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얼죽아 논평

익숙해지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

by 정은유


이런저런 줄임말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얼죽아‘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굉장한 거리감이 들었다.

체질적으로 찬 음식과 친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장이 예민한 데다 어릴 때 수족냉증이 심해서 엄마가 한약을 지어다 주실 정도였다.

성인이 되어서도 고생했는데 출산하고 나서인지 확실치 않지만 나이 먹으면서 좋아지긴 했다.

이만한 것도 감사하다.

겨울에 양말 신으면 답답해서 못 자고 안 신으면 발 시려 잠 못 자는 날은 없으니까.​


얼죽아,

세 글자 줄임말 중에 이렇게나 허세 가득한 말이 또 있을까.

추운 계절에 찬 음료 마시는 게 뭐 어떻다고 ‘죽어도’라는 말까지 넣어가며 줄여 놓은 건지 모르겠지만,

사계절 내내 취향껏 즐기는 이들이 부럽다.

허세 부리는 게 부러운 게 아니다.

추운 날 아이스 마셔도 괜찮으면 여름은 더 말할 것도 없을 거니까 이게 그렇다는 거다.

어릴 땐 수족냉증으로 고생하고,

지금은 한여름에도(더구나 요즘 날씨에) 아이스라떼 한 잔 편히 마실 수 없는 팔자이니

얼죽아의 세계는 나 같은 사람에게 미션 임파서블.

얼죽아처럼 익숙해지고 싶은데 그래지지 않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고차원적인 걸 찾아내고픈데, ‘얼죽아‘ 외에 떠오르는 게 없다.

점심 먹고 마신 아이스 카페모카 때문에 오후 내내 부대끼고

지금도 안 편하니 다른 생각이 안 나나 보다.

이게 다 기이할 정도로 더워서 그래.

이번 주도 계속 더울 거라던데,

오늘 고생한 거 까먹고 내일 또 아이스 메뉴 쪽 기웃거리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아몰랑,

내일 일은 내일 두고 보는 걸로.


- 한여름에 갑자기 얼죽아가 부러운 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