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아 작가의 책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오늘 제가 소개하고 싶은 책은 이슬아 작가의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입니다. 작가가 직접 그린 만화와 에세이를 담은 두껍지 않은 책입니다. 술술 읽히지만 전해져 오는 감동은 묵직합니다.
먼저 작가 이슬아의 이력이 이채롭습니다. 92년 생인 그는 글쓰기 교사, 만화가, 잡지사 기자 그리고 누드모델로 일하고 있습니다. 대학시절에 받은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일간 이슬아>라는 기획을 통해 매일 한 편의 글을 써서 이메일로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셀프 연재 프로젝트를 성황리에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6개월 여 기간 동안 쓴 글을 모아 최근 <일간 이슬아 수필집>을 독립출판 형식으로 내기도 했습니다. 여러 다채로운 직업에도 불구하고 제가 보기에 그는 솔직하고 당당한 글쓰기 노동자입니다. 그리고 매일 꼭 달리기와 물구나무서기를 하며 자신의 몸을 돌보는 사람입니다. 누구보다 몸의 소중함을 알기에.
이 책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는 작가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남'인 엄마와의 교감과 우정을 그린 수필집입니다. 복희라는 이름의 1967년 생 엄마는 똥을 쌀 때 꼭 우는 버릇이 있습니다. 이유는 '시원해서'라고 합니다. 그리고 누드모델로 돈과 시간을 벌어 보려는 자신의 딸을 위해 고급스러운 코트, 비록 리모델링 한 명품이지만 명품 코트를 준비해주는 엄마입니다. 사람들 앞에 곧 벌거벗기 워 질 자기 딸의 알몸을 감싸는 마지막 가운은 가장 고급스럽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은 그런 복희 씨라는 한없이 너그럽고 다정한 엄마와 당차고 씩씩한 딸의 소통과 교감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한때 한없이 편한 엄마의 자궁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엄마 가랑이 밑에서 잠들기를 좋아했고, 엄마의 구수한 똥냄새가 좋아 화장실을 함께 사용했던 작가가 어떻게 자신의 가난과 맞서 독립적인 인격체로 성장하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엄마와 딸의 미묘하고 복잡한 애증의 관계를 감동적으로 그립니다. 남자인 저로써는 잘 경험해보지 못한 일지만 엄마와 딸의 관계는 무언가 엄마-아들, 아빠-아들, 아빠-딸 관계와는 다른 독특한 정서적 유대가 형성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관계는 같은 여성으로서 경험하는 연애와 결혼, 출산과 육아의 과정을 통해 더욱 강화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작가는 복희와 자신이 '눈물샘이 연결된 여자'들이라 표현합니다.
자기가 초라해 보일 때 괜히 엄마를 미워해보는 것은
딸들이 자주 하는 일 중 하나였다.
물론 이 책에는 작가와 복희 씨와의 이야기만 담겨있는 것은 아닙니다. 엄마와 아빠가 어떻게 만나 사랑했고 자식을 낳고 키웠는지를 이야기하며 그 과정에서 작가가 받은 사랑과 아픔을 이야기합니다. 우연히 가난한 집에 태어나 가난한 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가난한 부모에게서 받은 가난하지 않은 사랑 덕분에 작가는 힘든 세상에서 지치지 않고 살아갈 용기를 배운 것 같습니다. 그 솔직하고 담백한 이야기들이 무한한 감동으로 전해 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저에게는 하루치의 빵을 사기 위해 노동력을 팔아야만 했던 저만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할 수 있다면 몸이라도 팔아서 책사고 공부할 돈을 벌고 싶었던 그 시절을. 춥고 외롭고 배고팠으나 눈동자와 정신만은 맑았던 그 행복한 시간들을.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책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작가와 복희 씨의 모녀 여행 중 에피소드입니다. 작가가 마침내 한겨레 21 <손바닥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받은 상금으로 복희 씨와 모녀 여행을 하다 나누는 대화 중에 이런 게 있습니다.
"엄마가 바라는 건 뭐야? 돈의 제약이 없다면 하고 싶은 거."
너무 뜸을 들여서 내가 하품을 하려고 입을 벌릴 때쯤 그녀가 대답했다.
"언젠가 독립하고 싶어, 이 가정으로부터."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며 저도 모르게 목이 메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를 읽고 감동을 받았으면 합니다. 이슬아 작가와 복희 씨, 가난하지만 풍요로운 두 사람의 우정과 사랑이 가져다주는 삶의 아픔과 즐거움, 아름다움과 희망을 많은 사람들이 함께 느낄 수 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