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ㅇ 이 들어가는 말
‘ㅁㅇ’ 이 초성인 단어를 떠올려야 했을 때, 처음 생각난 건 ‘미움’이었다.
어제 있었던 일 때문일 것이다. 아침까지도 기분이 안 풀린 걸 보니.
굳이 예쁘지 않은 단어로 글쓰기 하고 싶지 않아서 계속 생각했다. 다른 단어는 없을까 하고.
몇 개 단어가 스쳐간 뒤에 번뜩 떠오른 게 ‘명언’. 그래, 오늘은 명언이다.
아들이 고 1 때 담임이 젊은 남자 선생님이었는데 아이들에게 정성을 다하는 분이어서 특별한 이벤트들이 많았다.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이벤트가 있다.
아빠, 엄마 각각 자녀에게 하고 싶은 말과 명언을 넣어서 샘에게 문자로 달라는 연락이 왔다. 엽서처럼 출력해서 1학기 말에 서프라이즈로 줄 거라고 했다. 타지에 있는 남편에게 당신 몫까지 하겠노라 하고 명언도 2개를 서칭 했다. 하나가 이 말이었는데 보자마자 아들보다 내가 사는 내내 기억해야겠다고 다짐을 했더랬다.
’ 나무는 비탈에서도 하늘을 본다 ’
엄밀히 말하면 명언은 아니다. 박승범 시인의 시집 제목이다.
그렇지만 살아오며 접한 어느 명언보다 굉장한 울림이 된 것 같다. 아들은 어땠나 싶어 당시에 물었었는데, 많이 놀라고 좋았다고 했다.
- 아들 생일이 식목일이다. 제왕절개하기로 결정한 김에 수술 날짜, 시각까지 미리 정한 거긴 한데 그날이 우연히 식목일이었고, 사주 넣어 지은 이름(한자)에도 나무목이 들어간다. 이것은 데스티니. -
비탈에서도 하늘을 보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옴팡 젖고,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휘청거리기도 하겠지만, 어떤 순간에도 하늘 보기를 그만두지는 않는 나무처럼 한 세상 그렇게 살다 가면 좋을 것 같다.
가끔은 땅 아래로 꺼져버리고 싶은 순간이 오거나 눈 감은 채 버티는 날도 있겠지만 머리 위에 나를 비추는 하늘이 있음을 잊지 말고
아들, 우리 내일도 고개 들어 하늘을 보자.
- 미움을 넘어 명언을 새겨본 여름날 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