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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지 Jan 17. 2020

말하지 않고도, 사랑.

그는 사랑한다는 말을 빼고 모든 것을 하고 있었다.


그는 감정표현에 있어서도, 날 대하는 모습에도 늘 소담한 편이었다.

뭘 해도 적극적인 나에 비해 그는 이상하리만치 침착하고 조용한 성격이었다.


그에게 서운했던 것 중 하나는 그것에서 비롯되었다.

연인에게 듣는 온 우주가 터질 것 같은 사랑표현을 바랐던 나에게 그의 표현은 늘 어딘가 모자랐고, 인색했다.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을 잠시 헤집으며 통화를 할때면 장난스레 나는, "친구들한테 난 사랑에 미친놈이라고 말해!" 라며 진담 반 농담 반의 말을 건넸다.

그는, "그래" 라고 했지만 단 한번도 그렇게 하지 않았더랬지.


지금도 그의 적극적인 사랑 표현과 달디단 말들을 원하지만, 함께한 시간동안 내가 느낀 그의 모습은

그는 '사랑한다' 말하지 않을 뿐, 사랑하고 있었고 '보고싶다'는 말 없이 행동으로 보고싶은 마음을 표현했다.


회의 때나 화장실에 가있을 때를 제외하고, 그는 번거로운 시간이던 곤란한 시간이던

언제든 나의 전화를 거절하지 않고 받으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늘 전화를 먼저 끊지 않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나에게 전하려 노력했고,

또 내 이야기를 들으며 누구보다 재밌어하고 또 응원해주었다.


잘 잤는지, 밥은 뭘 먹었는지 사소한 안부를 궁금해하는 그의 모습은

별 것도 아닌 나의 습관에 함박웃음을 짓는 그의 마음은

'사랑한다' 말하지 않았지만 느낄 수 있었고 '보고싶다' 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그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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