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가 가장 좋아하는 색은 뭐야?
'풍부하고 다채로운 색상을 우리말로 인지함과 동시에 섬세하고 감각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우리 일상에 생기를 더해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오이뮤 스튜디오의 '색이름'이라는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발견했다. '352가지 우리말 색이름과 그래픽'이라는 소주제로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는 1991년도에 발행된 '우리말 색이름 사전'의 지적재산권의 이용 허락을 받아 그래픽 작업과 짧은 산문들이 곁들여져 완성되었다. 아직 책을 받아보진 못했지만, 이 책에 영감을 받아 내가 좋아하는 색 두 가지를 사물에 빗대어 정해보았다.
https://tumblbug.com/oimu_color (오이뮤의 '색이름'프로젝트 텀블벅 링크)
깊고 조용한 곳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나는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사람들과 대화하며 스스로를 환기한다. 대화를 통해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조차 새롭게 느껴지는 일도 더러 있었다. 어느 날은 스쳐가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던 적이 있다.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 고민하던 날이었다. 문득 ‘코랄’ 색이 떠올랐다. 바닷속 깊숙한 곳에서도 생명을 발하는 ‘산호’ 색. 예쁘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색. 코랄색으로 기억되고 싶다.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때로는 상처 받지만 이를 치유하는 것 또한 사람이었음을 안다. 나를 스쳐가는 모든 사람에게 바라게 되었다. 나와 함께 하는 순간만큼은 언제부턴가 따뜻하고 부드럽게 미소 지어지는 그런 시간이 되기를.
마른 것도 좋은 재료가 된다.
녹차는 잘 말려진 좋은 찻잎이 될 것을 미리 알고 자라지 않았다.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좋아하는지, 가고 싶은지는 끝까지 가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지금까지의 길이 그러하였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러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나는 적어도 미래의 완성된 모습에 모든 가치를 두지 않으려 노력한다. 오랜 시간 차분히 말린 하나의 녹찻잎처럼, 천천히 덤덤하게 나만의 모양으로 만들어갈 뿐이다. 설령 마지막이 찻잔 속이 아니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