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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짓는 은용이 Jan 31. 2021

참고 문헌··· 시옷과 이응

설거지하며 생각한 것 5

 책으로 힘 얻고 괴로움 덜었습니다. 기뻐 웃거나 슬픔 달랬고. 가 본 적 없는 길 갈 때 손에 든 나침반 같기도 했죠. 책이.

 손에 든 게 없을 땐 마음이 조금 뒤숭숭. 특히 ‘코로나-19’가 공공 도서관 문까지 닫게 했을 땐 얼떨떨했습니다. 눈 아래 둘 책 없으니 머리와 가슴마저 빈 느낌 들어 아쉽고 섭섭하달까.

 내내 책을 끼고 살 듯하더니 여러 책 ‘참고 문헌’에 자연스레 눈길이 갑니다. 다음 읽을거리를 찾거나 쓸거리를 얻죠. 독서 노트 같은 곳에 적어 둬 가며.


 가나다순으로. 시옷과 이응.


새로운세상을여는연구원, <분노의 숫자>, 동녘, 2014.

 한국 맞벌이 가구는 꾸준히 증가해서 500만 가구에 달한다. 그럼에도 가사 노동이나 돌봄 노동을 비롯한 무급 노동은 여전히 여성들의 몫으로 남아 있다.······중략······이 때문에 여성의 경제활동은 더 정체된다(145쪽).


손희정, <페미니즘 리부트>, 나무연필, 2017.

 신자유주의 지배 체제는 노동력을 비롯한 다양한 삶의 조건들을 유연하게 하기 위해 모든 생산력을 ‘가정주부화’해 왔다. 마리아 미즈와 베로니카 벤홀트톰젠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들은 주부이기 때문에”라는 말로 여성의 노동을 가치 절하하는 데서 착안해, 노동력을 유의미한 생산성에서 탈락시켜 착취하는 과정을 ‘가정주부화’라고 명명했다. 그런데 산업자본주의 시대에 여성의 노동력을 가정주부화했던 자본주의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이르러 성별을 가리지 않고 모든 노동력의 가정주부화를 확대, 가속화한다. 그리고 우리 시대에 유휴 노동력은 잠재적인 생산력이 아니라 그저 잉여로 처리된다. ‘쓰레기(바우만)’의 탄생이다. 이런 노동력의 가정주부화는 구성원들의 경제적 삶을 불안하게 할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스스로를 경제적 주체로 여겨 왔던 남성들로서는 경험해 보지 못한 ‘탈각’의 순간을 선사했다. 특히 우리 시대의 남성들이 불안과 분노를 느끼게 되는 이유다(26쪽).

 ‘동도(東道)’를 ‘서기(西器)’에 담기 위해 군사정권은 국민 교육을 통한 전통의 고취를 시도했고, 이를 위해 조직됐던 국민윤리교육연구회나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등은 남성을 중심으로 한국의 전통과 역사를 재구성해 낸다. 그 결과 형성된 한민족 주체는 남성뿐이었다(294쪽).


송제숙, 황성원 옮김, <혼자 살아가기>, 동녘, 2016.

 특히 이들 좌파 성향의 여성들은 교조적이고 남성성 위주의 문화로 악명 높은 좌파 학생운동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투하는 과정에서 (여성주의 의식의 고양이라는 의미에서) 자신에 대한 발견을 했다고 회상했다. 이들이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조건을 선택했던 것은 여성과 전직 학생운동가들에 대한 구조적인 차별 때문이기도 했지만, 이들 스스로가 자신이 향유할 수 있는 일자리와 생활양식을 추구했기 때문이기도 하다(133, 134쪽).


수전 브라운밀러, 박소영 옮김,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오월의봄, 2018.

 히브리 사회질서 아래에서도 처녀들은 결혼을 통해 은 50조각에 매매됐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가부장이 예비 신랑 내지 신랑 가족에게 파는 것은 딸의 파열되지 않은 처녀막에 대한 권리였고, 그 처녀막은 그가 완전히 소유하고 통제하는 재산 중 하나였다. 처녀막에 가격표가 붙은 이스라엘의 딸은 깨끗한 상품임을 확실히 하기 위해 감시하에 살았고, 훼손된 상품이라서 유리한 거래를 이끌어 낼 수 없게 되면 첩으로 팔렸다(33쪽).

 기독교 문화에 노출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시대를 불문하고 여성의 처녀성을 전혀 문제시하지 않는 문화들이 존재해 왔다(496쪽).


수전 팔루디, 황성원 옮김, <백래시>, 아르테, 2017.

 싱글 여성을 정신 질환자로 그리는 미디어의 방식은 오래된 전통이다. 후기 빅토리아 시대의 언론들은 싱글 여성들이 ‘음욕’과 ‘결혼 공포’의 희생자라고 주장했다. 언론들은 1900년대 초에 잠시 싱글 여성들을 발랄한 ‘독신녀’라고 부르며 명예를 복원시켰다가 대공황이 진행되는 동안 다시 한 번 이들을 정신 질환자로 몰아세웠다(177쪽).

 뉴라이트에게 주적은 페미니스트 여성들이었다(364쪽).

 가사 노동에 대한 라헤이의 분석······중략······나의 경우 날 나가떨어지게 만드는 건 큰 문제들이 아니었다. 끊임없이 반복해야 하면서도 너무 하잘것없이 보이는 무한한 작은 일들이 만들어 낸 억울함이 쌓이고 쌓여 결국 날 나가떨어지게 만들었다. 난 하루하루 판에 박힌 듯 똑같은 일들, 더러운 양말을 치우고, 젖은 수건을 널고, 옷장 문을 닫고, 누군가 켜 놓고 나간 전등을 끄고, 장난감이 널브러진 곳에 길을 만드는 등의 일을 하고 또 한다(387쪽).


수전 J 더글러스, 이은경 옮김, <배드 걸 굿 걸>, 글항아리, 2016.

 1990년대 중반에 ‘걸파워’가 등장해 여성들의 자존감을 강화하고 소녀 문화를 확립한 이래(그리고 음반과 화장품과 브래지어를 판매한 이래), 이제 ‘파워’는 시들해지고 ‘걸’이라는 부분만 확대되어 새로운 여성성으로 자리 잡았다. 행복해지기 위해 여성들은 슈퍼 걸이 되어, 서로 극단을 이루는 재닛 리노와 신디 크로퍼드 사이에서 완벽하게 균형적인 좌표를 찾아 사랑과 성공을 모두 손에 넣어야 했다. 이 균형을 위해서는 리노에게서 멀어지고 크로퍼드에게 가까워져야 한다는 것을 이제 모두가 알게 됐다(228쪽).


스테퍼니 스탈, 고빛샘 옮김, <빨래하는 페미니즘>, 민음사, 2014.

 물론 나는 실비아를 사무치게 사랑한다. 하지만 모성 신화는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사랑에 기초하지 않는다. 모성 신화를 떠받치는 기둥은 어머니는 더 이상 자신만의 야심도 호기심도 욕구도 느낄 필요가 없다는 믿음이다(88쪽).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가족에 대한 예속과 강요된 굴종은 아무리 비단으로 포장하더라도 ‘족쇄’에 불과하므로 여성들을 그 족쇄에서 해방시켜 주어야 한다고 단호히 말했다(124쪽).


스티브 비덜프, 박미낭 옮김, <남자, 다시 찾은 진실>, 푸른길, 2011.

 성인 남자가 어린 자녀들을 양육하고 가르치던 패턴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설상가상으로 세계 대전들, 경제 위기, 이민 등의 재난들이 줄기어 일어났다. 전쟁에서 돌아온 군인들은 침묵으로 울분을 달래다 느닷없이 폭력을 휘두르는가 하면, 전쟁의 악몽을 잊기 위해 엄청난 양의 술을 마셔 대곤 했다. 바로 그들이 20세기 남자의 전형이었다(39쪽).

 어렸을 적에는 소년들도 따뜻하고 정이 많다.······중략······소년들도 부드럽고 자기보다 어린 아이들에게 친절하며, 여자아이들과 노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294쪽).


시드라 레비 스톤, 백윤영미·이정규 옮김, <내 안의 가부장>, 사우, 2019.

 내면 가부장은 우리가 숨 쉬고 있는 공기와도 같아서 그 존재를 알아차리기 어렵다(134쪽).


신필균, <복지국가 스웨덴 ━ 국민의 집으로 가는 길>, 후마니타스, 2011.

씨에지에양, 김락준 옮김, <화학, 알아두면 사는 데 도움이 됩니다>, 2019.

안녕하지못한사람들, <안녕들 하십니까?>, 오월의봄, 2014.


안미선, <내 날개옷은 어디 갔지?>, 철수와영희, 2009.

 우리는 대꾸도 인사도 없이 엄마를 부려 먹었다(28쪽).

 한 사람이 집을 자기 이해관계와 합치한다는 것은 보통 노력이 드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이 집을 지키는 것이 내가 살 길이다, 이 집의 일이 곧 내 몸에서 일어나는 일과 같다, 나와 이 집의 이해관계는 완전히 일치한다는 심정적으로 굳은 각성이 있어야 한다(119쪽).


안미선, <여성, 목소리들>, 오월의봄, 2014.

 미경. “일반 아동에 비해 장애아는 양육을 전적으로 엄마가 다 맡아야 하는 게 심각해요. 우리나라 유교 사상은 씨는 문제가 없고 엄마가 잘못해서 낳은 것처럼 여겨서 죄의식 때문에라도 혼자 십자가를 다 짊어지고, 그게 제일 힘든 거 같아요(116쪽).”

 “백화점에서 회사 관리자들이 여성 노동자보고 하는 말이 ‘너 나이 먹고 잘리면 마트 가서 캐셔밖에 못해. 너희는 나이 먹으면 쓸모가 없는 사람들이야. 필요가 없어’ 하는 소리예요. 감정 노동 이야기하면 여성의 비정규 고용의 문제, 회사와의 문제도 같이 얘기할 수밖에 없어요(141쪽).”


안치경 엮음, <한국 대표 고전 소설전>, 번양사, 1993.

 한 달 전  —  2017년 삼월  — 어머니 아버지 계신 곳에서 <태백산맥> 1권 뽑아 올 때 함께 가져왔다. 이걸 언제 왜 샀는지 도무지 모를 일. 내가 사긴 산 것일까. 누군가 책 안에 밑줄을 많이 그어 뒀던데 그게 나였는지··· 내가 그은 듯 아닌 듯. 장서인(藏書印) 같은 건 있지도 않았을 때였는데 1993년 무렵 버릇인 ‘책 산 날짜 써넣기’도 없고. 내가 산 듯 아닌 듯.

 옛 소설 스물둘. 얼쑤, 뚝딱. 주섬주섬 한 편씩 삼키다 보니 내 모르던 것 — 좋은 느낌 ― 여기저기 자잘하게 박혔네.

 <춘향전>에 “전라도로 이르면 태인의 평양정, 무주의 한풍루, 전주의 한벽루(152쪽)”가 좋다 하니 내 어릴 적 ‘한풍루’에서 웃고 뛰어놀 때 생각나 입가에 웃음. 이몽룡이 서리(胥吏) 불러 “너는 좌도(左道)로 들어 진산, 금산, 무주, 용담, 진안, 장수, 운봉, 구례로 이 팔 읍을 둘러 아무 날 남원으로 대령(174쪽)”하라니 ‘무주’에 눈길. <흥부전>엔 “충청‧전라‧경상의 삼도가 만나는 어름에 사는 연생원(232쪽)”이 둔 아들 형제가 흥부와 놀부라니 이 또한 ‘무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그곳에 신라‧백제 사람들 오가던 굴 문 — 나제통문(羅濟通門) ― 있고, 그 굴 너머 무주군 ‘무풍’엔 경상도 사투리 쓰며, 그 굴 이쪽엔 충청도 말인지 전라도 사투리인지 몰라 ‘이게 대체 어느 동네 말일까’ 싶기도 했으니까.

 거북하기로는 <사씨남정기> 속 “사씨 부인이 임씨 대하기를 동기처럼 아끼고 임씨 또한 사씨 부인을 형님같이 극진히 섬겼으며, 보통 처첩 간의 투기 같은 감정은 추호도 없었다(468쪽)”는 따위. <흥부전>에도 제비가 가져다준 마지막 박 속에서 “꽃 같은 한 미인이 나와 흥부에게 나붓이 큰 절(241쪽)”을 하더니 ‘강남국 제비왕’이 그 미인더러 흥부의 첩이 되라 했다며 “흥부는 좋은 집에서 처첩을 거느리고 향락으로 세월을 보내게 되었다(242쪽)”는 거. “살려 주오! 제발 덕분에 살려 주오. 돈 바치라면 돈 바치고 쌀 바치라면 쌀 바치고 계집 바치라면 바칠 것이니 남은 목숨 살려 주오(246쪽)!”라며 제 놈 살자고 같이 사는 사람 바치겠다는 놀부까지. 음. 옛 소설이고 ‘그땐 그랬다’ 하겠지만, 그때 그런 것 때문에 수백 년 괴로운 한반도 여성. 그쯤 읽을 땐 종이 삭은 냄새마저 싫어지더이다. 씁쓸.


애너벨 그랩, 황금진 옮김, <아내 가뭄>, 동양북스, 2016.

 지난 50년 동안 양성평등 혁명이 일어났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장 혁명적인 부분은 주로 ‘유급 여성 노동자의 증가’로 기업의 계산 장부 한쪽에서만 일어났다. 대부분의 경우 여성은 가정에서 여전히 무급 노동을 하고 있으며 남성들은 여성의 역할을 맡으려 하지 않았다. 특히 일하는 엄마에게 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마치 직업이 없는 사람처럼 아이를 기르면서 아이가 없는 사람처럼 일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는 것이다. 만약 그 두 곳에서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양쪽 모두에서 실패한 것처럼 느낀다. 그리고 이는 일하는 엄마라면 누구나 호소하는 끊임없는 긴장과 불안의 이유이기도 하다(40쪽).

 조금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면 집안일의 세계는 경계가 분명하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집안일은 복작복작 들끓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당연하게 퍼져 있는 관습과 먼 과거로부터 축적된 불만, 일관성이 없어서 도저히 이해하기가 힘든 교환 시스템 등으로 이뤄져 있다(201, 211쪽).

 일하는 엄마는 ‘워킹맘’이다. 일하는 아빠는 그냥 보통 남자일 뿐이다(369, 370쪽).


앨런 와이즈먼, 이한중 옮김, <인간 없는 세상>, 랜덤하우스, 2007.

앨리스 아웃워터, 이충호 옮김, <물의 자연사>, 예지, 2010.


야마우치 마리코, 황혜숙 옮김, <설거지 누가 할래>, 웅진지식하우스, 2018.

 집안일은 여럿이 분담해서 하면 금방 끝나고 힘도 들지 않지만, 매일 한 사람의 어깨를 짓누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끝도 없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다 보면 미간에는 주름, 입에서는 불평! 남편에 대한 애정조차 식어가고······. 좋을 게 하나도 없다. 그러니 남편, 제발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좀 더 책임 의식을 가져 줘. 건강하고 화목한 생활을 보내기 위해 우리 각자가 제대로 역할을 다해야 한단 말이야(209쪽).


에리카 종, 이진 옮김, <비행공포>, 비채, 2013.

 이사도라가 “콧노래를 부르며 머리를 헹궜다. 머리에 한 번 더 비누칠을 하고 있을 때 베넷이 들어왔다(570쪽).”

왜 이사도라를 베넷에게 돌려보냈을까. 1973년 무렵 에리카 종이 맞닥뜨려야 했던 세상 벽? 더 나아가지 못한 에리카 종이 스스로 쓴 굴레? 내내 어지럽더니 끝내 내게 물음표를 던졌다.  


에멀린 팽크허스트, 김진아·권승혁 옮김, <싸우는 여자가 이긴다>, 현실문화, 2016.

 여성들이 마침내 깨어난 것이다. 그들은 여성들이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일, 즉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싸움을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여성들은 그동안 남성을 위해 싸웠고, 아이들을 위해 싸웠다. 이제 그들은 자신의 인간적 권리를 위해서 싸울 준비가 된 것이다. 우리의 전투적 운동은 이렇게 시작됐다(87쪽). 


에밀리 브론테, 김종길 옮김, <폭풍의 언덕>, 민음사, 2005.

 “그리고 그는 재산을 많이 물려받을 거고, 나는 근방에서 제일가는 부인이 되고 싶고, 그렇게 훌륭한 남편을 둔 것이 자랑스러울 테니까(129쪽).”


에프북 편집부, <생활 세제  그동안 화학 세제를 너무 썼어!>, for books, 2014.

 집안일이란 참으로 영악해서 도무지 쉴 틈을 주지 않습니다. 하면 할수록 일거리가 늘어나는 법이지요. 안 하겠다. 대충 하겠다. 그러는 사람들에게는 후하게 굴다가도 본성이 쉴 줄 모르는 여자에게는 짓궂게도 자꾸만 일거리를 안겨 주니까요. 그걸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고 몸과 마음을 다 바치는 게 우리 여자들의 습성입니다. 병이지요. 정말 그렇습니다(79쪽).


엘렌 스노틀랜드,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 옮김, <미녀, 야수에 맞서다>, 사회평론, 2016.

 적어도 나와 같은 세대의 백인 중산층 여자아이들은 최고의 신랑감과 짝을 맺어 주고 다양한 행사에서 뽐내려는 목적으로 길러졌다(112쪽).


연세대학교젠더연구소, <그런 남자는 없다>, 오월의봄, 2017.

 케롤 페이트만은 프로이트의 형제애 개념을 받아들여서 ‘남성’으로서의 인간, 형제로서의 인간에 여성이 복종하게 된 것이 근대 시민사회의 결정적인 특징이라고 지적한다(65쪽).


영주, <며느리 사표>, 사이행성, 2018.

 시댁에 함께 살 때 남편에게 집안일은 다른 행성의 일이었다. 집안일은 며느리인 나와 시어머님이 하고 자잘한 일들이 있으면 시누가 도와주었다. 그러니 남편은 설거지를 해본 적도, 청소기 한 번 돌려본 적도 없었다(45, 46쪽).

 남편은 말 그대로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자랐다. 시댁에서 부엌일은 온전히 ‘여자들의 몫’이었다. 남자들이 마시는 물 한 잔도 여자들이 떠다 주었다. 거실 소파에 누워 TV를 보고 있으면 어머님이나 여동생이 알아서 간식을 챙겨 코앞에 놔주는 환경에서 자랐다. 남편은 어릴 때 삼촌, 고모 들과 한집에서 살며 부엌엔 얼씬도 하지 못했다. 어쩌다 부엌 근처에라도 가게 되면 고모들은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면 고추 떨어진다”라고 말했다고 한다(98쪽).


오윤성, <범죄는 나를 피해가지 않는다>, 지금이책, 2017.

 신입생 환영회에서 벌어지는 성희롱, 성추행 등은 조선시대 선비들 사이에서 만연한 저질 신고식 문화가, 사회에서 만연하는 성적 가혹행위로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군에서의 가혹행위와도 같은 맥락이다.······중략······조선시대 성균관처럼 선비들이 포진한 기관에서 혹독한 신고식이 벌어지게 된 기원에 대해 선조가 이이에게 묻자, 이이는 고위층 자제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성균관에 들어가는 행태에 대해 사회적 분노가 누적돼 벌어진 결과라고 답한다. 이런 의도에서 시작된 신고식은 시대가 변함에 따라 먼저 들어온 사람이 나중에 들어온 사람들의 기를 꺾기 위해 행해지는 등 나쁜 방향으로 변형된 것이다(88쪽).


오찬호,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동양북스, 2016.

 여학생은 요리하는 남자의 몸에서 ‘보아라! 나는 요리도 하는 남자다’라는 외침이 들린다고 했다. 분위기상 “우와~ 선배 너무 자상해요~ 나중에 결혼하면 부인이 행복하겠어요”라는 말이 등장하면 요리하는 ‘척’은 더 과해진다. 요리를 ‘해서’ 자상하다는 ‘평’이 따르는 경우는 남자만이 가능하다(142쪽).

 맞벌이 가정에서 남편의 가사 노동 시간은 40분인데, 이건 OECD 최하위입니다. 아내의 194분에 비하면 터무니없는 시간이죠(289쪽).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은 한국 사회에서 여전하다. 남자가 생계를 책임지고 여자는 이를 지원, 전문용어로 ‘내조’한다. 맞벌이를 해도 이 큰 틀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이 모델은 ‘힘’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겼던 농경 사회, 사회적 합의에 의해 힘에 대한 보상을 인정한 산업사회를 거치면서 견고해졌다(291쪽).


우에노 지즈코, 나일등 옮김, <싱글, 행복하면 그만이다>, 이덴슬리벨, 2011.

 “말하지 않아도 알잖아” 하는 이심전심은 부부나 가족 사이에서도 금물이다. 부부는 타인, 가족은 이문화의 집합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말하지 않으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가족 내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며 또한 그 역으로 ‘말하면 안다’도 성립하게 됨을 알 수 있다(161쪽).


우에노 지즈코, 미나시타 기류, 조승미 옮김,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 동녘, 2017.

 저는 부부가 서로, 특히 아내가 체념하는 것을 기본으로 결혼이 유지된다고 봅니다(132쪽).

 불편한 진실은 보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고 부정하는 것이 남자다움의 증후군이죠(209쪽).


우에노 지즈코, 이선이 옮김, <위안부를 둘러싼 기억의 정치학>, 현실문화, 2014.

 가부장제 패러다임은 여성의 주체성을 부정하고, 여성에 대한 성적 인권 침해를 가부장제 아래서 남성 간에 벌어지는 재산권 싸움으로 환원한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피해자에게 침묵을 강요해 온 ‘이중 범죄’의 원인이다(102쪽).

 우리는 이미 사회주의 부인 해방론에서 노동자 계급 해방이 여성 해방에 우선한다는 논리에 충분히 착취당해 오지 않았는가(171쪽)?


웬디 무어, 이진옥 옮김, <완벽한 아내 만들기>, 글항아리, 2018.

 “세상의 반쪽은 다른 반쪽이 어떻게 사는지를 모른다고 말하는 게 차라리 낫겠다(395쪽).”


은수연,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 이매진, 2012.


이나가키 에미코, 김미형 옮김, <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 엘리, 2018.

 없으면 살 수 없다고 믿었던 가전제품이, 없어도 살 수 있게 됐고, 아니 없는 게 더 편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의외로 풍요로워지기도 하고, 그렇게 되어 갔다.······중략······지금까지 ‘좋은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편리함’을 이제는 의심하게 되어 버렸다(106쪽).


이나가키 에미코, 김미형 옮김, <퇴사하겠습니다>, 엘리, 2017.

 자영업자들,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돈을 벌지 않는 사람들도, 예를 들어 전업주부나 일을 그만둔 고령자들, 사정이 있어서 일을 못하는 사람들, 아이들, 그들 모두가 이 사회를 지탱하고 있지 않나요? 요리를 한다, 청소를 한다, 손자들과 놀아 준다, 무언가를 산다, 이웃과 인사를 나눈다, 누군가와 친구가 된다, 누군가에게 웃는 얼굴을 보여 준다. 세상이란 말하자면 이렇게 ‘서로 지탱해 주는 것’입니다. 꼭 돈이 매개가 되지 않더라도 서로 지탱해 줄 수만 있다면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18쪽).


이남희 비롯한 15명, <젠더와 사회>, 동녘, 2014.

 가족 내에서 ‘무임’으로 행해지는 돌봄노동은 사회로 나와 ‘시장화’되더라도, 노동의 값어치가 낮게 책정된다(72쪽).

 현대의 이성애 핵가족은 가장 근원적인 자연의 산물이라기보다는 인류 역사의 어느 한 시점에서 나타난, 경제 구조 변화에 따라 파생된 가족의 한 형태로 보는 것이 옳다. 보편성과 불변성을 가장하는 이데올로기의 특성상, 가족 이데올로기는 가족 내 젠더와 세대에 근거한 불평등과 지배관계의 현실적 모순을 은폐하는 기능을 하기도 하므로 이에 대한 비판과 성찰이 필요하다(305쪽).

 남성의 돌봄 참여가 일상적 생활 규범이 된다면 돌봄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성에 대한 성차별의 근거는 사라질 수 있으며,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모든 근로자의 권리로 확대될 수 있다(426쪽).


이민경, <우리에게도 계보가 있다>, 봄알람, 2016. 

 190.6. 1994년에 태어난 셋째의 성비다. 1990 ~ 1994년은 한국에서 역사상 여아 낙태가 가장 심했던 시기다. 나는 그 무렵에 태어났다(157쪽).······중략······한국에서 여성 살해가 최고치에 다다랐을 때 태어난 나는 강남역 살인 사건이 발생한 2016년 5월 17일에야 이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깨닫게 됐다. 많은 이가 의아해하듯 유사한 사건이 여태까지 숱하게 있었고 그때마다의 피해자가 피해를 당한 데에 여성이라는 이유밖에 없었음은 이미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그러나 죽음이 내 생각보다 더 가까이에 있음을 피부로 느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158쪽).


이민경,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봄알람, 2017.

 “여성이 어쩌다 지혜로워졌습니까? 가진 것 없는 인간이 맹수에게 죽기 싫어서 지능을 이용해서 살아남았습니다. 여성도 있는 그대로 살 수 있었다면 굳이 지혜롭지 않아도 괜찮았을 겁니다. 생존을 위해 지혜를 짜낸 쪽더러, 모자라도 충분히 살 수 있었던 팔자 좋은 본인들을 너그러이 품으라 종용하는 건 아무래도 얄밉습니다(32쪽).”


이은용, <나, 페미니즘하다>, 씽크스마트, 2020.

이은용, <아들아 콘돔 쓰렴 ㅡ 아빠의 성과 페미니즘>, 씽크스마트, 2018.


이은의, <삼성을 살다>, 사회평론, 2011.

 남성중심적인 조직 안에서 여사원이 나이 들어 간다는 것은 차곡차곡 시간에 정비례해서 애환이 느는 것을 의미한다. 조용조용 업무를 처리하면 나이 들어 열정이 없어졌다고 하고, 목소리가 커지면 나이 들어 히스테리가 늘어났다고 한다. 결혼을 하면 결혼해서 변했다고 하고, 결혼을 안 하면 결혼을 안 해서 변했다는 말이 나온다. 살이 쪄도 안 되고, 주름살도 안 되고, 새치도 안 된다. 여자들에게는 안 되고 피곤한 것들이 하나둘 늘어나는데, 남자들에게 당연하게 주어지는 진급이나 배려는 늘 줄을 몰랐다(154쪽).


이은의, <예민해도 괜찮아>, 북스코프, 2016.

 여성의 가사노동은 남성의 경제적 부양에 비해 가치가 덜한 노동이 아니다. 여성이 가사와 육아에 전념하는 것은 부부 사이에서 합리적인 분업과 분담을 한 결과물이다. 그래서 10년 이상 함께한 부부일 경우, 어느 한쪽이 해 온 가사노동의 가치를 부부가 축적해 온 경제활동 결과의 절반으로 계산하는 것이다(222쪽).


이인, <성에 대한 얕지 않은 지식>, 을유문화사, 2017.

 현대인들은 임신과 출산을 성기로 하지 않고 머리로 하고 있다. 우리는 성을 관리하고 계획하고 통제한다. ‘두뇌 출산’이 벌어지는 셈이다(35쪽).

 여성의 자궁은 국가에 복속돼 애를 낳아야만 하는 도구가 아니다(230쪽).

 남녀를 다른 별에서 온 것처럼 생각하는 습관은 남녀의 차이를 고정된 특성으로 간주하면서 여성과 남성이 평생에 걸쳐 변화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은폐한다. 여자든 남자든 성장하고 의식도 변한다(303쪽).


이혜민, <요즘 것들의 사생활>, 900km, 2018.

 은미: 돌아가면서 해야 둘 다 우리 살림을 잘 알게 되고, 혹시 서로가 없을 때에도 같은 상태를 유지하면서 생활할 수 있는 거잖아요(78쪽).

 섭: 그러니까 육아라는 게 지속적으로 노동이 투여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뭐든지. 애가 자는 것도 그냥 눕히면 자고 그런 게 아니거든요. 바로 안 자려고 하고 눕히면 일어나서 뛰어나가요. 그럼 잡아다 다시 눕혀야 되고, 옆에 붙어서 책도 읽어 줘야 되고, 노래도 불러 줘야 되고 별거 다 해 줘야 간신히 자죠. 그게 거의 한 시간이 걸려요. 또 아이는 자주 나가서 놀게 해 줘야 되잖아요. 그래서 틈 날 때마다 어딜 또 데려갈까 늘 고민이 되죠. 어디는 모기가 너무 많은데, 또 어디는 너무 추운데··· 그런 것까지 고려해야 하니까요. 나갈 때도 옷은 뭘 입혀야 되나, 뭘 챙겨야 하나. 모든 게 순간순간 다 노동이죠(1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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