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스며들다.

제1장. 타이밍이라는 이름의 감정

by 슈우


1

류는 한동안 자신이 어긋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 정확한 계기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어느 순간부터 하루의 리듬이 미묘하게 틀어지기 시작했다.


아침 알람이 울릴 때의 찰나의 공허함, 직장 동료들과의 인사가 단순한 반복처럼 느껴지는 순간, 퇴근 후 혼자 앉아 있는 저녁의 공기. 삶의 모든 요소가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어딘가 맞지 않는 감각이 스며들었다.


그 어긋남의 정점은 결혼정보회사의 첫 미팅이었다. 부모님의 권유로 등록한 자리에서 그는 오히려 더욱 깊은 불일치를 체험했다.


마주 앉은 여성은 부족함이 없었다. 말투는 정중했고, 직업은 안정적이었으며, 취미도 류와 어느 정도 겹쳤다. 그러나 모든 것이 지나치게 완벽했다.


조심스럽게 배열된 문장들, 적절한 시점에 나오는 미소, 마치 정해진 공식처럼 주고받는 대화. 그는 그 틀 안에서 숨 쉴 공간을 찾지 못했다.


"이런 날씨에는 산책도 괜찮죠?" 그녀가 물었을 때, 류는 단순히 비가 온다는 이유로 그 말이 어울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이 지금의 공기와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 순간 카페 창밖의 사람들에게 시선이 머물렀다. 지나가는 연인들, 혼자 걸어가는 사람들, 우산 아래 나란히 선 이들.


그들은 감정으로 움직이고 있었고, 류는 조건으로 정렬된 채 멈춰 있었다.


그날 밤, 그는 모모코의 타임라인을 열었다.


"오사카는 오늘 오후부터 비예요. 이런 날, 마음은 어느 방향으로 흐를까요?"


그녀의 문장은 결코 정렬되지 않았다. 대신 흐릿한 여백을 품고 있었다. 류는 그 여백에 끌렸다.


2

결혼에 대한 생각을 류가 처음 구체적으로 하게 된 것은 서른여섯 즈음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 나이쯤 되면 ‘누군가와 함께여야 한다’는 감정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류는 달랐다.


그는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보다 ‘자신의 감정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원했다.


그 감각은 모모코와의 대화에서 명확해졌다. 그녀는 어느 날 아주 평범한 메시지를 보냈다.


"한국은 이제 벚꽃이 거의 끝났죠? 오사카는 지금이 절정이에요."


일상적인 계절 인사처럼 보였지만, 뒤이어 온 문장이 달랐다.


"그런데 벚꽃이 지는 순간이 더 좋아요. 떨어지는 소리 없는 소란함, 그 순간의 공기."


류는 답장을 쓰기 전에 휴대폰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 순간을 이렇게 언어화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소리 없는 소란함. 그 말, 정말 좋네요. 저는 그 순간을 잘 설명할 수 없었어요."


모모코는 곧 답장을 보냈다.


"류 씨도 그 감정을 느끼셨으니까요. 아니면 좋아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날 이후, 류는 그녀와의 대화가 감정의 지도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길지 않은 말 속에서도 방향과 깊이가 있었다. 같은 풍경을 다르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시선으로 다르게 감각하는 느낌이었다.


3

며칠 뒤, 류는 여행을 결심했다.


후쿠오카로 떠나려 했던 휴가를 모모코의 도시로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항공권을 예약했고, 숙소를 찾았다. 다만 그녀에게 그것을 알릴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그녀가 오해하면 어쩌지." "아니야, 그냥 여행일 뿐이야." "하지만 나조차도 이유를 숨기고 싶지 않아."


모순된 감정 속에서 그는 출국일 전날 밤까지 망설였다.


그러다 그녀의 메시지를 받았다.


"이번 주는 친구 결혼식 준비로 정신이 없어요. 마음은 분주한데, 몸은 고요하네요."


그 문장을 보고, 그는 메시지를 보내지 않기로 했다.


모모코가 ‘분주하다’는 말을 꺼낸 것은, 어쩌면 자신이 들어갈 자리가 아니라는 뜻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결국 그의 여행은 취소되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후회는 없었다.


때로는 흐름을 받아들이는 것도,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일 수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일정 취소 화면을 닫았다. 그리고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 순간, 창밖의 공기는 봄비가 내린 뒤처럼 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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