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트로츠뎀 Aug 25. 2020

어쩌면

코로나를 붙잡고 있는 것은 우리가 아닐까



코로나로 인해 우리가 하지 못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같은 장소에 모이기

침을 튀겨가며 자기가 하고 싶을 말을 쏟아내기

몸과 얼굴이 닿을 정도로 밀착해서,

지칠 줄 모르고 달려가며,  

서로 부딪치고 엉키고 뒤섞이며 살아가기



인간에게 코로나가 찾아온 건 

어쩌면,

이제 그만 중단하라는 암시가 아닐까

들끓는 욕망과 번잡함. 어수선함을 뒤로하고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며

내가 말하기보다는 

다른 이들이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들어보고

남에게 할 말보다 자신에게 해줄 말과 글을 찾아 적어보고


얼마 간의 거리를 두고 떨어져 앉아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자연 사이,

'나'와 '우리' 사이 적절한 거리를 생각해보고

세상에 그냥 휩쓸리며 

살아가지 말기로 다짐도 하고

그러기를 바란 거 아닐까




그래서 어쩌면, 

코로나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존재하지 않을까

자신의 가치만이

자신의 신념과 종교만이 옳다고 믿는 이들이

거짓 신앙과 헛된 이념에 감염된 줄도 모르고 

좀비처럼 거리를 떠돌고

우둔함과 맹신으로 

거짓 목자를 따르며 목소리를 높이기를 멈추지 않는 한

코로나는 우리를 놓아줄 이유를 찾지 못하는 거 아닐까

코로나를 붙들고 있는 건 우리들 자신이 아닐까

어쩌면......



 

 


 


작가의 이전글 니체가 김연자의 <아모르파티>를 들으며 눈물 흘릴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