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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광웅 May 30. 2016

100일 내가 본 유럽-인터라켄

목가적, 치유

2015년 10월 8일


융프라우 전망대에서


목가적-

                    

그린델발트 마을을 보기 위해 이동하다가 염소들이 많은 곳을 발견했다. 

갈색 흰색 검은색 염소들이 울타리를 따라 묶여있었고 스위스 사람들이 염소 옆에 서 있었다. 여기는 염소를 거래하는 염소 시장이었던 것이다.

중매자가 가격을 불러주고 각각의 염소를 소개하면서 진행하고 있었다. 염소를 사고 판다니 스위스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어린 염소부터 다 큰 염소까지 다양했고 어떤 염소들은 그새를 못 참고 서로 박치기를 하며 싸우고 있었다.

'유럽 100일 여행 中 D-54'                                               


융프라우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난징에서 온 중국인 부부와 동행을 시작하였다. 서로 동행을 제안한 건 아니었지만 기차 안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같이 다니게 되었다. 기차 안에서의 주된 이야깃거리는 바깥 풍경이었다. 스위스의 자연은 정말 감동이다. 넓게 펼쳐진 들판, 오두막 집 그리고 들판을 운동장 삼아 뛰노는 가축들. 유럽의 어느 곳에서도 스위스와 같은 목가적인 풍경은 찾아보기 힘들다. 어느 순간엔가 열차는 구름 위로 올라갔고 점점 더 가파른 산길을 따라 구불구불 이동했다. 이렇게 총 3시간 동안 3대의 열차를 갈아타면 유럽의 정상 융프라우에 도착한다. 


기차 안에서 바라본 스위스의 집들
구름 위로 올라간 열차
전망대에 몰려있는 사람들


융프라우는 터널을 이용해 정해진 경로를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융프라우에는 볼 것이 많이 있었지만 나는 체력적으로 너무 버거웠다. 터널 안은 온도가 낮아서 추위를 느꼈고 바깥은 햇빛으로 인해 따뜻했지만 산소가 없어서 고산병 증세가 나타났다. 하는 수 없이 나는 아직도 쌩쌩한 중국인 부부에게 양해를 구하고 전망대 건물 안에 앉아서 휴식을 취했다. 오랜 기간 동안 여행을 해온 나에게 갑작스러운 환경의 변화는 몸에 많은 무리를 주었나 보다. 


인터라켄으로 내려가는 기차 안에선 우리 모두 피곤에 지쳐 곯아떨어졌다. 어느샌가 열차는 구름 밑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우리는 또다시 창문에 기대어 스위스의 자연을 감상했다.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의 경로가 달랐기 때문에 앞에 보이는 모습은 또 다른 풍경이었다. 단풍으로 온통 노랗게 물든 산,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그린델발트의 모습은 가히 절경이었다. 이 모습을 두 눈으로만 감상할 수 없었다. 우리는 그린델발트에 잠시 내려서 단풍을 보고 가기로 했다.


그린델발트는 스위스 산악 마을의 전형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염소를 사고파는 염소 시장은 이 곳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것이다. 서로 다투는 뿔이난 성난 염소에서부터 귀여운 아기 염소들까지 각약각생의 염소들이 모여있는 염소 시장, 중앙에서는 염소를 경매에 부치는 듯 마이크를 든 사람이 염소들의 가격을 부르고 있었다. 모든 것이 서정적이고 평화로웠다. 메아리처럼 들려오는 알펜호른 소리에 파묻혀 자연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알프스의 목동이 된 것 같았다.


염소 시장



2015년 10월 9일


알펜 테름 실외 온천


치유- 알펜 테름

                                                                 

먼저 탈의실이 나와서 나는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락커에 짐을 넣은 후 샤워실을 거쳐 온천이 있는 곳으로 올라갔다. 

알펜 테름은 따뜻한 실내 온천과 미지근한 실외 온천으로 되어 있었다.

수영장처럼 되어 있는데 수영장 밑에서 거품이 올라오는 게 온천수 같았다. 이 거품들은 한 장소에서 올라오는 게 아니라 여러 곳에서 시간 차이를 두고 올라오고 있었다.  

'유럽 100일 여행 中 D-55'


온천에 들어가려면 수영복을 구입해야 합니다.


유럽여행을 하는 도중 스위스에서 휴식을 느끼고 싶어서 로이커바트를 일정에 추가했다. 온천을 일정을 넣은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지만 깜박한 것이 하나 있었다. 수영복을 안 가져왔다... 유럽의 온천은 동양권과 다르게 수영복을 입고 온천에 들어간다. 싼 가격으로 1회용 수영복을 팔고 있었지만 디자인도 이상하고 한 번 쓰고 버리기에는 돈이 아까웠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제대로 된 수영복을 구입하는 게 나았다. 


유럽에서 말하는 온천은 단순 온천이 아닌 스파 온천이라고 표현해야 적당하다. 물도 온천 치고는 미지근해서 사우나에서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온천은 실내와 실외로 나뉘는데 스위스의 자연을 느끼고 싶다면 실외 온천으로 가야 한다. 실외 온천에 있다 보면 이 곳이 스파가 아니라 산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온천 난간 한쪽에는 알루미늄 의자가 마련되어 있었고 사람들이 그곳에 몸을 맡기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나도 한달음에 달려가 의자에 누웠다. 높게 솟은 절벽 밑으로 드 넓게 펼쳐진 초원, 아기자기한 오두막 집들, 노랗게 물든 나무들은 단조로웠던 스위스의 풍경에 화려한 색채를 더해주었다. 내 귀에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를 느끼며 내 몸은 자연과 하나가 되었다. 스위스의 자연에 파묻혀 따뜻한 온천 수에 물을 담그고 있으면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치유가 된다.



실외 온천으로 나가는 통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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