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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로츠뎀 Aug 03. 2020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반짝반짝 문장 낭독_06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 이다혜 지음, 위즈덤하우스, 2018.


낭독을 들으시려면,

https://youtu.be/QIhAgBVIRyc



이다혜,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지금의 나를 가장 고통스럽고도 기쁘게 만드는 일은, 재미있는 소설을 만나는 일이다.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해 밤늦게, 새벽까지 읽어 끝을 본 뒤 어디로든 힘껏 달려가고 싶은 기분에 빠진다.

책 한권이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든 것처럼. 

지저분한 방을 싹 뒤엎고 새로운 무언가를 도모해보고 싶은 마음, 

누군가의 마음을 이렇게 움직이는 글을 쓰고 싶은 마음, 

지금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어 다른 이들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 같은 것이 뒤범벅이 된다.  

있는 힘껏, 내가 무엇이 될지 한번 시험해 보고 싶다는 마음. 

아주 좋은 책과 아주 좋은 여행이 그런 일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보통의 책과 보통의 여행도, 나쁜 책과 나쁜 여행도 나를 조금씩, 

하지만 영구적으로 바꾸어 놓는다. 

그리고 알게 되는 것이다. 

좋고 나쁨을 말하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하리라고.  

나빴다고 생각한 일이 나중에 더 좋은 일로 이어지기도 한다. 

소설 속 주인공들을 구경하며 깨달은 것을 내가 경험으로 배운다.  

책을 통해 다른 사람과 다른 세계를 이해했고, 그들과 직접 만난 경험은  책을 더 잘 이해하게 했다. 

언제나 시작은 책이었고 여행이었으며, 

그 둘은 마치 걷는 일이 그러하듯이 왼발과 오른발을 번갈아 걸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나를 과거에서 현재의 시간으로 이끌었다. 

그보다 먼저,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 

그렇게 지금의 내가 되었다. 


......


간접경험과 직접경험을 통해 원하는 삶을 기획하기. 언제나 책과 여행이 그것을 가능케 했다. 

읽기와 경험하기, 쓰기는 내가 나 자신을 탐색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들이었다. 

간접경험과 직접경험, 그리고 그 모두에 존재하는 나 자신으로부터 눈을 돌리지 않기. 

글쓰기. 나 자신이 되겠다는, 가장 강력한 행동.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P.125, 127.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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