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학년의 주제는 튜더 시대와 1,2차 세계대전입니다. 사실 너무 비약이 심하다 싶긴 합니다. 중세사 전공인 알피 엄마 입장에서는 좀 아쉽기도 하고요. 이 간극을 조금이나마 줄여주는 과목이 지리입니다. 초등학교에서도 지리 과목은 인문지리와 자연지리로 나뉘는데 인문지리의 경우 배우는 방법이 역사와 매우 흡사합니다.
2학년에는 우리 지역에 대해 배웁니다. 원래는 1학년 때 다루었어야 할 내용이지만,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수업 기간이 길어지면서 주요 과목 위주로 진행하다 보니 일정이 미뤄진 듯합니다. 학교가 위치한 동네에서 시작해 도시 전체로 범위를 넓혀가며 지도를 그리고, 주요 지형지물을 표시합니다. 아이의 공책을 다시 보니, 공원 놀이터의 변화 과정을 사진으로 살펴본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나름 역사가 오래된 도시라 그런지 도시의 역사에 꽤 많은 분량을 할당했군요. 우리 도시의 장단점, 내가 방문해 본 다른 지역의 장단점을 쓰고 우리 도시와 런던을 비교하여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보라는 질문이 흥미롭습니다. 아마도 런던 대화재 수업과 연계해 학생들이 런던을 한 번쯤은 다녀왔으리라 가정한 것 같습니다.
2학년의 알피가 쓴 답을 보니 아이는 우리 동네 산책길에 개똥이 너무 많은 것이 불만이고 한국의 모래 해변이 마음에 쏙 들었으며 런던의 지하철이 신기했나 봅니다. 미처 몰랐던 사실이네요.
3 학년의 지리 수업은 로마 정복시기의 브리튼 섬에서 시작합니다. 로마군이 브리튼 섬에 들어오기 전 켈트족들의 정착지에서 시작하여 로마가 세운 도시들에 대해 배우고 현재까지 지명에 남아 있는 로마의 흔적을 추적합니다. 이 과정에서 영국의 상징 브리타니아의 모델이 된 부디카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부디카는 1세기 경 브리튼 섬에 거주했던 이케니 부족의 여왕입니다. 이케니 부족은 초기에는 로마와 동맹 관계를 유지했으나 왕이었던 부디카의 남편이 사망한 후 로마에게 강제 합병을 당하자 지금의 콜체스터인 카물로두눔을 점령하고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부디카는 직접 나서서 싸움을 독려하며 히스파니아 9군단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쾌거를 이루었으나 결국 역부족으로 패배했습니다.
이후 오랫동안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부디카는 19세기에 민족주의가 부흥하면서 빅토리아 여왕을 상징하는 영국 역사의 대표적인 영웅으로 재조명 받았습니다. 지금도 웨스터민스터 국회의사당 앞에 당당한 동상으로 기념되고 있지요. 이후 로마군의 철수와 앵글로 색슨족의 정착까지가 지리 수업의 주요 내용입니다.
알피가 이런 내용을 배우는 동안 알피 가족은 로마 군단이 세운 영국의 첫 도시인 콜체스터와 앵글로 색슨 왕국의 수도였던 윈체스터, 마침 영국 박물관에서 열린 '로마 군단의 삶(Legion: Life in the Roman Army)' 특별전에 함께 다녀왔습니다. 콜체스터와 윈체스터 여행기는 나중에 별도로 올리겠습니다.
사실 아이는 로마 도시의 흔적이 가장 잘 남아 있다는 체스터에 가보고 싶어 했지만 하룻길에 다녀오기는 어려운 거리라 다음 기회에 시간을 길게 잡아가보기로 약속한 지가 벌써 2년이 넘었네요. 국내라 해도 숙박을 해야 하는 여행은 선뜻 떠나기가 쉽지 않군요.
살짝 샛길로 새는 이야기지만 알피 가족은 여행을 계획할 때는 미리 해당 지역에 대한 공부를 좀 하고 가는 편입니다. 그렇게 하면 아무래도 아이가 여행에 더 기대감을 갖고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되더군요. 저희가 영국 내 여행 전에 보는 다큐멘터리 하나를 소개할까 합니다.
Britain's Most Historic Towns라는 시리즈인데 전편을 보려면 구입을 해야 하지만 유튜브 등에 클립이 올라와 있으니 미리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진행자인 앨리스 로버츠는 버밍엄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과학자인데 인류학, 고고학, 역사학 분야에도 저서가 있는 작가이자 활발한 방송인이기도 합니다. 아마 이 방면에서는 현재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일 듯하네요.
이 다큐멘터리는 현재까지 3개의 시리즈, 총 19개의 도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이가 3학년쯤부터 함께 보기 시작했는데 현재와 역사를 잘 엮어 지루하지 않게 설명하고 방문했을 때 꼭 찾아보고 싶은 흥미로운 포인트들을 잘 보여주고 있어 여행 전 미리 보기에 매우 유익합니다. 이 외에도 함께 보는 다큐멘터리들이 몇 개 더 있는데 기회가 되면 또 소개할게요.(다음 편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