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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짓는 은용이 Jun 06. 2022

시치미 또는 모르쇠

2022년 유월 6일 이은용 다시 드림(사진은 2009년 일월 3일)

발행일 : 2008-01-23 16:25


 제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획조정위원인 박형준 의원(한나라당)은 최근 전자신문 기자의 “신설할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내용) 심의 기능을 독립시키느냐”는 질문에 “인수위 검토 대상이 아니었다. 처음 듣는다. 심의라는 것이 뭘 말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시치미였을까, 아니면 모르쇠였을까. 자기가 하고도 아닌 체하거나 알고도 모르는 척 시치미를 뗀 거라면 ‘지금 말할 수 없으니 이해해 달라’는 뜻으로 알겠다. 그러나 아는 것이나 모르는 것이나 다 모른다고 잡아떼는 모르쇠로 일관했다면 얄궂다.

 설마 정말 ‘심의라는 게 뭘 말하는 것인지’를 몰랐을까. 박 의원은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으로 누구보다 방통위 설립을 위한 논의 과정을 잘 알고 있다. 실제로 그는 지난 (2008년 1월) 20일 방통위 설립·운영 관련 법안을 브리핑한 뒤 질의응답을 통해 “(방통위로 합칠) 방송위원회 직원 지위(신분)에 관한 논의는 어려운 문제”라며 방송·통신 행정기구 통합 아킬레스건을 정확하게 짚어 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한 김희정 의원(한나라당)도 시치미인지 모르쇠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대답을 했다. 지난 (2008년 1월) 21일 기자가 “방통위에서 방송·통신 내용 심의 기능을 떼어내 민간 독립기구로 만드는지”를 물었더니 “아직 인수위의 방통위 설립 관련 법안을 보지 못했다.…… (중략)…… 이재웅 의원(인수위 방통융합 태스크포스 팀장)이 있는데 내가 뭐라 얘기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고 대답했다.

 혹시 정말 몰랐던 것일까. 만일 그렇다면 과정(프로세스)이 잘못됐다는 얘기다. 인수위가 정부 조직 개편이나 방통위 설립·운영 법안을 두고 국회 방송·통신 상임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과 협의하거나 이견을 조율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국회에는 ‘안상수 의원을 비롯한 130인 발의자’로 한나라당 소속 의원 힘(?)을 빌려 두 법안을 제출했다. 목표에 빨리 다가가야 할 절박한 상황일지라도 민주적 절차가 무너지면 나중에 쓸어 담아야 할 게 더 많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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