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 기록

잘 쓰려고 잘 살게 되는 일상에 관하여

by 정은유


하루 한 편 글쓰기가 오늘로 만 3개월이다.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 길게 할 줄 몰랐다.

4주 채우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책이 생긴다 하여 호기심에 신청한 일이었다.

글을 쓰는 ‘과정’보다 책이라는 ‘결과’에 꽂혔었으니 염불보다 잿밥인 셈이다.


그런데 요즘의 나를 보면, 하루를 글쓰기로 끝내는 게 당연하고 소중한 일과가 되었다.

아침에 눈 뜬 순간부터 잠들기 전까지 보고 듣고 말하는 모든 것이 소재다.

다시 말해 무언가를 기록하기 위해 사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오늘 있었던 일, 글감에 대해 생각 정리한 것 등을 떠올리며

그때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어떤 기분이었는지 적는 행위가

단순한 기록 이상의 의미가 되어버렸다.

글을 쓰기 위해 하루를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게 습관처럼 익숙해졌다.


수면시간이 줄어 곧잘 피곤하고, 퇴근 후 다른 약속이 부담스러워

평일 스케줄이 단순해진 대가치고는 괜찮은 소득도 생겼다.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시절 기록’이 두 권 만들어졌으니 말이다.






어떤 날은 퇴근 후 집에 오면 숨 쉬는 것만으로도 힘이 달리는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안 쓰고 자면 그게 날 더 괴롭힐 것 같아 하루치 에너지를 바닥까지 긁어야 했다.

시작을 안 했으면 안 했지, 중간에 하다 말다 하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었나 보다.


글감에 맞게 착착 잘 써질 때도 있는데 그렇지 않았던 날이 대부분이다.

실력이 미천하여 표현이나 구성이 부족한 곳 투성이지만

정성을 다하지 않은 적이 없다.


쓰고 싶은 말이 안 떠올라 어렵고 힘들 때 있어도, 재밌으니 한다.

누군가가 눌러주고 간 하트는 한없는 고마움을 넘어 응원이자 위로였다.

계속 더 열심히 하라는 격려를 주신 것 같아서 대충 할 수가 없다.


이 이유 하나만으로 앞으로도 기꺼이

살며 사랑하며 배운 모든 것들을 담담하고 진솔하게 기록해 나갈 것이다.



뜨거운 여름에 시작해서 어느새 찬 바람 부는 계절이 된 9월에

마지막 글쓰기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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