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트로츠뎀 Jan 09. 2019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마법

션 베이커 감독, 윌렘 대포 주연의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마법과 환상의 나라 디즈니 랜드는 1955년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을 시작으로 1971년 플로리다 올랜도의 디즈니랜드 매직킹덤, 파리 디즈니 랜드, 도교, 상하이 등으로 확대된 월트 디즈니 사의 테마파크 유원지이다. 디즈니 랜드  같은 테마파크의 상징이 되어 버린 마법의 성은 원래 독일 바이에른 지방에 있는 루드비히 황제의 노이슈반슈타인 성(Neuschwanstein 일명 백조의 성)을 모델로 지어졌다. 겉보기엔 환상적이고 웅장한 그 성에서 황제는 외롭게 살다 미쳐 자살했거나 살해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마법의 성에 마법은 있는 걸까?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의 디즈니랜드

마법은 없다. <디즈니 랜드>에나 그 주변의 모텔촌에나 마법은 없다. 션 베이커 감독의 2017년 작품(우리나라에서는 2018년에 개봉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원래 두 가지 의미를 지칭하는 용어이다. 하나는 1971년 <디즈니 랜드 매직킹덤>을 만들기 위해 플로리다 주에서 디즈니 사가 진행했던 부동산 구입 프로젝트를 의미하고,  다른 하나는 플로리다 주의 홈리스 구제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그리고 영화도 이 두 가지 용어를 축으로 전개된다.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한 장면

월트 디즈니 사가 1971년 플로리다 주 올랜도 지역에 '꿈과 마법의 테마파크' 디즈니랜드 매직킹덤을 조성하면서 그 주변지역에는 알록달록한, 동화 속에서 그대로 튀어나온 듯한 각양각색의 화사한 숙박업소들이 생겨났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인해 일부 대형 호텔만 남기고 디즈니 랜드 건너편의 중소규모 모텔들은 영화 속 '매직 캐슬'처럼 실직자들과 알코올 중독자, 미혼모 등 이른바 한계계층들의 임시거처로 전락한다. 장기투숙이 안 되는 모텔이기에 1달에 한 번은 형식적으로라도 방을 비워야 하고 숙박비는 하루 단위로 지불해야 함에도 제대로 된 일자리도 없고, 안정적인 거처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이 모텔에 모여들어 그날그날을 살아낸다. 모텔 외부 페인트에는 2만 달러의 거금을 들이지만 벼룩 퇴치 비용에는 인색한 모텔 주인은 위생상태는 엉망인 '매직 캐슬'을 겉으로는 냉정하지만 속에는 따스한 마음을 감추고 있는 지배인 바비를 통해 운영한다. 화사한 파스텔톤으로 칠해진 모텔 외양과는 달리 '매직 캐슬'에는 무니 엄마 핼리처럼 꿈도 희망도 없이 대책 없이 살아가는 낙오자들의 무채색 삶이 쌓여간다.  마법은 모텔 이름 속에나 있다.

그러나 영화 속 주인공 6살 무니와 그 악동 친구들 스쿠티, 젠시에게 모텔 '매직 캐슬'과 그 주변은 흥미로운 모험과 즐거움이 가득한 디즈니 랜드이고, 모텔 지배인 바비는 영화 속 소품을 뒤집어쓴 테마파크의 탈인형쯤에 지나지 않는다. 때론 모질게 숙박료를 걷어야 하는 때에는 늑대의 탈을 쓴 듯 가혹해야 하고, 남몰래 사람들을 도와주고 배려하는 모습에서는 순하디 순한 양의 모습을 보게 된다.  20대 싱글맘인 무니의 엄마는 일반적인 기준에 의하면 루저 중에 루저다. 아이의 양육과 교육에는 전혀 관심도 의지도 없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는 절도와 매춘도 서슴지 않는다.  미래도 없고 책임감도 없고 계획도 없다. 이 비참한 현실을 영화는 놀랍게도 너무 아름답고 매혹적으로 그려낸다. 그래서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또 다른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바로 이런 핼리와 같은 홈리스 구제정책을 지칭하는 용어다. 영화 속에서도 모텔 '매직 캐슬'에 거주하는 홈리스들에게 구호단체에서 빵 같은 기초 생필품을 제공해주는 장면이 종종 등장하고 무니와 핼리는 이러 무료 급식과 정부의 구호물자에 의지하여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그러나 결국 궁지에 몰린 핼리는 모텔에서 몸을 팔아 숙박비를 마련하고 매춘 사실이 알려지면서 결국 사회복지국은 무니를 핼리에게서 빼앗아 가는데......


영화 속 한 장면

마법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난 어른들이 울기 직전에 어떤 표정을 하는지 알아” 
“무지개 끝엔 황금이 있대. 그러나 그 옆에 황금을 지키는 개가 있어서 황금을 가져갈 수는 없대” 


어린 무니는 울기 직전 어른들의 모습- 아마도 엄마의 모습일 것이다-을 아마 너무 자주 봐 왔기에 그 표정에 익숙할 것이다. 화사하게 칠해진 건물 외벽을 배경으로 아름답게 무지개가 피어나고 그 끝엔 황금이 있겠지만 가질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길 건너편 디즈니 랜드는 '매직캐슬'의 무니와 핼리에겐 무지개만큼이나 멀리 떨어진 허상일 뿐이다. '퓨처랜드'에 미래의 계획이나 내일의 희망은 없고, '매직캐슬'에 이 현실을 벗어나게 해 줄 마법은 단언컨대 결코 없다. 


그런데 놀랍게도 디즈니 랜드에도 없고, '매직 캐슬'에도 없으며 <플로리다 프로젝트>에도 없는 마법이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 일어난다.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수혜자(?)들의 실상을 아이들의 시선을 통해 담담하게 그리면서 임시적이고 단편적인 홈리스 구제 정책에서 결정적으로 결여된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무니의 엄마 핼리처럼 사회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린 사람들에게 국가가 제공해야 하는 것은 길 건너편의 디즈니랜드와 같은 꿈같은 환상이 아니다. 하루하루를 살아갈 식료품만으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무니의 시선을 통해 그려지는, 결코 동정이나 과장이 아닌 담담한 비판과 날카로운 지적은 먹먹하게 보는 이들의 가슴을 파고든다. 그리고 영화는 무엇보다 사회적 기준으로는 수준 미달일지도 모르지만 그 엄마의 사랑은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결코 제공할 수 없음을 아름답고 경쾌하게 탁월한 영상미를 통해 보여준다.



오락성: 

영상미: 

작품성:  

완성도:  

매거진의 이전글 비열한 미투 시대, 다시 봐야 할 영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