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23일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
#제31회 민주언론상 심사평
민주(民主). 서른한 번째 민주언론상에 서린 낱말입니다. 이 나라 주인, 곧 권력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잘 비춘 후보작 열여덟 편에 찬사를 보냅니다. 수상작 일곱 편에 밝고 강렬한 한국 민주 언론의 미래가 깃들었음을 느꼈습니다. 매우 귀중한 씨앗이요 될성부른 떡잎인 터라 언론인 모두가 얼싸안을 일입니다.
이른바 ‘86’과 ‘MZ’ 세대 사이 동떨어진 생각과 시각이 보도·편집국을 흔든다는 얘기가 넘쳐 조마조마했는데, 새로운 민주 언론의 길로 접어들기 위한 진통일 수 있음을 ‘제31회 민주언론상’이 알게 했습니다. 이 진통 끝에 올 새 저널리즘이 궁금한 나머지 이런저런 기대가 차오르고 희망이 부풉니다.
인류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짓밟히고 아팠던 여성에게 진득한 눈길 두기 시작한 민주 언론. 좀 더 고르고 판판한 한국 민주주의 체계를 여는 열쇠입니다. 본상을 안은 <한겨레> 젠더팀과 첫 성평등 특별상을 받은 SBS 두 기자 같은 본보기 열쇠가 이제 곧 차고 넘치리라 여깁니다.
노동자와 시민 옆에 선 민주 언론. <한국일보> 세 기자가 올 1월부터 그린 ‘중간 착취의 지옥도’는 이견 없는 본상 작이었습니다. 이런 그림을 그려 내는 언론이 많아야 한국 사회에 ‘노동자 어깨로 들어 올린 복지’를 이룰 수 있을 겁니다. 보도 특별상 ‘늦은 배웅 ━ 코로나19 사망자 애도 프로젝트’로 시민 곁에 바투 선 <부산일보> 네 기자와 사진·영상 특별상을 품은 CBS ‘용돈 없는 청소년’ 제작진 같은 언론이 많아야 한국 사회가 좀 더 고르고 판판한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겠습니다.
강령을 비춘 민주 언론. 전국언론노동조합 다섯 강령 가운데 하나, “우리는 언론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깊이 인식하고 공정보도를 가로막는 권력과 자본의 횡포에 맞서 편집·편성권 쟁취를 위한 민주언론 수호투쟁에 나선다.” 국회의원과 대기업 회장 일가와 검찰 출신 고위 공직자에게 맞서 ‘화천대유 특혜 의혹’을 검질기게 파헤쳐 보도 특별상을 품은 CBS 경찰팀은 그야말로 발군이었습니다. 민주 언론 수호 현장에 늘 함께할 것으로 믿습니다. 강령 하나 더, “우리는 전 세계 노동자가 모두 하나라는 인식 아래 국제연대운동을 실천하고, 전쟁을 반대하며 항구적 세계평화실현을 위해 노력한다.” 이 강령을 실천한 듯한 ‘나는 미얀마 기자다’로 활동 특별상을 안은 오마이뉴스와 MPA 언론인께 고맙습니다. 세계 언론 노동자의 단단한 단결 주춧돌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시 저널리즘. 또다시 현장. 우리 다시 만나 ‘민주 언론 참 일꾼’으로 굳게 섭시다. 함께 나아갑시다.
2021년 11월 23일
제31회 민주언론상 선정위원회
김수진 반태경 신우열 윤여진 이선민 이은용 장형우
#상패
본상 ━ 한겨레
이정연 최윤아 임재우 박고은
젠더팀은 민주 언론 새 바탕이자 한국 민주주의 새 지표입니다. 인류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뒷전으로 밀려난 채 짓눌려 아팠던 여성을 어찌 바라봐야 할지를 잘 내보였습니다. 특히 ‘조용한 학살’에 시름하는 젊은 여성을 비춰 어떻게 죽지 않고 함께 살아갈지를 고민할 첫머리를 열어 주셨습니다. 흔들림 없이 더욱 따뜻하고 무거운 발걸음을 내디뎌 주시길 바라는 마음 담아 이 상을 드립니다.
2021년 11월 2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윤창현
본상 ━ 한국일보
남보라 박주희 전혼잎
‘중간 착취의 지옥도’는 자본가와 층층 간접고용 탐욕이 빚은 지옥이 이승에 고스란하다고 알렸습니다. 피땀 빨린 노동자의 눈물이 겹겹이 쌓여 한국 사회가 뿌리부터 썩고 있음을 드러냈습니다. 꾸준하고 세심한 취재와 보도로 노동자 곁에 선 민주 언론 본보기였습니다. 한국 사회가 지옥도에서 벗어나 ‘노동자의 어깨로 들어 올린 복지’를 이룰 실마리를 터 주셨기에 고마운 마음 담아 이 상을 드립니다.
2021년 11월 2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윤창현
특별상 보도 부문 ━ 부산일보
오금아 이대진 김준용 서유리
‘늦은 배웅 ━ 코로나19 사망자 애도 프로젝트’는 아버지의 마지막 숨결을 느낄 수 없어 병원 폐회로 티브이를 자꾸 어루만진 한 아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우리 모두의 슬픔으로 옮겨 냈습니다. 깊이 잠겨 까무룩 나앉고 마는 슬픔이 아니라 함께 느끼고 보듬어 일어나는 어깨동무였습니다. 이런 마음과 움직임이 혐오 따위를 누르고 한국 사회를 웃게 할 것이라고 우리는 믿습니다. 더욱 나아가 주시리라는 믿음 담아 이 상을 드립니다.
2021년 11월 2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윤창현
특별상 보도 부문 ━ CBS
유동근 박정환 서민선 김정록 백담 임민정 허지원 차민지
‘곽상도 子에 50억 지급’을 비롯한 화천대유 특혜 의혹 심층 보도는 끈질긴 취재와 큰 반향이 돋보인 작품입니다. 검은돈이 어디서 비롯돼 어디로 흘러갔는지를 살펴 올곧게 보도해 냈습니다. 국회의원과 대기업 회장 일가와 검찰 출신 고위 공직자에게 엄중히 책임을 물었다 하겠습니다. 이 사건의 끝에도 CBS 경찰팀이 우뚝 서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에 이 상을 드립니다.
2021년 11월 2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윤창현
특별상 사진·영상 부문 ━ CBS
김지수 신혜림 박준형 황민아 심진수
씨리얼 ‘용돈 없는 청소년’ 시리즈는 한국 사회의 아픈 손가락을 따뜻한 카메라로 감싸 안았습니다. 기댈 곳 기댈 사람 없어 고개 숙이고 눈물짓는 청소년에게 따뜻한 눈길과 마음을 둬야 할 때가 됐다는 경종이었습니다. 그릇된 능력주의에서 벗어나 누구에게나 고르고 판판한 세상을 향해 나아갈 밑돌이었습니다. 아름다운 경종을 울려 주셨기에 고마운 마음 담아 이 상을 드립니다.
2021년 11월 2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윤창현
특별상 활동 부문 ━ 오마이뉴스·MPA
소중한 미얀마언론인
“우리는 전 세계 노동자가 모두 하나라는 인식 아래 국제연대운동을 실천하고, 전쟁을 반대하며 항구적 세계평화실현을 위해 노력한다”는 전국언론노동조합 강령을 그대로 비춘 듯한 움직임입니다. 두 손 번쩍 들고 뜨거운 찬사를 보냅니다. 해직과 고문에 흔들리는 미얀마 언론인과 한국 시민이 한 덩어리로 이어져 있음을 알게 했습니다. 미얀마에 민주주의와 민주 언론 체계가 바로 설 때까지 더욱 힘내 주실 것을 알기에 이 상을 드립니다.
2021년 11월 2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윤창현
특별상 성평등 부문 ━ SBS
강청완 유수환
‘오거돈 강제 추행 피해자 첫 인터뷰와 연속 보도’는 권력자와 그의 동조자가 빚는 2차 가해가 얼마나 참담할 수 있는지를 잘 내보였습니다. 2차 가해에 담긴 남성 중심 사회 속 권력자와 주변인의 폭력이 범죄일 수 있음을 알게 했습니다. 잊을 수 없는 사건임에도 잊힐 듯한 흐름이 이어질 때 잇따라 보도함으로써 ‘성폭력 피해자 옆에 올곧게 선 언론’의 본보기가 됐습니다. 첫 번째 ‘민주언론상 성평등 특별상’을 받기에 모자람이 없어 기쁜 마음 담아 이 상을 드립니다.
2021년 11월 2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윤창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