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학습지에 관심을 갖게 된지는 꽤나 오래되었다. 한글을 빨리 떼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지만 둘째가 잠들기 직전 1시간정도 내 품에 착 붙어 울어버려서 꿈이는 6시-7시 사이에 늘 쇼파에 방치된 채 영상의 세계에 빠져버렸는데 어떤 날은 멍 하게 티비를 바라보며 손톱을 물어뜯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어떤 날은 과하게 빠져들어 있기도 해서 이래 저래 그 시간동안 조금 더 도움 되는 활동을 할 수 있을까 찾게 되었다. 처음에는 '한글이 야호'라는 영상을 틀어 주었는데 아가가 너무 재미있어 하고 '아야어여송'을 들으며 한글에 관심을 가져서 이것만 그냥 틀어줘볼까도 했지만 금세 시들시들. 그래도 한글에 관심을 가진 김에 학습지를 시켜볼까 하여 찾아보니 요즘엔 세상이 좋아져서 패드를 이용하여 한글학습을 한다는 것이다. 영상노출을 싫어하는 학부모들은 패드패키지를 신청하되 집에서는 한글 학습지만 한다고 하던데 나는 반대로 학습지는 숙제용으로 잠깐 하고 패드를 적극 활용하게 되었다. 순전히 둘째의 자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하여. 어떤 업체 것으로 할지도 매우 고민이었지만 우연히 알게 된 영업사원에게 단번에 가입을 하고, 아가는 한글학습의 세계로 진입하였다.
나는 사실 4살인 우리아가가 벌써 한글을 읽네 못읽네 하는 말을 하고 싶지도 않고 아무 관심이 없다. 한글 빨리 뗐다고 우수하다고 할 수도 없고 반대로 한글 늦게 뗀다고 크게 뒤떨어진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정규 교육과정 상 1학년 때 한글을 배우지 않는가. 인터넷이나 언론에서는 1학년때 한글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학교에서 1학년을 몇 년 해 보니 부모님들의 조바심 혹은 아이들의 관심, 아니면 유치원 덕분에 아가들이 대부분 한글을 떼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 달정도의 기간동안 ㄱ,ㄴ,ㄷ부터 차근차근 한글을 배우는 시간이 있고 선행하지 않은 학생들이 그 기간에 꾸준히 연마하면 당연히 한글을 뗄 수 있다. 다만, 다른 아이들이 다 떼 와서 잘난척을 하는데다가 하루에 5글자정도씩 배우는데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면 어느순간 한글들이 눈덩이만큼 적체되어 '학교에서 한글을 제대로 다뤄주지 않아'라는 생각을 하게 될 뿐이다. 그리고 학습지를 해 보니 학교에서는 자음과 모음의 조합, 바른글쓰기 등 다소 재미없는 공부를 하는 반면(한달정도의 기간동안 배우기 때문에 원리를 가르쳐서 응용하게 하는 방법이 필요하긴 하다고 생각함) 학습지는 그림글자 형식으로 일주일에 10개정도의 단어를 배우고 반복하는 형태로 진행이 되어 아가가 본인이 공부를 하는지도 모르고 재미있게 공부를 하게 된다. 어쨌든 나는 우리 아가가 이 활동을 통해 또다른 언어 환경에 노출되었음에 만족한다. 새로운 선생님과 10분정도의 시간동안 새로운 기기를 이용하여 학습하는 단어들 중 대부분은 '코끼리, 딸기'와 같이 아는 단어이지만 '코끼리를 찾아보세요.','뱀에게 딸기를 먹여보세요.'와 같은 표현을 패드를 통해 듣고 따라하며 아가가 다양한 명사와 동사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시간에 둘째를 재울 수 있는 것은 더 좋은 일이고.
아가는 패드를 갖고 여러가지 활동을 하는데 처음에는 '게임'을 제일 좋아하는 것 같아서 '게임중독 꿈나무인가'하고 걱정하게 되었는데 요즘은 그 안에 있는 책을 클릭하여 전자책 보듯이 보기도 하고 탐색하기 바쁘다. 말이 빨리 트이지 않은 대신 이것 저것 갑자기 잘 '받아먹는' 우리 아가에게 순서 없이 다양한 자극을 주는 것이 어쩌면 우리 아가에게 혼란을 줄 수도 있어 걱정했지만 다행히 우리 아가의 언어는 순탄하게 발달하고 있다. 그리고 사실 그렇게 재미있는편은 아닌지 패드에 집착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선생님께서 방문에붙여놓고 가시는 한 주 단위의 단어판을 읽고, 칭찬받고, 으쓱하며 돌아다니기 바쁘다.
아가가 긍정적으로 발달할 수 있다면, 그 방법이야 엄마가 소신껏 고르면 그만이라고 본다. 우리 아가는 오늘도 그렇게 잘 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