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브란트, 삼손의 수수께끼 (1638)
<여행지에서 만난 그림 한 점>
- 작품명 : 삼손의 수수께끼 (Samson Tells a Riddle at his Feast)
- 작가 : 렘브란트 (Rembrandt)
- 제작시기 : 1638년
- 전시장소 : 드레스덴 옛 거장의 회화관
지금 이 자리는 결혼 축하연이다. 신부의 지인들이 잔뜩 모였다. 일단 신랑 신부를 발견하기는 쉽다. 유독 밝은 빛이 비추는 자리에 두 사람이 있으니까. 그런데 예복을 곱게 차려입은 신부는 "난 누구, 여긴 어디" 하는 표정으로 앉아있다. 신랑은 혼자 신났다. 손가락을 짚어가며 동석자에게 뭔가 열심히 이야기 중이다.
신랑이 그 유명한 삼손이다. 이 작품은 구약성서 사사기에 나오는 이야기를 주제로 한다. 삼손이 사자를 맨 손으로 때려잡은 뒤 사자의 시체에 벌집이 생긴 것을 보고, 거기서 꿀을 채취해 먹었다. 그리고 결혼식에서 수수께끼를 낸다. "먹는 자에게서 먹는 것이 나오고, 강한 자에게서 단 것이 나왔다."
7일간의 연회 동안 참석자가 수수께끼를 풀면 삼손이 예복 30벌을 주기로 하고, 풀지 못하면 이들이 삼손에게 예복 30벌을 주기로 했다. 아니, 살면서 사자를 때려잡고는 거기 벌집이 생긴 걸 본 사람이 세상에 한 명이나 있었겠는가. 아무도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자 삼손은 신이 났다. 그러자 지인들은 신부를 불러 협박하기에 이른다. 결국 신부가 삼손을 꼬셔 답을 알아내고, 수수께끼 내기에서 진 삼손은 다른 마을로 가 30명을 죽이고 그들의 옷을 빼앗아 승자에게 주었다. 그리고 결혼은 파경에 이른다.
르네상스 시대에도 그러했듯이 바로크 시대에 성화(聖畵)는 미술의 주요 장르였다. 활자로 기록된 성서의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설득력 있게 재현하는 것은 화가가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고, 잘 그린 성화는 대중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던 시절이다.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자. 삼손의 들뜬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내 얘기를 들어봐" 하며 사람들에게 열심히 문제를 내고 있다. 손가락을 짚어가며 이야기하는 걸 보니 "옷 30벌을 걸고 내기하자"며 말을 하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을 향해 몸을 휙 돌려 앉은 그의 발끝까지 '신남'이 묻어있다.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의 아리송한 표정, 진지한 손짓, 모든 게 그 날의 분위기를 전한다.
반면, 신부의 표정은 오묘하다. 그림의 구도상으로는 신부가 주인공이다. 중앙에 앉았고, 그녀에게 빛이 비춘다. 덕분에 신부의 표정이 더욱 생생히 전달된다. 그 와중에 두 손은 다소곳이 모으고 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신부가 수수께끼에 몰입하지 않은 건 분명하다. 신부도 문제를 듣고는 답이 떠오르지 않았을 테고, 어쩌면 자신에게 난처한 일이 생길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힌 순간일지 모르겠다.
입이 근질거려 신부는 안중에도 없이 열심히 떠드는 신랑, 행복해야 할 결혼 연회에서 불길한 예감을 느낀 신부. "동상이몽"을 한 폭의 그림으로 각자의 시선을 완벽하게 담아내었다. 밤의 어두움, 연회 중 불을 밝힌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명암 대비, 몸 동작 하나하나까지 사실적으로 표현하여 "그래, 그날 진짜 이랬을 거야"라는 공감대를 훌륭하게 연출한 화가.
빛의 거장, 렘브란트다.
그림을 보는 이들로 하여금 성서 속 장면을 드라마틱하게 떠올리게 함은 물론, 성서에서 주인공이 아닌 신부를 중앙에 배치하고 표정을 강조하여 입체감을 더한다. 삼선의 반대편에는 수수께끼에 관심 없는 듯 서로 저마다의 사정으로 바쁜 사람들까지 깨알같이 배치함으로서 작품의 구도까지 보기 편하게 갖추었다.
종교와 무관하게, 활자로 기록된 사건에 상상력을 불어넣어 입체적으로 표현한 거장의 솜씨가 감상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여행지에서 만난 그림 한 점>
미술에 문외한인 여행작가가 여행 중 만난 미술 작품을 이야기하는 코너입니다. 어느날은 길게, 어느날은 짧게, 어느날은 비평으로, 어느날은 감상으로, 하여튼 미술을 말합니다.
(매주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