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가의 발달이 어느정도인지 찾아보기 위해 맘카페를 기웃거리다 보면 결국 우리 아가의 느림에 좌절하게 되고 마음이 상해 남편에게 푸념을 늘어놓게 된다. 어떤 아가는 책도 많이 읽고 어떤 아가는 벌써 엄마와 의미있는 대화를 하기도 하고 어떤 아가는 스티커북에 푹 빠져 있기도 하고 어떤 아가는 블록도 잘 쌓고...
우리 아가는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쉴새없이 웃으며 뛰어 놀고 혼자만의 즐거움을 찾아낸다. 두돌 전까지만 해도 손이 야무지고 눈치가 빠른 편이라 머리가 정말 좋은 것 같다는 착각을 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평범을 넘어서 혹시 좀 부족한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고 이게 다 제때 적절한 인풋을 제공하지 못한 못난 엄마탓이라고 생각하니 우울감을 떨쳐낼 수가 없다.
우리 아가에 대해 '조금 독특하다'라는 정의를 내린 친구에게 다시 연락을 해 보았다.
"우리 아가, 괜찮은걸까? 혹시 치료를 받아야 하는건 아닐까?"
"꿈이는 다람쥐형 아이야!"
아기를 갖고 서점을 지날 때마다 육아서를 사보곤 했는데 어떤 육아서든 한 번도 완독을 한 적이 없는데다가 아가가 태어나고는 육아서에 소개된 속도와 패턴대로 아가가 자라주지 않아 '화딱지가 나서' 책장 깊은 곳에 쳐박아둔 덕분에 '다람쥐형 아이'라는 단어가 너무 생소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다람쥐형 아이'를 찾아보곤 안도감과 함께 모순되지만 한숨이 나왔다. 다람쥐형 아이에 대해 소개된 구절 하나하나가 우리 아가와 같아서 '별 문제 없는 하나의 특징일뿐이야'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한 구절 한 구절 걱정스러운 내용뿐이었다.
사람보다는 장난감이나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이 많음 - 산만한가?
낯선 사람을 의식하고 긴장하기는 하지만 주변 놀이기구는 계속 탐색 - 사회성이 떨어지나?
선생님의 지시에 귀기울이지 않음 - 자기 멋대로? 학교로 치면 문제아?
순발력과 몸을 빠르게 움직이는 운동성이 좋음 - 좋긴 하지만 부모 모두 운동신경 많은 편 아니므로 직업을 삼기에는 부족하겠군
야단을 맞아도 개의치 않고 그 순간에만 멈춤 - 선생님들이 엄청 싫어할 듯
어느 환경에서든 적극적으로 놀고 싶은 욕구 충족 - 한량기질이 있군
항상 부산하므로 집중력이 없어 보이거나 산만해보이지만 순간적인 판단력이 빠르고 목표 지향적임 - 평소 느낀 그대로군...
다람쥐형 아이들은 주변을 탐색하느라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려는 의지가 부족하여 언어이해력과 표현력이 지연되는 것처럼 보이고 책을 읽어주어도 잘 듣지 않으므로 자극이 많은 환경에 자주 데리고 나갈 필요가 있으며 부모의 양육스트레스가 상당하다고...
뭐랄까, 우리 아이가 '다람쥐형 아기'임을 알게되며 갖게된 안도감은 아가들의 한 유형일뿐이며, 지금 내가 느끼는 육아 스트레스는 당연한것, 내 모성이 부족하거나 인성문제는 아님을 인정받은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마냥 '우리 아가는 다람쥐니까'하고 두 손 두 발 놓고 있을 문제는 아니었다. 뭐라도 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대책은 전혀 세워지지 않았다. 부족한 언어자극을 보충해 주기 위해 '자극이 많은 환경에 자주 데리고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하나, 나는 운전도 못 하는데다가 우리 집 현관을 나서면 펼쳐진 주차장은 아기를 키우기에 적합하지 않으며, 주차장을 지나 아가와 함께 놀 수 있는 공간으로 향하며 단지 초입까지 걸어가는데에만 10분이 걸리는데 내 뱃속엔 형님의 상황을 모르는 둘째가 자리잡고 있어 이도저도 못하는 처지일뿐이었다.
이 다람쥐녀석을 위해 난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