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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광웅 Jun 24. 2016

100일 내가 본 유럽-밀라노

차이, 음식

2015년 10월 20일


밀라노 스칼라 극장


차이- 콰드릴라테로 지구


매장에는 항시 잘생긴 이탈리아 형들이나 잘생기진 않았지만 든든한 흑형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관광객들 중에는 쇼핑가방을 한가득 들고 가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정말 대단했다. 기본적으로 2000유로 이상에서 노는 가격에서 내가 살 건 없었고 구경밖에 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평소에도 명품을 사용한 적이 없는 나는 이런 브랜드들이 낯설 뿐이었다.

'유럽 100일 여행 中 D-66'                                             


패션의 도시라고 불리는 밀라노를 조금이라도 돌아다니다 보면 패션 매장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두오모 주변의 중심지는 말할 것도 없고 밀라노의 주거지 쪽에도 큰 길가를 따라 패션 매장은 끝없이 이어져 있다. 한마디로 도시 전체가 패션 매장인 샘이다. 나도 밀라노에 도착한 날 패션의 본고장이라고 불리는 콰드릴라테로 지구를 걸어 다니며 수도 없이 많은 브랜드들을 구경했다. 매장 입구에는 잘생긴 밀라노 형님이나 든든한 흑형들이 정장을 입고 대기를 했고 매장 안은 쇼핑백을 한가득 든 관광객들이 즐비했다. 평소에 쇼핑을 안 하던 사람들도 관심을 끌 정도로 상품이 다양했지만 아쉽게도 나 같은 배낭여행자들은 하늘 같이 높은 가격표를 상기시키며 진열대만 들여다봐야만 한다.


밀라노는 패션 산업을 통해 이탈리아의 경제 성장에 많은 기여를 했지만 모든 도시가 다 그런 것만은 아니다. 밀라노와 이탈리아 남부 도시 나폴리를 비교하면 이탈리아 안에서의 도시 간 경제적인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2014년 브루킹스 연구소가 발표한 도시별 GDP 자료에 따르면 밀라노와 나폴리의 차이는 순위로는 107위, 수치로는 4배 정도 차이가 난다. 이탈리아 북부지방의 국민 소득이 남부 지방보다 현저히 높기 때문에 이탈리아의 경제는 북부가 먹여 살린다라는 말이 생겼다. 경제적 차이는 대단히 민감한 문제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도시가 나라 재정의 대부분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 남북의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다.


패션 매장이 줄지어 있는 콰드릴라테로 지구


남북의 차이는 산업구조에서도 나타나지만 그 안에는 환경적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 나는 유럽여행을 하며 날씨의 영향을 몸으로 깨달았다. 영국과 같이 날씨가 추울수록 사람들이 근면하고 부지런해지지만 냉정하고 딱딱해진다. 반면 스페인 같이 날씨가 따뜻할수록 사람들이 여유롭고 부드러워지지만 느려지고 게을러진다. 밀라노가 위치한 롬바르디아 지방은 지중해성 기후이지만 해안에서 떨어져 있는 평원 지대이고 알프스 산맥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추운 편이다. 하지만 나폴리가 위치한 남부로 내려갈수록 해안의 영향을 많이 받고 전형적인 지중해성 기후가 나타나기 때문에 더운 날씨가 지속된다. 즉 밀라노와 나폴리 사람들의 생활상은 차이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가장 가깝다고 하는 가족끼리도 차이가 발생하는데 한 국가 안의 도시는 오죽할까. 이탈리아의 상황을 바라보면 같은 반도 국가인 우리나라가 떠오른다. 대한민국은 이미 남북으로 갈라져있는데도 사람들은 다시 지역을 나누며 서로를 비방하고 있다. 여행은 차이를 인정하는 과정이다. 내 것만 옳다고 고집한다면 매번 새로운 환경을 만나는 여행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차이를 당연하게 생각해야 다른 것을 이해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 한걸음 더 성장할 수 있다.


산타 마리아 델라 그라치에 성당
밤의 밀라노 거리



2015년 10월 21일


이른 아침의 밀라노 두오모


-  

                                              

주변에는 우리 한식을 소개하는 여러 가지 식기도구들과 재료들 그리고 음식들이 있었다.

벽면에 여러 한식들이 쓰여있었는데 이렇게 한식을 생각나게 할 줄 몰랐다. 여행을 오래하면서 유럽식에 적응하고 있기는커녕 더 한식 생각이 난다 ㅜㅜ

장독대와 스크린쇼를 이용해서 어두운 방에 스크린쇼를 하는데 너무 아름다웠다 ㅜㅜ

대한민국관이 사람이 많은 이유가 있었다. 한식을 먹고 싶게 만드는 그런 곳이었다.   

'유럽 100일 여행 中 D-67'                                            


2015 밀라노 엑스포의 주제는 음식이다. 세계 각국에서 참여한 이 행사에서 나는 세계의 음식을 모두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엑스포 입구에서는 도장을 찍을 수 있는 수첩을 팔았다. 전에 내일로 여행을 할 때 역사에서 도장을 모으고 다녔던 것이 떠올라서 이번에도 최대한 많은 국가의 도장을 모으리라 다짐을 하며 수첩을 구입했다. 그리고 도장을 수집하기 위해 최대한 바쁘게 엑스포장을 돌아다녔다.


외국에 왔지만 우리의 것을 안 볼 수는 없다. 흥미를 끄는 많은 국가들을 제치고 찾아간 한국관에서 나는 내가 먹고 싶었던 음식들을 만나게 되었다. 한국관에서는 조명과 영상을 이용하여 한식의 우수성을 표현해 냈다. 평소에는 몰랐지만 한국의 음식문화가 이렇게 맛있고 다양한 음식들이 많은지 몰랐다. 행사장 내의 모든 음식들은 군침이 돌게 만들었고 종류도 대단히 많았다. 한국관은 나에게 한식이 어떤 존재인지 다시 돌아보게 했다.


사람들로 붐비는 밀라노 엑스포 입구
줄이 길게 늘어선 한국관


요즘 서울 길거리에는 일식, 중식, 양식, 패스트푸드점이 물밀듯이 늘어나고 있다. 먹을 것이 풍족하지 않았던 전 세대와는 달리 우리는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축복을 얻었다. 우리의 입맛도 맵고 짠 한식보다는 달고 기름진 음식들로 변해가고 있다. 나도 밥보다는 빵이 좋았고 기름기 많은 패스트푸드를 더 좋아했다. 내 입맛은 한식보다는 양식에 더 길들여져 갔고 어머니께서 정성껏 차려주신 아침밥을 거르고 빵을 먹고 등교했던 날이 훨씬 많았다.


여행을 시작할 당시 나는 음식 적응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호스텔 조식은 평소에 먹던 빵과 시리얼이 나왔기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먹었다. 빵과 샌드위치를 먹으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싸게 먹을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해했다. 이렇게 서양식을 좋아했던 나였지만 여행을 하면 할수록 밥에 대한 그리움이 커져갔다. 더 이상 빵을 먹거나 파스타,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워도 배가 찬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음식이 맛있다던 지중해 쪽에 와서도 음식의 다양성을 느꼈을 뿐이지 내 입맛과는 뭔가 달랐다. 오히려 한인교회에서 예배가 끝나고 식사 나눔을 할 때 먹었던 한식이 더 맛있었고 기억에 남았다.


먹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세계에는 맛있는 음식들이 정말 많이 있지만 모두 우리의 몸에 맞는 것은 아니다. 한국인은 한식을 먹어야 된다한식은 맛을 넘어서 한국인의 정체성이 들어 있다. 음식은 그 나라를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이며 대한민국을 알기 위해서는 한식을 알아야 한다. 음식에는 국경이 없지만 국가는 존재한다.


이탈리아관 앞
밀라노 엑스포의 하이라이트인 생명의 나무 분수쇼
생명의 나무 분수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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