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사랑은 언제 불행해질까

반짝반짝 문장 낭독_04

『우리의 사랑은 언제 불행해질까』

 - 서늘한 여름밤 지음, Arte, 2019.

지금 너를 사랑하는 이유

나의 결핍이 다 채워지면 우리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걸까. 때로는 두려웠다. 나는 단지 네가 나를 좋아하기 때문에 너를 좋아하는 것은 아닐까? 너를 결핍을 채우는 도구로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몇 번이고 물어보기도 했다. 6년째 네 옆에서 사랑을 충분히 받으며 내가 깨닫게 된 것은, 결핍이 채워지는 건 관계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이었다.

오랫동안 허기졌던 사람이 음식을 만나면 허겁지겁 음식을 먹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채우고도 또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밥을 먹어야 한다. 배가 고플 때마다 안정적으로 음식을 먹으면 결핍된 양분을 섭취하던 행위가 점차 식사로 바뀔 것이다. 음식의 맛과 향을 조금씩 음미하며 자신의 취향을 찾아갈 것이다. 요리하는 법이 궁금해질 수도 있다. 그리고 어느 날 접시에만 코를 박고 있다 

고개를 들어 세상을 바라볼 것이다. 자신의 삶을 돌보고, 친구를 사귀고, 모험을 떠날 수도 있다. 

그리고 드디어 사랑을 시작할 준비가 되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결핍이 채워지자 네가 주는 사랑 뒤에  가려 있던 네가 보이기 시작했다. 

결핍에 가려 있던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너를 만나면서, 

네가 아닌 누구를 만나도 좋은 연애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너와 연애하기로 선택했다. 네가 나를 사랑해서, 그리고 내가 너를 사랑하게 되어서. 

『우리의 사랑은 언제 불행해질까』,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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