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 교수의 철학기행 <니체X이진우: 알프스에서 만난 차라투스트라>
나는 어떻게 본래의 내가 되는가.
Wie man wird, was man ist.
오늘 소개하는 책은 아르테 출판사에서 나온 이진우 교수가 쓴 <알프스에서 만난 차라투스트라>입니다. 이 책은 출판사가 '거장을 만나는 특별한 여행'이라는 제목으로 기획한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인문, 철학, 예술, 음악 분야 대가들 삶의 궤적을 찾아가며 저자가 느끼는 감상과 사유를 전하는 시리즈입니다. <니체X이진우 : 알프스에서 만난 차라투스트라 >는 한 마디로 영원회귀의 철학자 니체의 삶이 지나간 길을 따라 걸으며 니체 사유의 깊이와 색깔을 음미해 보는 철학적 기행문입니다. 제가 니체 마니아임을 알아 차린 P가 선물해준 뜻깊은 책인데 읽기를 미루다가 최근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다시 읽어 본 감흥과 여세를 몰아 이 책까지 읽게 되었습니다.
저자인 이진우 교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니체 연구의 대가입니다.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고향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Augsburg 대학에서 니체 철학을 전공했고 한국 니체학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한국에서의 니체 연구와 강의, 번역 및 저술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명실상부 국내외 최고의 니체 권위자입니다. 니체 초심자라면 그가 ebs에서 진행한 니체 철학 강의를 들어보시는 것도 매우 유익할 것입니다.
니체는 우리에게는 '신은 죽었다'는 명제로 유명한 전복의 철학자입니다. 이 책은 초인 사상, 영원회귀, 삶의 긍정 등으로 대표되는 철학자 니체의 짧지만 불꽃같았던 마지막 전성기 10여 년의 철학적 여행을 그립니다. 이 시기 동안 니체의 철학적 사유는 절정에 이르러 자신의 주요 저작도 니체는 이때 생산합니다. 이 책 <알프스에서 만난 차라투스트라>는 니체가 건강상의 이유로 바젤 대학직을 사임한 1879년부터 1889년 이탈리아 토리노 광장에서 정신을 잃을 때까지 약 10여 년의 니체의 철학적 여정을 저자가 직접 찾아가 보면서 니체 철학의 의의를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입니다.
스위스 바젤에서 출발해 질스 마리아를 거쳐 프랑스 니스와 이탈리아 토리노에 이르는 이 길은 삶을 긍정하는 니체 철학의 성숙과정이었고 철학적 사유와 니체의 삶이 통일되는 과정이었습니다. 그 길은 니체의 삶이 지나간 길이자, 니체의 사상이 태어난 길이고, 동시에 저자가 니체의 삶과 사유를 돌아보며 자신을 성찰하는 과정입니다.
이 책의 주요 특징 두 가지만 말씀드리자면,
기행문의 형식을 취하면서도 니체 철학의 정수를 맛볼 수 있게 해주는 충실한 내용입니다. 이는 니체 연구자인 저자의 내공 덕분입니다. 한마디로 요약할 수 없는 무한에 가까운 외연과 때론 모순적이기도 한 니체 철학의 골자를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저자는 적재적소에서 니체 저작 원문을 인용하고 해설해줍니다. 제목은 '알프스에서 만난 차라투스트라'이지만 이 책 속에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아침놀>, <선악의 저편>, <도덕의 계보>, <우상의 황혼>, <이 사람을 보라> 등 니체의 주요 저작이 인용되고 소개됩니다.
두 번째로 제가 이 책을 보면서 좋았던 점은 편집적인 측면에서 깔끔한 그래픽과 유려한 레이아웃이었습니다. 다소 생소하고 어렵고 딱딱한 철학책을 부드럽게 만드는 편집자의 노력이 돋보이는 구성이 좋았습니다. 다양한 일러스트와 도표, 그래픽 지도와 현장감을 살려주는 사진,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보조 해설자료와 책 말미의 니체 생애 연표, 니체 철학의 주요 키워드 등은 니체 철학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니체 철학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은 부록의 니체 철학 주요 키워드와 니체 생애 연표를 먼저 읽고 책을 읽기 시작하는 것도 좋은 독해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니체가 바젤 대학을 그만두고 해발 1800미터 이상의 높은 알프스 산자락에 은둔하며 산책과 사색 속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철학적 사유를 완성하는 과정이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드러나있읍니다. 우리의 삶이 영원히 반복되어도 기꺼이 받아 들일 수 있는 긍정의 정신을 이야기하는 영원회귀의 사상이 탄생한 스위스 질스 마리아의 차라투스트라 바위. 견디기 힘든 끔찍한 소음 속에서도 <차라투스트라>를 완성한 이탈리아 베네치아. 채찍질 당하는 말을 부둥켜 안고 인류를 대신해 용서를 빌다 결국 미쳐버린 이탈리아의 토리노 카를로 알베르토 광장.
이 책은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느낀다는 말을 실감 나게 해주는 책입니다. 이 책의 주요 무대인 광활한 스위스 알프스와 햇살 좋은 프랑스 니스, 이탈리아 베네치아 등은 니체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여행지입니다. 그냥 방문해도 좋을 이 도시들을 니체를 마음에 품고, 니체 철학을 음미하며 다녀 본다면 남다른 여흥과 정취를 맛볼 수 있을 듯합니다. 언제가 한 번은 저도 꼭 그럴 수 있기를 꿈꿔 보며 이 책 속에서 만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을 여기 옮겨 봅니다.
"나는 내 운명을 안다. 언젠가는 내 이름에 어떤 엄청난 것에 대한 회상이 접목될 것이다. 지상에서의 전대미문의 위기에 대한, 양심의 비할 바 없이 깊은 충돌에 대한, 지금까지 믿어져 왔고 요구되어 왔으며 신성시되어왔던 것에 대한 거역을 불러일으키는 결단에 관한 회상이. 나는 인간이 아니다. 나는 다이너마이트다.
- <이 사람을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