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프 타 임

하루를 끝내며

by 정은유


거실 구석, 뚱하게 서있는 선풍기가

요 며칠 거추장스럽게 보이는 걸 보면

여름이 끝난 건 맞는 거 같은데,


그 계절에 내리던 비가 아직 남은 건가

아님 새로 오는 건가.

뭐든 간에 참말로 지루하단 말이다.

우리, 그만 좀 보자 제발.



오늘은 수요일

한 주의 하프타임 시점

땀 흘리며 울다 웃다 하다 보니

전반부가 지나버렸다.


스코어도 못 내고

애먼 곳만 뛰어다니다 멈춘 느낌.


“왜 사냐건 웃지요” 하는

옛 시 마지막 구절이

이 순간 왜 생각나지.


남은 경기는

서두르지도, 미리 포기하지도 말라는 뜻인가.

바람이 방향을 알려주고

시간이 나를 데리고 갈 테니까

그 흐름 속에서 천천히 숨을 고를 뿐



오늘 밤은 일단

고요한 숲 속의 주인 없는 그네처럼

깊고 편안하게 잠들어야겠다.

찬란한 슬픔뿐이더라도

종종 대며 나아갈 내일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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