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연남동과 북창동에서
6일 오전 열 시 오십 분 서울 동교로 27길. 연남동. ‘이 길에 사람 드물 때도 있구나’ 싶었을 무렵 택시가 내 왼쪽을 앞질러 갔다. 영하 10도쯤. ‘추워서겠지’ 하고 짚었을 때 마주 오던 이가 불어로 누군가와 통화하며 지나갔다.
전봇대 가득 이리저리 얽힌 줄 아래로 늘 오가는 이 많은 길. 불어와 영어와 중국어가 많이 들렸다. 러시아어와 일본어도 잦았고.
관광객 호기심 어린 눈빛과 젊은이 웃음이 길가 빈 곳을 가득 채웠다가 하늘로 튕겨 흩어지곤 했다. 길가 집 해묵은 벽돌이 이야기 품는 스펀지라도 되는 양 여러 눈빛과 웃음을 오래 붙들어 두는 성싶었고.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이 길이.
▴6일 10시 50분 45초 서울 동교로 47길. 영하로 내려간 날씨 때문인지 거리가 한산했다.
열 시 오십칠 분 서울 동교로 한 횡단보도 앞. 두 젊은이가 어느 나라에서 쓰이는지 모를 말을 주고받으며 내 앞을 스쳤다.
홍대입구역 2호선 플랫폼. 베트남어를 쓰는 사람이 많았고.
965미터쯤 걸었다. ‘케이(K)’를 앞세운 여러 흐름이 바짝 졸여져 서린 듯싶은 길거리. 얼마나 더 많은 이가 머물다 떠날지 모를 일. 간판이 자주 바뀌는 곳과 해묵은 대로 버티는 가게가 나란히 서 있듯 잠깐 머물다 떠나는 이와 오래 살고 있는 사람이 마주 오거나 스치는 길이다. 옳거나 그른 것 없는 길거리.
▴6일 10시 57분 30초 서울 동교로 한 횡단보도 앞. 횡단보도 건너편에 연남동으로 들어서려는 듯싶은 사람이 많았다.
오전 열한 시 이십 분쯤 시청역 7번 출구. 바람이 세찼다. 한국말만 들렸고. 날씨 탓에 건너편 창덕궁 앞도 고요했다.
열한 시 사십사 분쯤 서울 세종대로 14길. 북창동. 200미터쯤 걸었다. ‘이 좁은 길에까지 찬바람이 드네’ 싶었을 때 내 앞쪽 두 사람이 국숫집으로 들어갔고.
뒤따라 들어간 국숫집에서 나는 ‘요즘 내가 뭘 하는지’를 봤다. 탁자 건너편에 앉은 오랜 친구가 ‘요즘 내가 뭘 하는지’를 알게 했다. 거울처럼. 삶은 덮어 감추거나 소리 없이 흐를 수 없는 것. 오랜만에 걸으니 사람이 보였다.
▴6일 11시 44분 47초 서울 세종대로 14길 옆 한 골목. 세찬 바람이 골목을 휘돌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