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병보다 더 무서운

일요병이라는 놈

by 정은유


언제부턴가 나한텐 월요병보다 더 무서운 일요병이 있는 것 같다. 월요일보다 일요일 오후가 더 긴장되고 피곤한 느낌이다. 뭘 해도 재밌지 않고 뭘 먹어도 맛있지 않은 무기력함에 지배당한 지 오래지 싶다.


청소라도 실컷 하고 나면 그나마 좀 낫다. 그런데, 손가락도 까딱하기 싫을 땐 청소도 뒷전이고 소파에서 리모컨과 핸드폰만 가지고 논다. 어제가 그랬다. 호르몬의 영향인지 바이오리듬 탓인지 몸이 어찌나 무거운지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일요일이었다.


월요병 대신 일요병이 있어서 좋은 점은 월요일이 무섭거나 무겁지 않다는 거다. 월요일이 뭐 어때서? 라는 느낌이랄까. 무용하게 주말 보내는 것보다 회사 나가서 할 일 착착하고 사람들과 밥 먹고 커피 마시며 스몰토크 하는 게 훨씬 덜 피로하다. 그러고 보니 나에 대해 잘 몰랐던 면이 있었는데, 이 글을 계기로 깨달았다. 난 확실히 새로운 도전보다 루틴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도 이왕이면 한 주를 끝내는 일요일을 보람 있게 보내면 좋을 텐데. 책을 읽던가 운동을 하던가 둘 다 부담스러우면 아이패드 들고 카페라도 가던가 말이지. 날 선선해지면 슬슬 움직여볼 수 있으려나. 더위를 심하게 타는 체질이라 이번 여름은 정말 쥐약이었다. 원래도 집순이 체질에 움직여봐야 땀만 흘리니 답이 없더라.



나에게 일요일 저녁나절이란 웅크리기 좋은 시간이다. 월요병이 무섭다거나 주말이 가는 게 아쉬워서가 아니다. 일요병을 이겨내기에 가장 쉬운 방법이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여름은 특히 더 그랬지 싶다.


지독했던 여름이 드디어 끝날 기미가 보이니, 계절이 바뀌는 길목에서 나의 주말 루틴도 변화를 줘봐야겠다. 새로운 도전은 부담스럽지만, 그 어떤 루틴도 첫 시작은 도전이었을 거니까 닥치고 고고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