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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짓는 은용이 Aug 22. 2021

여성 노동자에게 “쉬하고” 다시 마주 앉자는 사장

밥풀 풀이 4

 “똥값, 물값, 많이 들어갑니다.”

 칠팔 년 전 노사협의회에 노동자 대표로 나간 내게 사장이 한 말. 신문사 운영 비용을 설명한답시고. 화장실 쪽을 가리키며. 똥값.

 사장 말은 ‘노사협의회가 귀찮고 거북한 속마음’으로 들렸다. 함부로 말해 ‘너는 새까만 후배 놈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방증하고 내리눌러 노사협의회 흐름을 지배하고픈 마음.

 “넌 왜 창간 기념식에 안 왔냐?”

 신문사가 생긴 지 삼십일 년쯤 됐을 때 기념식에 가지 않은 내게 사장이 다가와 한 말. “할 일이 좀 있어서···”라는 내 대답을 낚아채듯 사장은 “사장이 미워서 안 왔겠지”라고 말하고는 팽 돌아서 갔다.

 <밥풀을 긁어내는 마음으로> 140쪽. 사장은 눈 아래에 사람이 없는 듯했다. 몹쓸 위계(位階). 술 취해 제 분에 못 이기면 신문사 주차장 철문을 찼다. ‘로보트 태권브이’ 뱃속 ‘훈이’처럼. 날아 차기로. 전봇대에 화풀이하기도 했고. 어떤 날엔 사장 차 뒷자리에서 곧 꽁초 될 성싶은 담배를 입에 문 채 내리더니 그대로 신문사 현관을 지나 사장실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불 붙은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끼운 채. 둘레 사람 눈살 같은 건 신경 쓸 일 아니라는 듯.

 여든까지 갈 세 살 버릇일까. 또 다른 노사협의회에서 “우리 쉬하고 합시다”라고 말했다. 여성 노동자 대표가 맞은편에 있는 자리였음에도. ‘우리 잠깐 쉬었다 합시다’쯤이면 넉넉했을 텐데 굳이 ‘쉬하고’를 쓴 것. 어린아이 말로 깔봤다. ‘너 같은 새까만 후배가 어디서 감히’라고 업신여겼고.

 여성 노동자 대표는 그 신문사 노동조합 위원장이기도 했다. 마땅히 존중할 사람이고, 마땅히 대등한 노동자 대표였음에도 사장은 뼛속에 ‘후배였던 애’로 담아뒀을 뿐일까. 어린아이 어르듯 “쉬하고 합시다.” 일부러. 여성 위원장을 가장 나쁘고 비겁하게 혐오한 것으로 나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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