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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광웅 Apr 16. 2016

100일 내가 본 유럽-파리(Ⅱ)

염소, 위험

2015년 9월 2일


이른 아침의 베르사유 궁전의 내부 입구


염소- 베르사유 궁전


조금 더 들어가 보니 농장 같은 곳이 있었다. 가보니 염소, 산양, 당나귀, 돼지, 닭들이 우리 안에서 자유롭게 풀을 뜯어먹고 있었다. 나는 갑자기 동물 농장에 온 것 같아서 당혹스러웠다. 이곳 농장의 특징은 새끼들이 많았다는 것이었다.

새끼 염소들이 귀여워서 한쪽으로 가서 염소를 불렀는데 염소 한 마리가 나한테 다가오는 것이다. 너무 귀여워서 풀을 뜯어서 한 움큼 주었다.

'유럽 100일 여행 中 D-18'


베르사유 궁전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컸다. 오디오 가이드를 따라서 궁전의 모든 곳을 다 둘러보려고 했지만 상상 이상으로 큰 궁전의 크기 때문에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다녔다. 궁전의 크기도 대단했지만 사람들은 더 많았다. 이렇게 많은 인파가 다 어디서 왔는지 궁전은 사람들로 미여 터졌고 나도 그 틈에 휩쓸리며 다녀야 했다. 궁전 내부 관람을 마치고 궁전 정원에 나왔을 때 궁전 내부는 전체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와...  진짜 크다...


 이렇게 넓은 정원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감탄만이 나올 뿐이었다. 정원 중앙으로 운하가 뻗어있었고 중간중간에 분수대가 보였다. 정원은 좌우로 완벽한 대칭을 이루었고 주변의 꽃들과 조각상들이 프랑스식 정원의 특징을 나타내 줬다. 베르사유 궁전과 정원은 정말 대단했다. 얼마나 대단한 궁전이었는지 유럽 여행을 하는 내내 베르사유 궁전의 크기와 맞먹을 수 있는 궁전은 만날 수 없었고 여행 중의 모든 궁전들을 작은 오두막처럼 만들었다.


베르사유 궁전 입구
베르사유 궁전의 내부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


나는 지도에 표시된 주요 장소를 관람하기 위해 이동했다. 정원이 너무 넓다 보니 빠른 걸음으로 걸어도 기본 30분 이상은 소요됐다. 정원은 걸어 다닐 수 있는 크기가 아니었다. 지도에 표시된 마지막 목적지는 정원 북동쪽 끝자락에 있는 마리 앙트와네트의 영지였다. 그랑 트리아농과 프티 트리아농을 관람을 하고 몸이 피곤하고 발이 저려 왔지만 마지막 힘을 냈다. 이 부근에 오니 정원의 느낌이 사라졌다. 주변에 보이는 오두막 집들과 작은 호수는 한적한 시골에 온 듯한 느낌을 풍겼다. 


마리 앙트와네트의 영지


메에에~

울음소리를 따라 영지 안쪽으로 들어가니 동물들을 키우고 있는 농장이 있었다. 나는 그중에서 염소들이 있는 우리 앞으로 이동했다. 새끼 염소들이 우리 안에서 뛰 놀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나는 염소들을 가까이 보고 싶어서 관심을 끌었다. 주변에 있는 풀을 뜯어서 흔들고 있으니까 앞 쪽에 있던 새끼 염소 한 마리가 다가왔다. 내가 손을 내미니까 새끼 염소는 손 안에 있는 풀을 먹기 위해서 목을 내밀었다. 내 옆에 있었던 스페인 부부도 풀을 먹고 있는 염소가 귀여워 보였던지 주변에서 열매를 따왔다. 그리고 나에게 웃으면서 열매를 건네주셨다. 열매를 보니까 여자 친구처럼 보이는 다른 염소 한 마리도 다가왔다. 커플 염소 한 쌍과의 만남으로 궁전에서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스페인 부부에게 이 동물들을 뭐라고 부르냐고 물어보니 영어 단어를 모른다고 하셨다. 대신 스페인어로 알려주셨다. 


까브라,
이게 이 아이들의 이름이다.




2015년 9월 3일


퐁피두 센터 전망대의 현대 조형물


위험- 사크레쾨르 사원


성당에서 나오는 길은 푸니쿨라를 안 타고 몽마르트르 언덕의 길을 통해 내려갔었는데 나는 왜 푸니쿨라를 타고 이동하라고 하는지 알았다. 내려가는 길목에 흑형들이 잔뜩 있었는데 나는 빨리 이동하고 싶어서 물건을 강매하는 흑형들이 사라고 해도 아무 말 안 하고 지나갔다. 그랬더니 손목을 확 잡아챘다. 나는 이렇게 진짜로 힘으로 손목을 잡아챌 줄은 몰랐다.

무서운 상황이었지만 그 당시엔 힘도 없고 너무 짜증이 나서 귀찮다는 눈빛으로 손을 내팽개쳤더니 빠져나올 수 있었다. 내가 성당을 밤에 방문하거나 주변에 여행자들이 없었으면 더 위험한 상황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유럽 100일 여행 中 D-19'


유럽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여행 관광지로 생각하면서 가고 싶어 하는 곳 중 하나이다. 유럽의 건축, 미술, 역사, 자연, 동양과 다른 이국적인 모습들도 사람들을 유럽으로 끌어들이는 특징들이지만 제일 중요한 요인은 다른 대륙과 비교하면 비교적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는 곳이라는 장점이다. 유럽은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치안이 잘 되어있기 때문에 연중 내내 남녀노소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도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할 때가 있다. 사크레쾨르 사원도 안전하지 못한 장소 중 하나였다.


사크레쾨르 사원으로 올라가는 푸니쿨라
몽마르트르 언덕


사크레쾨르 역 앞의 좁은 골목길에 수많은 집시들과 흑형들의 모습은 내가 봤었던 파리의 풍경과는 달랐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사크레쾨르 사원의 흑형들을 조심하라는 글들을 많이 봤기 때문에 나는 잔뜩 긴장했다. 한 가지 다행이었던 것은 관광객들이 많았기 때문에 내가 주목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푸니쿨라를 타고 사크레쾨르 사원 앞에 도착하자 파리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하지만 나는 풍경을 감상할 여유를 갖지 못했다. 사원 내부에 들어오니 다리가 풀리고 눈이 스르르 감기기 시작했다. 


사크레쾨르 사원을 나와 몽마르트르 언덕을 내려갈 때 사건이 터졌다. 푸니쿨라가 있었지만 내리막 길이었고 나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몽마르트르 언덕을 내려가기 위해서는 전망대 양 옆에 있는 계단을 이용해야 했다. 계단 앞 쪽에는 일행처럼 보이는 한 무리의 흑형들이 물건을 팔고 있었다. 나는 애써 그들의 시선을 무시하며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이동했지만 그들은 좁은 계단을 가로막았다. 그들은 짧은 영어로 물건을 팔려고 시도했고 나는 영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척하면서 최대한 빠져나오려고 했다. 


그 순간이었다. 무리 중에 제일 어려 보이는 흑형이 내 팔을 낚아챘다. 나는 갑자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흑형은 생각보다 힘이 셌고 내 몸은 지쳐 있었다. 흑형은 웃으면서 나를 쳐다봤고 나는 저항할 힘도 없어서 귀찮다는 눈빛을 보냈다. 다행히도 주변엔 사람들이 있었고 다른 여행자들이 지나가는 순간 팔을 내팽개치면서 그 순간을 피할 수 있었다.  나는 이번 일을 겪고 나서 물건을 파는 흑형들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니지만 혹시라도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놀라는 점 중 하나가 치안이다. 유럽에서 중범죄는 많지 않지만 소매치기는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정말 안전하다. 우리나라 같이 밤에도 길거리를 다닐 수 있는 나라가 흔하지 않다고 한다. 가끔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감사해야 할 점 중에 하나였다.


몽마르트르 언덕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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