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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로츠뎀 Dec 23. 2018

니체가 본 영화 <와일드>

장 마크 발레 감독, 리즈 위더스푼 주연의 영화 <와일드>

니체는 어딘가에서 인간 정신의 세 가지 변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중력을 견뎌내는 정신은 많은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이 정신의 강함은 무거운 짐, 가장 무거운 짐을 갈망한다. 무엇이 무겁고 곤란한가? 
중력을 견뎌내는 정신은 이렇게 묻고는 낙타처럼 무릎을 꿇고 앉아 아주 무거운 짐이 실려지기를 
원한다.” 

주연 리즈 위더스푼


셰릴 스트레이드의 자전적 소설 
<와일드: 4285km 이것은 누구나의 삶이자 희망의 기록이다> 
전문가들도 완주하기 어렵다는 멕시코 서부에서 시작해 미국을 거쳐 캐나다 국경에 이르는 약 4300km의 어마어마한 트레킹 코스 PCT(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을 종주하는 한 여성의 트레킹 
기록인 이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 
리즈 위더스푼 주연의 영화 < 와일드>이다.  

갖가지 삶의 굴곡에서 상처받은 한 영혼이 대자연 속에 자신을 던져,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몸부림을 통해 자신의 과거,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 나간다는 힐링영화의 뻔한 공식을 비껴갈 수 있었던 이 영화의 힘은 
무엇이었을까? 

영화 속 한 장면


   
그것은 유한한 인간 존재와 무한하고 거대한 자연의 대비를 그리며 교훈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일탈이었든 흔들림이었든 주저앉음이었든 내려놓음이었든 자신이 거쳐온 과거의 시간을, 선택을, 기억을 주인공이 송두리째 끌어안고  
그 상처조차도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일부였다는 
긍정에서부터 출발하려는 시도 때문이 아니었을까? 
"우리 삶은 어치피 한번뿐인 것이고 다른 삶과의 비교는 애초부터 불가능했기에"  다시 돌아간다 해도 과거의 선택과 다른 선택을  한다는 보장도 없으므로. 


자기 몸만 한 크기의 짐을 기꺼이 짊어지려는 니체가 말한 '낙타의 정신'에서 출발하여 결국은 비록 상처투성이지만 자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과거의 선택들, 과거의 기억들. 그것들이 모여 현재의 자신을 이루고 있음을 깨닫는 것.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어머니가 왜 고통뿐일 것 같은 그녀의 삶에서도 어린아이 같은 미소를 띠고 행복한 노래를 부를 수 있었는지를 서서히 이해하고...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던 야생의 동물들, 
처음엔 늘 타자로 다가오는 낯선 존재들과의 놀이를 시도하게 된다. 
마치 어린아이가 어떤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놀이를 창조해 내듯이.  

  
그러나
과거의 상처나 고통스러운 기억과 싸우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해결이 되지 못한다. 
이는 니체가 말한 대로 "사막에서 용감한 사자가 자유를 쟁취하여 그 사막의 주인이 되어도 새로운 가치의 창조는 사자조차도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어두운 과거와 싸워 이길 수 있는 존재는 용감한 사자의 정신을 가진 자가 아니라 
“그대는 해야 한다.”는 당위의 세계를 넘어 “나는 소망한다.”의 
가볍고 경쾌한, 신성한 긍정의 정신 즉, 어린아이의 정신을 가진 자이다. 

  
그래서 니체에게 어린아이는 “ 천진무구 그 자체이며 망각이고, 
하나의 새로운 시작이며, 쾌락이다. 
스스로 굴러가는 바퀴이며, 시원의 운동이고 신성한 긍정이다.” 

  
영화 <와일드>가 보여준 긍정의 방식은 니체의 이런 어린아이의 정신과 
다르지 않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든 생각이 그랬다. 
다른 모든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영화 <와일드>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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