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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광웅 Jun 28. 2016

100일 내가 본 유럽-피렌체

사랑, 보티첼리, 흥정

2015년 10월 22일


피렌체 두오모 앞


사랑-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


이렇게 힘들게 올라온 종탑에는 해가 지면서 붉게 물든 피렌체의 전경이 있었다. 역시 이런 것 때문에 올라온다.

여기서는 반대쪽에 있는 쿠폴라가 보였다. 그리고 해가 질수록 색이 변하는 피렌체의 모습을 담을 수 있었다.

피렌체의 풍경은 나를 감성적으로 만들었다. 사랑의 기적이 일어날 것 같은 곳..

피렌체의 야경은 주홍색 불빛들로 이루어졌다. 피렌체는 주간에도 이쁘고 야간에도 이뻤다.

'유럽 100일 여행 中 D-68'


▶ 듣기 ♬♪~


산타 마리아 노벨라 광장
리퍼블리카 광장


서로가 상처받는 것이 싫어 쌓아 올렸던 벽


현실의 벽 앞에 서로에 대한 어긋남과 오해


변할 것 같지 않아 슬픈 그리움과 아쉬움


서로를 잊을 수 없어 용기를 내어 한 발짝씩


차가운 냉정의 벽을 뜨거운 열정으로 허물어간다



종탑이 보이는 피렌체 전경
석양에 붉게 물든 두오모


사랑하고 싶은 도시 피렌체


영화 속 장면이 나의 이야기가 된 듯 피렌체의 골목길에는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피렌체에 노을이 드리우면 모든 감정들이 살아나고 연인들은 두오모에 올라 사랑을 기약한다. 영원히 변치 말자고...  


사랑은 석양에 불타는 피렌체의 빨간 지붕이다.


석양. 빨간 지붕
쿠폴라와 피렌체



2015년 10월 23일


인파로 북적이는 시뇨리아 광장


보티첼리- 우피치 미술관


복도는 목재로 틀을 잡고 한쪽에 창문들이 있었다. 창문 위쪽에는 수많은 초상화들이 걸려있고 천장에는 형형색색의 천장화들이 있었다. 그리고 복도 양 옆에는 수많은 조각상들이 세워져 있었다.

다른 큰 박물관 미술관보다는 아담하지만 한 가문에서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웠다.

우피치 미술관에는 조토, 치마부에, 필리포, 레오나르도, 보티첼리, 라파엘로의 작품들이 있었다. 여기 있는 작품들은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들로 르네상스가 왜 유명한지 작품들로 설명하고 있었다.

'유럽 100일 여행 中 D-69'


사랑스러운 풍경 안에서 사랑스러운 예술작품이 탄생한다. 르네상스의 발상지인 피렌체에는 유난히 길거리 화가들이 많다. 베키오 다리 위와 우피치 미술관 앞에는 매일매일 새로운 작품이 탄생한다. 이탈리아 역사에는 도시 국가들이 많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피렌체가 있었다. 15세기 메디치가가 권력을 잡은 이후 피렌체는 역사상 유래 없는 예술의 꽃을 피우게 된다. 르네상스로 역사는 인간을 기준으로 흘러가게 되었다. 이는 예술뿐만 아니라 사회 과학 등 모든 분야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르네상스가 인간 중심이었다고 하지만 그 당시에 미술 작품에 평범한 인물을 주제로 그려 넣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화가들은 상징의 방법으로 인간을 표현해내기 시작했다. 서양 미술의 주제는 크게 그리스 신화와 성경 속 말씀이다. 화가들은 작품 속 주체가 누구인지 설명하기 위해 도상을 활용했다. 도상을 그려내면 화가들이 작품을 직접 설명하지 않더라도 감상자가 도상을 읽어내어 작품 속 인물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그리스 신화의 신 비너스는 풍만한 가슴과 드러난 몸을 이용하여 형상화하고 성경의 성인 베드로는 성경 말씀에 기초하여 열쇠를 쥐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해낸다.


르네상스 시대 화가들은 도상들을 이용하여 인간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다. 도상을 그림에 그려놓으면 작품의 주제는 그리스 신화나 성경 말씀이 되기 때문에 작품 속 인물 표현이 어떠하든 상관이 없어진다. 즉 도상은 작품을 그릴 수 있는 구실이 되는 샘이다. 이에 대한 시도는 다양한 신과 성인들을 통해 이루어졌고 그중 많은 작품들이 사랑의 신 비너스를 통해 나타났다. 비너스는 여성의 육체를 표현하기에 제일 적합한 주제였고 이를 통해 다양한 모습의 비너스가 탄생할 수 있었다.


우피치 미술관 내부
우피치 미술관 내부


아르노 강변 베키오 다리 옆에 위치한 우피치 미술관은 르네상스 미술을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미술관이다. 우피치 미술관에 들른다면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흐름과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 미술관에는 유명한 화가들이 많지만 그중에 제일 많은 사람들이 찾는 장소는 보티첼리의 방이다. 이 방에는 유명한 두 작품,「봄」과 「비너스의 탄생」이 있다. 사람들은 보통 이 두 작품을 해석할 때 작품 중앙의 비너스를 기점으로 신화적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하지만 이 안에는 인간을 표현하고자 하는 보티첼리의 의도가 들어있다.


보티첼리의 「봄」을 감상하다 놀랐던 것은 인물들의 자세가 모두 다르게 그려졌다는 것이다. 심지어 비너스의 왼편에 위치한 삼미신들조차 똑같은 모습을 다른 방향으로 묘사해 냈다. 그림은 도상이라는 가면을 쓰고 인간 신체의 다양함을 마음껏 표출했다. 그림을 감상하는 데는 그리스 신화의 이야기보다 인물의 몸짓이 훨씬 더 기억에 각인이 됐다. 미술 이론은 그림을 이해하는데 도움은 되었지만 직접 보고 느끼는 감상에는 아니었다. 내가 만약 도상에만 신경 썼더라면 작품 속 인물들의 모습 하나하나를 인식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따금 우리 자신의 머리가 배경지식으로 가득 차 있어 작품을 온전히 감상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작품은 머리로 읽기보다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베키오 다리 위에서
베키오 다리 야경



2015년 10월 24일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보이는 피렌체


흥정- 산 로렌초 시장


가죽 시장은 가죽 제품들을 많이 파는 곳이지만 나는 재킷이 필요했다.

가죽 시장에 어디서 사야 할지 몰라서 고민하다가 중앙시장 정문 앞에 있는 가게가 있었다. 가죽 시장은 노점상을 열어서 판매를 하는데 일부 가게들은 노점상을 자기 가게 앞에 열어서 판매를 하고 있다.

나는 재킷을 팔고 있길래 바로 그 매장에 들어갔다.

'유럽 100일 여행 中 D-70'


나는 유럽여행의 후반에 입고 다닐 외투가 필요했다. 가죽으로 유명한 피렌체는 겨울용 재킷을 사는데 최고의 장소다. 피렌체의 최대 가죽 시장인 산 로렌초 시장은 산타마리아 노벨라 역 근처에 위치한다. 아침 일찍 내가 가죽 시장을 방문했을 때는 이미 상인들이 입구부터 가죽 벨트, 가방, 지갑, 장갑 등을 선보이며 물건을 홍보하고 있었다. 나는 시장에 들어서서 내가 구입할 재킷을 찾아보다가 중앙 시장 앞의 한 가게로 들어섰다.


산 로렌초 시장 입구


    "안녕하세요!, 찾는 물건이 있나요?"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사장님께서 친절히 나를 맞아주셨다.

    "겨울에 입을 가죽 재킷을 찾고 있는데 재킷 좀 볼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어디서 오셨나요? 손님 영어 가능하시죠?"

    "한국에서 왔고 영어로 가능합니다."

    "그럼 제가 재킷 하나 보여드릴게요"


가게 안에는 수많은 재킷들이 걸려있었고 사장님께서 그중에 하나를 골라주셨다.

    "이거 어떤가요? 양가죽으로 만들어진 건데 손님한테 딱 맞는 것 같고 옷의 선이 잘 살아요"

사장님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셨지만 나는 아니었다. 재킷은 오토바이 폭주족이 입을 법하게 생겼었다.

    "저한테 너무 작은 것 같은데 다른 재킷도 볼 수 있을까요?"

사장님은 이번에 다른 색상으로 한 치수 큰 재킷을 가져오셨다.

    "이거 한번 입어보세요. 아까보다 만족스러울 거예요"

한 치수 커졌지만 여전히 재킷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계속 고민하자 사장님은 책상 위의 돌을 가져오셨다. 그러더니 재킷의 안감을 돌로 긋기 시작했다.

    "자 보세요. 돌로 긁혔는데도 전혀 표시가 안나죠? 그리고 여기 위에 마크 보세요. Made in Italy에요. 제가 직접 만든 가죽 재킷입니다. 품질은 제가 보증하죠"


    "재킷이 좋아 보이지만 저는 추운 지역으로 갈 거기 때문에 조금 더 따뜻한 옷이 필요해요"

사장님은 고민하시더니 위층으로 올라가셨다. 잠시 후 사장님은 조금 더 두꺼워 보이는 재킷을 가져왔다.

    "이건 소가죽으로 만든 재킷이에요. 훨씬 따뜻하죠 한번 입어보세요. 그리고 제가 다른 것도 가져와보죠"

가죽 재킷은 나보다 조금 더 컸지만 자크가 이중처리가 돼있고 훨씬 더 따뜻해 보였다. 사장님께서 다른 제품도 가져오셨지만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재킷이 마음에 들었다. 나는 여러 가지를 물어봤다.

    "이거 방수되는 건가요? Italy 제품 맞죠? 이것보다 한 치수 작은 재킷은 있나요?"

    "확실하게 방수됩니다. 위에 달린 후드도 탈부착이 가능합니다. 제가 만든 것이니 Italy는 확실하고요. 손님께서 입고 계신 제품이 제일 작은 제품이라 더 이상 작은 재킷은 없습니다."

치수가 아쉽긴 했지만 마음에 드는 재킷을 포기할 수 없었다. 나는 마음을 굳히고 재킷을 사기로 했다.


가죽 재킷을 구입한 가게


남은 것은 가격 흥정이다. 유럽의 시장이나 규모가 작은 식당들은 카드 결제가 되지 않는 곳이 많다. 따라서 카드로 계산할 경우에는 카드 결제가 되는지 미리 물어봐야 한다. 시장의 묘미는 바로 이런 데에 있다. 카드가 아닌 현금으로 구입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을 흥정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시장에서는 판매자와 구입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금액까지 협상할 수 있다. 가죽 시장에서도 가격표 그대로 가격을 지불할 필요가 없었다. 나도 시장에 왔으니 흥정을 시작했다.


    "제품이 마음에 들긴 하지만 가격이 비쌀까 봐 부담스러워요. 이 제품은 얼마인가요?"

    "여기 가격표 보이시죠? 원래 670유로지만 현금으로 구입하시면 200유로까지 깎아드릴게요"

나는 순간 당황했다. 카드로 결제하면 670유로인데 현금으로 구입하면 200유로라니? 가격차이가 나도 너무 많이 났다. 애초에 사장님은 670유로에 팔 생각이 없으셨던 것이다. 200유로도 원가에서 충분히 깎은 가격이지만 아직 흥정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었다.

    "200유로는 충분히 저렴하지만 저는 현금으로 160유로 밖에 가지고 있지 않아요..."

내가 말끝을 흐리자 갑자기 주인장은 160유로로 깎아준다고 했다. 나도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동의를 했다.


사장님은 직원을 부르더니 내가 고른 재킷을 봉투에 넣어달라고 했다. 봉투를 받아 들고 돈을 지불하기 위해 지갑을 연 순간 나는 150유로 밖에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기 사장님... 제가 160유로를 가지고 있는 줄 알았는데 150유로 밖에 없어요."

순식간에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사장님은 어두워진 얼굴로 직원과 이탈리아어로 몇 마디 주고받았다.

    "150유로에 팔 테니까 빨리 받고 나가요!"

    "Grazie..."

나는 미안한 표정으로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만 하고 바로 가게 밖으로 나왔다. 원하던 가죽재킷을 얻었지만 내 마음은 언짢았다. 아마도 사장님께서 생각한 최저 하한선은 160유로였나 보다.


미켈란젤로 광장으로 올라가는 길
저녁 무렵. 미켈란젤로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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