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을 믿는 마음
'이 세상에는 눈에 보이는 것만 존재하는 게 아냐',
'일단 믿는 마음이 중요해. 그다음에 찾아보는 거야.
그래도 찾을 수도 없을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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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을 믿어보기로 마음먹지 않았다면 료타는 끝내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이기적인 아버지가 품고 살았던 오랜 회환과 요정의 존재가 간절했던 딸의 상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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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들을 찾기 위해서는 몸을 낮게 숙이고 귀를 기울이고 세심히 주위를 관찰해야 한다.
오랜 시간 공을 들이며 천천히 다가가야 한다.
그 일은 가까운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과 닮았다.
요정을 이해하려 애쓰는 마음으로 우리는 겨우 남을 이해할 수 있다.
가족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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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가장 마음을 쏟아야 한다는 것을 왜 그때는 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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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먼 세계에서 떠밀려 온 저마다의 섬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섬에 아직 내가 찾지 못한 작고 아름다운 것들이 숨어 있다는 것을.
부디 작은 것들을 지켜주는 신들이 내가 그것을 찾아낼 때까지 떠나지 않고 내 곁에 머물러주기를 바랄 뿐이다.
<책 '무루 -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있잖아, 이 세상에 신이 있다면...
그 신은 너나 나, 우리 안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
우리 사이에 존재한다고 믿어.
이 세상에 마술이란 게 있다면...
그건 상대를 이해하고 함께 나누려는 시도 안에 존재할 거야.
그 시도가 성공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대답은 그런 시도 안에 존재해
<영화 '비포 선라이즈'>
- 어제 아빠는 아빠가 좋아하는 노래 두 곡을 크게 들려주고는 갑자기 내가 좋아하는 노래 두 곡을 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아빠의 그런 관심에 놀랐지만 내심 반가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옅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아빠는 나를 이해하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었다. 지치지도 않고 어떻게 평생 동안 나를 노력하려 애쓰는 걸까. 나는 아빠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할 때마다 '이해할 수 없다'라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어느새 그 말은 습관처럼 입에 붙어버렸고, 이해하려 애쓰는 마음을 잊은지도 오래되었다. 가족이라 할지라도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이해하는 데는 '요정을 이해하려 애쓰는 마음'같은 것을 필요로 했다. 나는 가장 가까운 사람을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장 쉽게 포기했다. 그 누구에게 보다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었다. 반대로 아빠는 지금까지 아빠와 나 사이에 요정이 있다고 굳건히 믿으며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이해하려는 마음'을 포기한 관계에서는 더 이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당연히 기적이나 마법 같은 일도. 그래서 계속해서 시도해야 한다. 상대를 이해하고 함께 나누려는 시도. 그 시도가 성공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대답은 그런 시도 안에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