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세 나오미 감독, 키키 키린 주연의 영화 <앙, 단팥 인생 이야기>
"단팥을 만들 때 나는 항상 팥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그것은 팥이 봤을 비 오는 날과 맑은 날들을 상상하는 일이지요."
엄청나게 화려하거나 눈부시지는 않지만 아름답게 벚꽃이 핀 작은 동네. 그 작은 동네의 작은 전통 일본식 단팥빵 '도라야키' 가게를 배경으로 크든 작든 저마다의 상처를 지닌 채 살아가는 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 젊은 날 한때의 돌이킬 수 없는 실수로 인생의 쓴맛을 본 도라야키 가게 지배인 센타로는 돈문제로 마지못해 단팥빵을 굽고 있을 뿐이며, 자주 그 가게에 들리는 와카나는 엄마와 말이 잘 통하지 않고 진학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외로운 중학생이고, 우연히 운명에 이끌리듯 도라야키 가게를 찾아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는 도쿠에는 어린 나이에 가족들과 사회로부터 격리된 채 살아야 하는 외롭고 슬픈 존재이다.
말없이 도라야키를 굽고 있는 지점장 센타로의 너무나 슬픈 눈빛에 이끌려 단팥빵 가게 '도라하루'를 찾은 도쿠에의 비법으로 단팥빵을 만들자 가게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게 된다. 마음의 문을 닫고 외롭게 살아가던 센타로도 조금씩 도쿠에게 마음을 열고 자신의 비밀을 이야기하게 되는데.....
한센병이라는 장애 때문에 '특별한 죄를 짓지도 않았는데 사회로부터 비난을 받아야 하는 존재'인 도쿠에의 비법은 무엇이었을까? 그 답은 그녀가 자신만의 단팥을 만들기 위해 팥을 대하는 태도에서 찾을 수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이 세상엔 보잘것없고 의미 없는 존재란 없으며, 모두 다 저마다의 언어를 갖고 있다는 것. 그래서 그녀는 말한다.
"우리는 이 세상을 보기 위해서 세상을 듣기 위해서 태어났어.
그러므로 특별한 무언가가 되지 못해도,
우리는, 우리 각자는 살아갈 의미가 있는 존재야."
도쿠에의 비법으로 가게는 손님들도 넘쳐나고 센타로도 조금씩 과거의 상처를 잊고 웃음을 찾아가고 있었으나 와카나의 작은 실수가 뜻밖의 결과를 빚어내고 도쿠에는 결국 도라야키 가게를 그만둬야 한다. 물론 문제는 와카나의 실수가 아니라 한센병 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멸시가 그 원인이었지만 말이다.
조금씩 옆구리가 시려지고 붕어빵이 생각나는 요즘 다시 한번 보아도 좋을 영화,
무엇보다 사람의 온기가 그리운 사람들을 위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