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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광웅 May 11. 2016

100일 내가 본 유럽-바르셀로나(Ⅰ)

아름다움, 언어

2015년 9월 23일


공연 중인 산 자우메 광장


아름다움- 에스파냐 광장


에스파냐 광장에 도착한 순간 나는 다시 한번 놀라움을 느꼈다. 지금까지 여행한 도시 중에 파리에서만 아름다움을 느꼈었는데 바르셀로나도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에스파냐 앞의 광장과 앞의 건물 그리고 타일처럼 깔린 바닥 지금까지 보던 풍경과 다른 이국적인 모습에 내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다.

'유럽 100일 여행 中 D-39'


스페인은 유럽 대륙의 남서쪽 이베리아 반도에 위치하고 있다. 스페인을 경로에 추가하기 위해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기차나 버스를 이용해서 이동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결국 나는 전체 여행의 중반부에 항공 이동을 이용하여 스페인을 일정에 추가했다. 항공 이동 당일 뮌헨 공항에 도착했을 때 왠지 모를 설렘을 느꼈다. 오래간만에 다시 찾은 공항이라 그랬는지 다시 여행을 시작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게 지중해성 기후구나!


기후의 영향은 내가 생각하던 것 이상이었다. 서안 해양성 기후에서 오랫동안 여행을 다녔었기 때문에 보고 있는 모든 것들이 나에게 신기했다. 잎은 뾰족해지고 나무들은 작아지거나 줄기가 얇아졌다. 푸른 잔디밭이 아닌 모래와 흙이 뒤 덮여 있어 밀림에서나 볼 법한 모습처럼 보였다. 사람들은 기온이 떨어지는 저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반팔을 입고 다녔다.


공항버스는 나를 숙소 근처에 있는 에스파냐 광장에서 내려주었다. 나는 계속되는 새로운 풍경에 넋이 나갔다. 에스파냐 광장에서 내가 보고 있는 풍경은 내가 지금까지 봤던 유럽이 아니었다. 에스파냐 광장 타일의 조각과 몬주익 분수까지 이어진 거리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분명 바르셀로나도 유럽인데 처음 보는 조형물들과 건물들이 바르셀로나만의 아름다움을 더해주었다. 바르셀로나의 아름다움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아름다움. 에스파냐 광장


메르세 축제가 한창이었기 때문에 숙소에서 빨리 저녁을 먹고 거인 행렬 축제가 열리는 콜럼버스 기념탑으로 갔다. 콜럼버스 기념탑은 바르셀로네타 해변 근처에 있었기 때문에 주변에 야자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축제의 주인공들은 사람 키의 세배 정도 될법한 거인들이었다. 거인은 인형 안 쪽에 양 옆으로 막대를 덧대어 손으로 잡고 움직일 수 있었다. 축제의 분위기 속에서 거인들을 따라 같이 춤을 추며  나도 모르게 스페인의 흥겨움에 취했다.


콜럼버스 기념탑 근처
거인 행렬. 콜럼버스 기념탑


바닷바람을 따라 바르셀로네타 해변가로 갔을 때는 내가 꿈속에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황홀했다. 바르셀로네타 길을 따라 야자수들이 정렬해 있었고 그 옆에는 배들이 자신의 몸을 바람에 맞추어 살랑거렸다. 해변가 근처의 식당과 유원지는 시끌시끌했지만 해변은 그 어느 곳보다 고요했다. 밤이어서 앞은 안 보였지만 분명 내 귀에 들리는 것은 철썩거리는 파도소리였다. 나는 모래사장을 살포시 밟으며 천천히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내가 보고 있는 건 진짜 바다였다.


바르셀로네타 부둣가
산 자우메 광장의 프로젝션 쇼


나는 아름답다는 단어를 아무 데나 갖다 붙이지 않는다. 단어를 남용하다 보면 원래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르셀로나는 아름답다는 단어 외에 표현할 수 있는 도리가 없다. 파리와 바르셀로나, 분명 둘은 다른 도시인데 내가 느꼈던 감정은 같았다. 정말 아름답다...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보고 왔기 때문에 더욱더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표현하기가 어렵다. 내가 보고 왔던 모든 것들을 담아낼 길이 없을 정도로 바르셀로나는 아름답다.



2015년 9월 24일


사람들로 붐비는 산 자우메 광장


언어-


미술관 안에서 설명들은 언어가 3가지 언어로 되어있는데 영어는 항상 기본이고 2가지 언어가 비슷하게 생겨서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하나는 바르셀로나 지방에서 쓰는 카탈루냐어였고 다른 하나는 스페인 공식어인 스페인어였다. 공항에서부터 지금까지 3가지 언어로 적혀있어서 스페인어, 영어랑 뭘까 라는 의문이 있었는데 궁금증이 풀렸다.

바르셀로나 말고도 브뤼셀 브뤼헤에서는 프랑스어 네덜란드어(플랑드르어) 영어 3가지 언어를 같이 병기하고 있었다. 한 나라 안에서도 다른 언어를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지역만의 특색이 나타나지만 현지인 입장에서는 언어가 달라서 거리감이 느껴질 수도 있다.

'유럽 100일 여행 中 D-40'                                            


바르셀로나에서 숙박할 비앤비를 예약하기 전 나는 호스트에게 메르세 축제에 대해서 물어봤다. 숙소로 체크인하는 날 호스트는 친절하게 메르세 축제 일정을 출력해서 나에게 건네주었다. 메르세 축제의 마지막 날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정이 빽빽이 적혀 있었다. 나는 그라야를 연주하는 파이퍼들의 모닝콜에서 시작해서 총을 쏘는 블룬더부스, 메르세 축제의 꽃인 인간 탑 쌓기, 아름다운 합창과, 축제의 끝을 알리는 불꽃 축제까지 쉴 새 없이 이동했다.


파이퍼들의 모닝콜. 메르세 광장


산 자우메 광장에 도착했을 때는 인간 탑 쌓기를 보러 온 관광객들에 의해 숨 쉴틈이 없었다. 축제를 많이 체험했기 때문에 수많은 인파에 묻히는 건 익숙해져 있었지만 스페인의 행사 통제는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미숙한 면을 많이 보여줬다. 믿기 힘든 한낮의 더위를 느끼며 기다린 끝에 드디어 인간 탑 쌓기가 시작되었다. 같은 색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들더니 탑의 기초를 쌓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위로 성인이 올라가고 다시 그 위로 그 보다 체구가 작은 소녀가 올라갔다. 마지막으로 어린아이가 조심스럽게 탑의 맨 꼭대기로 한 발짝 한 발짝 오르기 시작했다. 아이는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손에 최대한 힘을 주었다. 행여나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모두가 침을 꿀꺽 삼키고 아이를 주목했다. 마침내 아이는 탑의 꼭대기에 오르고 자랑스러운 듯이 팔을 들어 올렸다. 완성된 탑을 보자 모두가 한마음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인간 탑 쌓기. 산 자우메 광장
인간 탑 쌓기


축제의 분위기에 잠시 벗어나 나는 MACBA(바르셀로나 현대 미술관)에 갔다. 오늘은 축제 마지막 날이라서 MACBA를 포함한 많은 박물관, 미술관들이 무료였다. 미술관을 관람하던 도중 설명이 3개 국어로 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바르셀로나 공항부터 3개 국어로 쓰인 것에 궁금증을 계속 느껴왔기에 옆에 있었던 직원에게 영어를 제외한 2개의 언어가 무엇이냐고 물어봤다. 위에 써져있는 언어는 카탈루냐어, 그것과 비슷하게 생긴 언어는 스페인어였다.


카탈루냐어?... 스페인어를 두고 왜 다른 언어를 쓰는 거지?


바르셀로나를 포함한 카탈루냐 지방은 아라곤 왕국에 뿌리를 두고 있다. 아라곤, 카스티야 합병으로 스페인은 통일이 되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자신들을 다른 나라로 생각하고 있다. 카탈루냐어는 자신들을 스페인과 구별하기 위해 일부러 사용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었다. 국가 차원에서 언어 혼용은 생각보다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언어가 다르면 서로 간에 대화가 제한되고 이는 지역 이기주의로 나아갈 수 있다.


전에 들렀던 벨기에도 프랑스어와 네덜란드어를 혼용하는 국가이다. 지역에 따라서 다른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지역의 특색이 두드러지지만 두 지역 간에는 언어의 차이로 인한 끊임없는 갈등이 벌어진다. 카탈루냐 지방도 카탈루냐어를 사용하므로 카탈루냐의 전통을 유지할 수 있지만 스페인 국가 차원에서 보면 이는 상당한 골칫거리이다. 서로에게 지기 싫어하는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축구 경기에서 그들의 관계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불꽃 축제를 보기 위해 몰려든 인파들
불꽃 축제. 카탈루냐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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