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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짱 Jan 10. 2018

쇼코의 미소

<쇼코의 미소>, 최은영 저 

 한동안 집에 들어가기 힘든 상황에 놓였던 적이 있다. 그 때 나는 에어비엔비를 통해 홍대입구역 근처에 자리한 건물의 10층에서 일주일정도를 머물렀다. 이제는 없어졌지만, 건물 1층에는 출판사 문학동네 북카페 '카페꼼마'가 있었다. 카페꼼마에서는 아이스음료를 주문하면 소설의 한 구절을 적어둔 투명 유리컵에 내어줬던 줬는데, 나는 매번 <쇼코의 미소>컵을 받았다. 그렇게 나는 <쇼코의 미소>와 만났다.


어떤 연애는 우정 같고, 어떤 우정은 연애 같다.
쇼코를 생각하면 그애가 나를 더이상 좋아하지 않을까봐 두려웠었다.


<쇼코의 미소>의 관계들은 시시때때로 나를 울렸다. 사소한 우연으로 시작되었을지라도 결코 작지 않았던 인연들. 우연을 인연으로 만드는 사람은 사람을 소중하게 바라볼 줄 알았다. 사람을 소중하게 바라볼 줄 아는 사람들은 마음 속 아픔을 견디며 살아간다. 아파보았기 때문에, 버티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기때문에 그렇기에 그들의 눈엔 아픈 사람이 보인다. 그들이 스스로 아프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을지라도. 그렇게 견디는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심정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것은 우연을 인연으로 만드는 힘이었다. 

하지만 비극은 있었다. 우연을 인연으로 만든 사람들이 견디지 못하고 아플 때, 소중한 관계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사람이 떠나버리는 것이다. 아픔을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이 모두 아름다운 시선을 바라보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알게된다. 살면서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소중한 인연이었음을.


나는 한지를 알지 못했다.
그애의 세계를, 그애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조금은 더 따뜻해지고 밝아지는 세계를 알지 못했다. 


죽음이라는 건 많은 것을 앗아간다. 마음이며 몸이며 생각이며 의지같은, 살기위한 많은 것들을 앗아가버린다. 동시에 죽음은 많은 숙제를 안겨준다. 견디는 방법, 슬픔에 잡아먹히지 않는 방법. 소중한 사람을 잃는 것은 똑같은 경험을 해보지 않는 한 절대 공감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찾는다면 방법은 하나다. 절대 잊지 말아야한다. 우리는 그들보다 더 많은 것들을 기억해야한다. 우리는 그렇게 기억하는 것으로 그들을 위로해야한다. 많은 것이 빼았겨버렸지만 그럼에도 절대 없어지지 않는 마음 속 깊은 자국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우리는 잊지말아야한다.


마음이 기억에 붙어버리면 떼어낼 방법이 없어 몇번이고 다시 태어나는 법이라고 했다. 그러니 사랑하는 사람이 죽거나 떠나도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말라고, 애도는 충분히 하되 그 슬픔에 잡아먹혀버리지 말라고 했다. 안그러면 자꾸만 다시 세상에 태어나게 될 거라고 했다. 나는 마지막 그 말이 무서웠다. 


<쇼코의 미소>는 나에게 두 가지 자국을 남겼다. 단편소설이 가져다 주는 묵직함 그리고 '최은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작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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