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설위원실. 실장이 있고 나도 앉아 있다. 글이 꼬였을까. 실장이 입에 담배를 문다. 방에 연기가 퍼진다.
“선배. 제가 담배 끊은 지 한참 됐습니다. 논설실에 연기 차면 숨 쉬기 힘드네요.”
나는 말했다. 숨 쉬기 힘들었기에. 한두 번 아니었기에. 건물 안에선 금연하기로 약속한 신문사 논설위원실에 앉아 담배 피우면 곤란하니까.
그는 “미안하다” 했다. 담배를 끊으려는데 잘 안 된다며. 다음부턴 건물 밖으로 나가 피우겠고 곧 끊을 생각이라며.
말은 그랬지만 논설실장은 꾸준히 담배를 피웠다. 논설위원실에 앉은 채로. 그와 사설과 칼럼 내용을 두고 토론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담배처럼 막무가내여서.
#2 논설위원실. 사장이 갑작스레 들어온다. 뭔가 꼬였을까. 실장에게 담배를 하나 달라더니 입에 문다. 방에 연기가 퍼진다.
“애가 어려서 그런지 잘 안 통해, 답답하다.”
사장이 말했다. 그가 애로 보고 답답해한 사람은 노동조합 위원장. 논설위원실 맞은편에 있던 노동조합사무실로 위원장을 찾아갔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나와 투덜댄 것.
사장은 한 대기업 임원으로부터 전화를 받고는 멀쩡히 배달되던 다음 날 아침 자 신문을 되돌려 쓰레기통에 넣게 했다. 대기업 임원이 짚은 기사를 통째로 들어내고 다른 걸 앉힌 뒤 신문을 다시 찍게 한 것. 공정 보도 체계, 기자 양심과 자존심, 표현 자유 들을 깡그리 짓밟았다. 오직 광고주를 위해. 오로지 돈을 위해.
사장이 한 짓을 비판한 노동조합 성명이 사내 게시판에 붙었다. 사장은 이를 떼게 하겠답시고 노동조합 위원장을 찾아갔다가 “잘 안 통해 답답”한 마음에 논설위원실로 건너와서는 투덜투덜. 담배 연기와 함께 내뱉는 푸념에 담긴 게 무엇인지 알 것 없고, 거리낄 것 또한 없는 듯했다.
“애들이 뭘 잘 모르죠.”
논설실장이 말했다. 사장 말에 화답한 것. 둘이 어쩜 그리 똑같았을까.
<밥풀을 긁어내는 마음으로> 141쪽. 나는 둘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네, 선배보다 후배가 많이 모르게 마련이죠. 더 약하고요. 그래서 선배들이 후배를 품어 주는 것 아닌가요. 지금 노조에서 말하는 것도 선배들이 잘 품어 주셔야죠. 후배들은 편집권이 무너지면 신문 미래도 망가진다고 생각합니다. 독자가 외면할테니까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