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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짱 Oct 24. 2018

꿈에서 만나요

나는 늘 그렇게 철든 척을 한다

 하루의 시작은 꼭 그 하루를 책임지는 것만 같아서, 아침엔 항상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듣는다. 눈을 뜨고 커튼을 걷는 일보다 더 일찍 스피커를 켠다. 문득 우리 엄마의 아침은 어떨까 하고 생각한다. 혼자 살게 된 이후 나는 점점 엄마의 아침을 모르게 되었다. 나의 아침이 언제나 더 중요했고, 더 분주했다. 반찬은 있는지, 이불을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닌지, 옷을 사야 하는 것은 아닌지, 우리 엄마는 자주 질문했다. 그런 엄마에게 이번엔 내가 새삼 질문을 던졌다.


 "엄마 요즘 아침에 뭐해?"


 다소 뚱딴지같았을 법도 한데, 엄마는 정성스레 대답했다. 


"오로지 시간 맞춰 요가 갈 생각뿐이다. 

근데 요가를 안 가면 아침이 가볍긴 해.

안 가는 날에는 쉬는 날이거든."


 젊었을 때부터 몸을 쓰는 일을 많이 했던 엄마는, 몸이 더 고장 나기 전에 해야겠다며 요가를 시작했다. 가끔은

 조금 지나치게 몰입하는 것 같아 걱정도 했었다. 떠나버린 딸들의 빈자리 때문에 시작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편하게 좀 살라며 핏대 세우며 이야기하기도 했다. 


여전히 철들지 못한 딸이 잔뜩 철든 척하며 답했다.  

 "요가가 있으니까 쉬는 날도 있는 거 아니겠나?"


 엄마는 항상 자기 방식을 찾아나가는 사람이었다. 첫째 딸이 결혼을 하겠다며 집안을 뒤집어놓을 때에도, 둘째 딸이 대뜸 서울에서 살 것이라며 선언할 때에도, 셋째 딸이 잘하던 요리를 그만두고 바리스타로 전향하겠다는 결심을 내놓을 때에도 우리 엄마는 늘 딸들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했다. 우리 엄마는 앞선 걱정과 책망보다는 언제나 질문부터 했다. 그 질문은 우리의 생각을 무너뜨리기도, 더 굳건하게 만들기도 했다. 엄마가 했던 수많은 질문 속에 얼마만큼의 고민과 아픔과 슬픔이 녹아있는지, 나는 앞으로도 온전히 이해할 자신이 없다. 다만 나는 엄마를 위해 꿈을 꾼다. 엄마와 함께 가장 가고 싶어 하시는 호주로 여행하는 꿈. 그곳에선 함께 요가를 하고, 좋아하는 노래를 함께 들으며 아침을 맞이할 것이다. 


침대에 누워 엄마가 좋아하는 노래를 재생해본다.

오늘 밤은 꿈에서 만나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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