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성 ㄱㅎ, 기회
오늘 아침, ㄱㅎ을 초성으로 둔 단어를 생각해 내려는데 쉽게 떠오르는 단어가 없었다. 몸이 피곤하니 머리도 둔해진 느낌에 AI 도움을 받았다. 주문 넣자마자 주르륵 올라오는 것들 속에서 훅 들어온 두 글자 - 기회.
사전적 의미는 어떠한 일이나 행동을 하기에 가장 좋은 때나 경우라고 한다. 여기에 내 맘대로 철학적(?) 이미지를 얹어보자면 기회라는 단어엔 많은 가용의 에너지가 담겨 있는 것 같다. 노력으로 얻은 것이든 우연히 찾아온 것이든 살면서 만난 수많은 기회를 내 것으로 하기 위해 충분한 에너지를 쏟아왔을까 문득 궁금해지는 밤. 기회인 줄 모르고 흘려보낸 아까운 순간들도 많겠지. 사람들 대부분 이렇게 산다고, 그러니 괜찮다고 누군가 말해주면 좋겠다.
짧지 않은 인생에서 경험한 숱한 기회들을 의미 있게 만들지 못하고 아쉬움으로 남은 기억이 있다. 처음이라 잘 몰랐고 어려워서 서툴렀고 어떤 날은 귀찮아서 피하고 싶었을 거다. 그중에 두어 개만 꺼내보자면...
양가 부모님 모두 자식 욕심이 없으시기도 했고, 맞벌이를 하고자 하는 상황에서 아이 둘을 친정엄마께 부탁할 수 없었다. 아들 태어나고 얼마 안 돼서 하나만 키우기로 남편과 합의. 지금도 이 선택에 후회는 없다. 아들도 어릴 때 외동으로 자라는 걸 좋아했다. 모든 게 완벽 조건. 각자 역할에 최선을 다하기만 하면 되는데, 돌이켜보면 많이 부족했다.
아이가 초등학생 되기 전에 그러니까 엄마 사랑 듬뿍 필요한 시기에 회사일이 바빴어서 잠들었을 때 귀가했다가 깨기 전에 출근한 날이 부지기수였다. 피로가 누적된 채로 주말인들 제대로 놀아줄 리 만무했다. 질 낮은 육아에 늘 미안함이 있었고 그게 다시 스트레스가 되어 아이에게 온전한 사랑을 주지 못했다. 내 탓이든 상황 탓이든 그때의 나는 내 앞에 놓여있던 수많은 기회들에게 불성실했음을 고백한다. 다시 안 올 시절인데 조금만 더 성실해 볼걸, 못내 후회가 남는다.
또 하나의 후회는 지금보다 어릴(?) 때 자기 계발에 열심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외국사를 이렇게나 오래 다니고도 변변한 영어 한 마디 못 내뱉기도 힘들 거 같은데 그걸 내가 해내고 있다는 사실^^; 언어라는 게 시나브로 일상에 스며들어야 익숙해지는 걸 알면서 긴 시간을 투자하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학원비 지원같이 회사에서 주는 기회들이 많은데 귀차니즘으로 외면하고 살았지. 오랜 시간 꿈꿔왔던 글쓰기 활동을 드디어 시작한 것처럼 영어 공부에도 슬슬 발동을 걸어야겠다. 기회가 후회로 남지 않도록 말이다.
초성 ㄱㅎ을 계기로 고해성사 한바탕 한 기분인데, 하룻밤 글쓰기 주제로 삼고 다시 모른척하는 건 아니겠지. 이 글을 다시 기회로 삼으면 되겠네. 리마인더를 매일 리마인드 하자. 동네방네 떠벌린 고백의 효과가 흐지부지되지 않게끔. 그거야말로 좀 짜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