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출동!

by 행복한꿈

한때 우리아가는 집안에 있는 모든 바퀴달린 장난감을 일렬로 세워놓고 지켜보곤 했는데 혹시 우리 아가가 언어가 아닌 다른 쪽에 문제가 있는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루에도 몇 번씩 오랜 시간동안 차를 늘여놓기만 했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고있긴 하니까 엄마가 편한 놀이이긴 했는데 그대로 두는 건 좋지 않은것 같아 옆에서 계속 말을 걸어주었더니 아가도 그에 맞는 적절한 리액션을 보여줬다.


아가가 일렬로 세워놓은 차들은 경우에 따라 넘어지기도 하고 서로 부딪히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나는 '사고가 났어요! 경찰차 출동! 구급차 출동!'하고 외쳐댔다. 엄마의 호들갑스러운 리액션에 맞춰 아가는 구급차와 경찰차를 갖고 오고 삐용삐용 소리를 내거나 구급차와 경찰차가 나오는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순간부터 자동차 놀이는 꼭 사고가 나고 구급차가 오고 큰일이 나는 극적인 상황만 연출된다는 생각이 들어 이 놀이의 주도권을 제대로 잡고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놀이의 패턴 속에서 익힐 수 있는 단어도 따지고 보면 수없이 많다.

넘어진 자동차를 보며 '넘어졌어'리는 말을 반복하며 말할 수 있고 출동한 구급차에게 '고맙습니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 차가 서로 '부딪혔어'라는 말도 할 수 있으며 '조심해'와 같은 말도 할 수 있다. '바퀴가 데굴데굴 굴러가네'와 같은 말도 할 수 있고 나아가 '빨간 자동차가 가장 앞에 있네'라는 말도 할 수 있고 '택시야, 너는 어디가니? 나는 지금 주유소에 가'라는 식의 역할놀이도 할 수 있다. 무기력한 표정으로, 그러나 굉장히 재미있게 모든 차들을 세워놓던 우리 아가는 엄마가 쫑알쫑알 떠들어대니 장단을 맞춰 주기 시작했다. 자동차를 이용해 놀 때마다 우리 아가가 발화를 하든지 말든지 옆에서 계속 떠들어대다가 몇 주 후에는 함께 대화를 청해보기도 하니 놀다가 자발화를 하기도 하고 놀이를 이끌기도 하게 되었다. 이 때 주의할 점은 아가의 발음이 명확치 않을 땐 한 번 더 되물어주거나 안들린다고 말해주는 것. 그리고 가끔씩은 구급차를 출동시키며 극적인 상황도 연출시켜 주는 것.


여담이지만, 자동차 놀이에 푹 빠졌고, 특히 구급차와 소방차에 푹 빠진 우리 아가는 길을 가면서도 혼자 극적인 상황에 빠져 '조심해'나 '위험해'라는 말을 외치기도 하고 우연히 구급차,소방차, 경찰차를 만나면 눈을 못 떼기도 했는데 그 시기(34개월 무렵이었던 것 같다)에 아가가 어린이집에 간 사이에 둘째가 갑자기 숨을 못 쉬어서 119를 부른 일이 있었다. 구급대원이 출동하고 아가가 안정이 되고나니 '아, 우리 꿈이가 있었으면 구급대도 가까이서 보고 참 좋았을텐데'라는 철없는 생각이 밀려왔다. 우리 아가는 아직도 엄마가 구급대원과 대화해봤다는 사실을 모르겠지? 우리 아가가 얼른 수다쟁이가 되어 경찰관, 소방관 등과 대화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물론 사고가 나서가 아닌, 고맙습니다 인사하는 일상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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