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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세계

자식이 본 부부의 세계

by 몽쉘


스크린샷 2020-05-19 오후 3.24.14.png <드라마 '부부의 세계' 마지막회>


"누군가를 용서한다는 건

누군가를 단죄하는 것 만큼이나 오만한 일이라는 걸 알아버렸으니까.


그저 난 내 몫의 시간을 견디면서 내 자리를 지킬 뿐이다.

언젠가 돌아올 아들을 기다리면서

그 확실한 희망을 품고 사는 것.

그 불안을 견디는 것.

모든 상황을 내가 규정짓고, 심판하고, 책임지겠다고 생각한 오만함을 내려놓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겠지.


삶의 대부분을 나눠가진 부부 사이에

한 사람을 도려내는 일이란

내 한 몸을 내줘야 한다는 것

그 고통은 서로에게 고스란히 이어진다는 것

부부간의 일이란 결국 일방적인 가해자도 완전무결한 피해자도 성립할 수 없는 게 아닐까.


우리가 저지른 실수를 아프게 곱씹으면서

또한 그 아픔에 사로잡히지 않으면서

매일을 견디다보면

어쩌면 구원처럼 찾아와줄지도 모르지.


내가 나를 용서해도 되는 순간이."



매주 금토를 잠 못들게 만들었던 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드디어' 끝이 났다. 보면 화가 나고, 그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다음 이야기가 궁금했고, 지금까지의 분노를 말끔히 씻어줄거라는 약간의 기대와 희망을 가지기를 반복했다. 부부의 세계, 그 끝에는 무엇이 남았을까.


죽이고 싶을 듯이 미웠다가도 막상 죽으려하면 가엽고 불쌍한 것. 그것은 사랑해서일까, 아니면 사랑이 떠난 자리에 남은 미련일까, 그것도 아니면 그냥 사람에 대한 동정, 연민같은 걸까. 하지만 그 모든 이유도 '사랑'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인데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게 바로 '부부'인가 싶었다. 마치 '사랑'처럼 '부부'라는 것이 어떤 설명할 수 없는 행동들의 이유가 될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녀가 완벽하게 이루고자 했던 결혼, 가정 생활, 그리고 자신의 어떠한 희생도 감수하며 지키고자 했던 아들. 어느 것 하나 그녀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완벽하게 속았고 착각했다. 그 사람을 다 알고 있다는 오만만큼 어리석고 위험한 일도 없었다. 서로 어긋나고 망가지기만 할 뿐이였다.


그녀의 삶에서 오직 '이태오'만을 도려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지선우, 이태오, 이준영 이 세 사람이 엮인 실타래는 심하게 엉켜 있었고, 풀 수 없어 엉킨 부분을 잘라냈다. 그리고 세 개의 실은 각각 떨어져 나갔다. 누구 하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고, 완전히 용서하지도 받지도 못했다. 드라마의 열린 결말처럼 나도 결말을 내지 못했다. 부부가 뭘까. 함께 산다는 건 뭘까. 부부의 세계는 도대체 알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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