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풀 풀이 5
월경 모른 채 폐경 그린 소설가. 소설 <언니의 폐경>. 함부로 쓰거나 말하면 곤란하다는 걸 잘 내보였다. 월경하는 오십 대 언니가 “뜨거워. 몸속에서 밀려 나와”라고 말했다는 둥 동생이 언니의 팬티를 손톱깎이에 달린 작은 칼로 잘랐다는 둥 패드로 언니 허벅지에 묻은 피를 닦아 냈다는 둥.
오랫동안 기자였다는 소설가가 제대로 취재하거나 확인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쓰면 곤란하지 않은가. “여자를 생명체로 묘사하는 것을 할 수는 있지만, 역할과 기능을 가진 인격체로 묘사하는 데 서투르다”는 걸 스스로 알았음에도.
페미니즘을 “못된 사조”라 일컬은 소설가. 2000년 구월 27일 <한겨레 21>과 한 인터뷰에서 페미니즘을 두고 “우리 딸? 그런 못된 사조에 물들지 않았어요.”
그는 그날 “여자들한테는 가부장적인 것이 가장 편안한 거야. 여자를 사랑하고 편하게 해 주고”라며 웃었고, “어려운 일이 벌어지면 남자가 다 책임지고. 그게 가부장의 자존심이거든”이라고 말했다.
특히 “난 남녀가 평등하다고 생각 안 해. 남성이 절대적으로 우월하고, 압도적으로 유능하다고 보는 거지. 그래서 여자를 위하고 보호하고 예뻐하고 그러지”라고 덧붙였으니. 음. 이런 사람이 팔 걷고 싱크대 앞에 서 봤을까.
<밥풀을 긁어내는 마음으로> 54쪽. 나는 그가 집에서 설거지나 걸레질을 해 본 적 있는지 몹시 궁금하다. 그는 싱크대 앞 시간을 모르는 ━ 몰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 참으로 남자다운 한국 남자인 듯하다. 자기 옛 말이 그릇됐다고 똑 부러지게 말한 적도 없으니 여태 같은 생각일 성싶고. 뚝심 참 대단한 듯.
해묵었다. <언니의 폐경> 2005년, <한겨레 21> 인터뷰 2000년. 나는 그를 우러르거나 그의 글을 보고 배울 까닭이 없겠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김훈은 바로잡을 때를 놓쳤고. 시간에 묻혀 잊히길 바라는 듯싶은데 그게 어디 쉬 잊힐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