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렇게 행복해할 일인가..
'아빠가 자식들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은 아이를 낳아준 엄마를 아껴주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동안 마음에 걸려 소화되지 않았던 문장.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서도 변함없이 사랑하는 모습을 바라는 것은 불가능을 원하는 듯 느껴졌다.
나에게 결혼이란 불필요한 감정 소모와 이해되지 않는 이해관계의 늪이다. 이런 무시무시한 고정관념이 박혀버린 건, 언니의 결혼을 경험한 이후다. 독신으로 살겠다고 선언했던 언니가 갑작스러운 결혼의지를 밝혀 놀라긴 했지만, 언니의 결혼이 특히 유별났던 건 아니었다. 결혼한 지 무려 3년이 되어가는 언니 부부는 여전히 신혼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까. 하지만 통과의례라고 통칭되는 과정은 나에겐 더없이 갑갑했다. 영원할지도 모를 마음을 약속하느라 이렇듯 거창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사실이 불편했다. 어느새 나는 웬만한 결혼식에는 잘 참석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오래된 친구의 결혼식은 피할 수 없었다. 약간의 의무감으로 부산행 기차에 올랐다. 해운대 앞바다에서 만난 그녀는 여유를 가지고 준비해도 벅찬 결혼을 단기간에 준비하느라 정신없는듯했다. 나는 그녀의 피곤한 표정 속에 무언가 단단하고 빛나는 확신이 녹아있음을 발견했다. 남은 인생을 마주걸을 사람과 미래를 약속하는 그녀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영원하지 않다고 해서 아름답지 않은 건 아냐.' 결혼하는 친구의 얼굴이 말했다. '어리석은 생각에 갇혀 소중한 약속을 놓치는 것만큼 어리석은 건 없겠지?'속으로 되물었다. 그녀의 확신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 나에게도 주어졌으면.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기찻길.
아이폰 속 언니의 결혼사진을 뒤적여본다.
덜컹거리던 기차소리가 귀에 익어 고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