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해야할 것은 많아졌지만, 기억해야할 것은 줄어갔다."
- 티거jang , 브런치
내가 구독하고 있는 브런치 작가의 최신글에서 보았던 인상깊은 구절이다. 진부화된 자신에 대한 회고와 퇴사 후 새로워진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최근 내가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던 '나의 오늘에 대한 기록'과도 맞닿아 있는 것 같아 수첩에 기록해두었다.
2년전 나는 6개월간 인턴으로 다니던 회사를 나오고 싶어했다. 이유는 여러가지였지만, 결국 나는 퇴사하는 과정 속에서 깔끔하게 마무리 하지 못했다. 첫 사회 생활을 경험하게 해준 회사에서의 찝찝한 경험은 나를 꽤나 오랫동안 괴롭혔다. 이 기억이 나를 못살게 굴때마다 나는 생각했다. 그 회사가 나에게 맞지 않았던 거라고, 나는 열심히 했지만 그 회사가 나를 거부했다고 말이다. 하지만 다시끔 생각해보면 내가 스스로 진부함을 못이겨 나온 것 같다. 그 회사가 진부해서라기 보다, 내 스스로 계속해서 새로운 일을 찾는 것을 멈춰 가만히 서 있었기 때문에 그 자리가 진부해졌고 지루해졌던게 아닐까하고 생각해본다.
최근에도 비슷한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물론 이전 회사에서 나올때처럼 복잡한 마음을 이겨내지 못한채 포기해버리는 찝찝한 과정을 거친것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더욱 명확한 것 같았다. 또 한발자국 나가는 것에서 나는 멈춘 것이다. 하지만 이전과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도망가지 않았다는 것. 지금은 온 힘을 다해 방법을 찾고, 고민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적어도 그렇게 믿고 있다.
내가 바뀌어야 할 때,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할 때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나의 가장 첫번째 과제는 이러한 나의 변화를 상세하게 기록하는 것. 이 순간들의 기억을 잊지 않고 붙잡아두기 위해 지금의 나를 기억하기 위해, 나중의 나를 위해, 지금의 나를 위해 기억을 기록하는 것.
나를 기록하다보면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나 상황에 대해 피하지 않고 직면하게 될 것이고, 나에게 없는 '지식의 근육'을 키우려고 노력하게 될 테니까.
자신이 진부한 삶을 살고 있다고 인정하는 것에서 부터 (혹은 생각의 회로가 진부해져버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비로소 나를 위한 삶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