는 과정의 끝이지 시작이 아니다. 초기 단계에서는 역사적 변화를 향해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어떤 시도라도 가치가 있다(344쪽).


4인용 테이블, <일하는 여자들>, 북바이퍼블리, 2017.

 “그러면 남자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라고 질문하는 남학생들도 많았는데, 그럴 때는 “주위 여성들의 말을 최대한 많이 들어주면 좋겠다”고 말해 줬다. 그동안 우리가 같은 사회 안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다른 세상에 사는 거나 마찬가지다(115쪽).

작가의 이전글 참고 문헌··· 시옷과 이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