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케이션
지난 글에서는 주된 근무 형태가 된 원격근무 경험과 집에서의 업무 환경 구축, 시간 관리, 소통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원격근무가 가져다준 가장 큰 장점은 '유연성'이라 생각하는데, 이번엔 이 유연성을 발판 삼아 내가 경험했던 디지털 노마드 혹은 워케이션에 대해 적으려 한다. 다니고 있는 회사에는 연간 90일을 해외에서 근무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매니저와 미리 상의한 후, 담당 부서에 해외 근무 도시와 기간만 제출하면 되는 간단한 과정만 필요해서 여러 번 활용했다. 이 제도를 통해 단순히 집을 벗어나 일하는 것을 넘어, 서울, 나고야, 코펜하겐이라는 세 도시에서 일하며 겪었던 경험담과 함께, 필수적인 준비 과정이었던 업무 환경 및 시차 문제 해결, 그리고 일과 여행의 균형을 맞추는 소소한 팁을 공유하고자 한다.
한국에 3주 정도 방문하는 일정 중에 1주일을 원격근무에 할애했다. 북미와 시차가 많이 차이 나기 때문에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팀원들에게 미리 일정을 공유하고, 실시간 협업이 최대한 적은 업무를 진행하기로 계획했다. 미국 서부의 오후 시간이 한국 이른 아침과 겹쳤기 때문에 급한 경우를 대비해 미팅 가능한 시간을 캘린더에 남겨놨다. 팀원들의 일이 밀리지 않도록 내가 맡은 업무에 관한 문서화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서울은 늦게까지 여는 카페와 많은 스터디 카페 덕분에 인터넷 연결이 쉬운 장소가 많았다. 공유 오피스의 대중교통 접근성도 다른 도시들에 비해 상당히 좋았다. 업무 환경에 제약이 거의 없는 도시여서 큰 상권이나 대학가를 중심으로 자유롭게 다니면서 일을 했다.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 오전과 늦은 저녁 시간 동안은 최대한 이동을 자제하고, 비교적 자유로운 낮 시간을 활용해 업무 외의 시간을 보냈다. 대중교통이 잘 되어있어도 생각보다 이동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미리 일할 곳을 찾아놓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다음으로 방문했던 나고야 역시 일본에서 규모가 큰 도시여서 어렵지 않게 원격근무를 할 수 있었다. 도심에 카페가 많았고 포켓 와이파이를 챙겨갔기에 인터넷 역시 문제 되지 않았다. 다른 장소를 찾을 필요 없이 쇼핑몰에 가면 넓은 카페가 여러 곳 있어서 일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았다. 의외로 스타벅스에서 업무를 보는 현지인들이 많아서 공유 오피스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고야 역 근처 위워크를 포함해서 공유 오피스가 몇 개 있는 것 같지만 굳이 찾아갈 필요가 없었다.
서울과 다른 점이라면 아무래도 상권의 다양함과 대중교통 접근성이었다. 나고야 중심가를 제외하면 다른 동네로 이동하는 것이 어려워 보였고 마땅한 업무 공간도 없는 것 같았다. 짧은 일정이어서 주로 숙소와 카페에서 업무를 진행했고 서울과 마찬가지로 오전과 늦은 저녁 시간을 업무 시간으로 할애했다.
코펜하겐은 위에 두 도시 보다 북미와 시차가 훨씬 가까운 곳이다. 북미 동부 기준으로 6시간 시차가 있다. 코펜하겐의 늦은 오후쯤 북미의 업무 시간이 시작되기 때문에 따로 미팅 시간을 바꾸지 않았다. 커피 로스터리로 유명한 도시답게 도심에 카페가 많이 있다. 거의 대부분의 카페가 아침 일찍 열고 저녁 식사 전에 닿는 터라 오후까지 개인 일정으로 시간을 보내고 나머지 시간에 일을 했다. 간혹 와이파이가 없는 카페도 있었지만 핫스팟으로 해결했고 대부분의 장소에서 인터넷 연결이 가능했다. 코펜하겐 중심지엔 사람이 많아서 자리를 찾기 어려웠지만 한 곳에서 몇 시간 동안 일을 해도 눈치가 보이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카페에서 일을 하거나 책을 읽는 게 자연스러워 보였다.
코펜하겐은 걸어 다니거나 대중교통으로 다니기 아주 쉬운 도시여서 자주 이동하면서 틈틈이 업무를 진행했다. 다른 도시로 오고 갈 때에는 기차를 이용했고 안에서 일하는 것도 큰 무리는 없었다. 저녁 시간은 식당과 바를 제외하곤 여는 곳이 별로 없기 때문에 숙소에 돌아와서 일을 마저 했다. 밤에는 북미 업무 시간과 겹치는 시간이어서 내 일정과 딱 맞았다. 그래도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 업무 시작 시간과 종료 시간을 팀원들이 볼 수 있는 일정에 추가해 뒀다. 워케이션 혹은 디지털 노마드 친화적인 숙소를 예약한 덕에 저녁 이후에 편하게 일할 수 있었다.
세 도시에서의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은 안정적인 인터넷 환경, 시차를 고려한 일정, 그리고 사전 계획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내가 여행을 가기 전에 했던 준비들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 인터넷: 일할 장소의 구글 리뷰 확인. 핫스팟 연결이 가능한 유심을 준비.
- 시차: 팀원들에게 내가 일하는 시간대 공지. 업무 시작/종료 시간을 팀원들이 볼 수 있는 일정에 추가.
- 계획: 출발 전 미팅 시간을 조정. 참석하지 못하는 미팅은 참여자들에게 미리 공지. 업무 시간 앞 뒤로 충분한 이동 시간 설정. 개인 일정과 휴식시간도 미팅처럼 내 일정에 '예약'.
거의 모든 사람이 원격근무를 진행 중인 회사에 다니고 있어서 시차가 많이 차이나는 도시에서도 무리 없이 일을 할 수 있었다. 휴가를 쓰고 여행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평소와 완전히 다른 공간에서 일하는 경험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오히려 관광객이 붐비는 곳을 피해 업무 장소를 고르다 보니 현지 생활과 더 가까운 곳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원격근무가 주는 유연성을 통해 일과 여행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이 업무 형태가 주는 매력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