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언어의 온도
류는 말수가 적었다.
그것은 성격적인 특징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그가 믿는 관계의 방식 때문이기도 했다.
그는 언제나 생략의 미덕을 신뢰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관계,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받을 수 있는 감각적인 교류.
그는 말보다 공기를 더 신뢰하는 사람이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는 기류, 말의 틈에서 교환되는 온기, 의미를 굳이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감정들.
그러나 그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 믿음이 때로는 관계의 깊이를 방해한다는 사실을.
"너는 대답이 늦어서 불안해." 과거 연인이 그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그 순간, 류는 자신의 말이 느리다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불안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날 이후, 그는 모든 메시지에 즉각적으로 답장을 보내려 애썼다.
하지만 그것은 피로했다. 그는 본래 감정을 즉흥적으로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았다. 그 대신, 한 문장을 보내기 위해 여러 번 머릿속에서 조율하고 다시 꺼내는 사람이었다.
그는 늘 말의 무게를 재고, 말이 가진 온도를 측정한 후에야 그것을 발화할 수 있었다.
모모코와의 대화는 그래서 처음엔 낯설었다. 류는 그녀가 일본인이기에 느리게 말할 거라 생각했다.
말의 완급이 조심스러울 거라고, 감정 표현이 절제되어 있을 거라고, 그래서 대화가 단순한 교환의 수준에 머무를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그는 곧 자신의 예측이 완전히 틀렸음을 깨달았다.
모모코는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감정을 돌려 말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직선적으로 몰아붙이지도 않았다.
그녀의 말에는 일정한 온도가 있었다. 너무 차갑지도, 지나치게 뜨겁지도 않은, 적절한 따뜻함.
그 온도는 조용히 스며들었고, 류는 그 온기 속에서 자신의 온도를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다.
"류 씨는 문장에 쉼표를 잘 쓰시네요. 리듬이 있어서 좋아요."
그녀가 보낸 짧은 메시지 하나가, 류의 기억 속에서 조용히 흔들렸다.
말의 리듬을 읽을 줄 아는 사람. 그 감각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
그는 그런 사람을 오랜만에 만난 느낌이었다.
류는 언어에 민감한 사람이었다.
그는 글을 쓸 때마다 단어의 배열과 숨은 의미를 유난히 신경 썼다. 단어가 가진 무게, 문장이 풍기는 인상, 말의 순서가 감정 전달에 미치는 섬세한 영향.
그는 언제나 문장을 조율하며 생각했다. 그 과정 속에서 감정은 차분해졌고, 때로는 깊어졌다.
하지만 모모코는 그것을 조율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구현하고 있었다. 그것이 놀라웠다.
그녀는 언어를 다듬지 않아도, 그 말 자체가 이미 정돈된 리듬을 가지고 있었다.
류는 종종 그녀의 메시지를 읽으며, 그 말 뒤에 있는 목소리와 표정을 상상했다.
표정이 없는 말에도 표정을 입히는 일. 그것은 류에게 있어 오랜만에 되살아난 감각이었다.
어느 날, 모모코가 보낸 짧은 메시지가 있었다.
"오늘은 좀 기운이 없네요. 한국은 아직 봄이 덜 온 것 같아요."
그 말은 단순한 기분 나눔이었지만, 류는 거기서 무언가를 읽어냈다.
계절과 감정이 연결되는 방식, 날씨를 매개로 감정을 전달하는 섬세함.
그것은 언어의 결을 아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류는 무심한 듯 답장했다.
"내일은 조금 더 따뜻해질 거예요." "그런 날엔 꽃이 조금 더 열리는 것처럼, 마음도 같이 펴질 수 있으니까요."
잠시 후 도착한 모모코의 답장.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네요."
그 말이 류의 마음을 흔들었다.
언어의 온도가 맞는다는 것. 그것은 때로는 국경보다 더 큰 장벽을 허무는 일이었다.
류는 그 순간을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는 모모코가 한국에 온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녀는 그것을 말하지 않았다.
말하지 않은 선택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굳이 그 이유를 파고들고 싶지 않았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들의 감정이 빠르게 흐르지 않아도, 정확히 같은 온도에서 천천히 끓고 있다는 사실을.
어느 날, 류는 혼잣말처럼 모모코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요즘 일본어 공부를 다시 시작했어요."
모모코는 예상보다 빨리 답장을 보냈다.
"어떤 이유로요?"
"말의 온도를 더 잘 이해하고 싶어서요."
그 대화 이후, 그들은 서로의 언어를 조금씩 배우기 시작했다.
그들은 단순한 언어 교환을 하고 있었지만, 그 행위는 그들에게 있어 관계를 확인하는 과정 그 자체였다.
류는 깨달았다.
국적도, 거리도, 언어도 사실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정말 중요한 것은 그 모든 차이를 견뎌낼 수 있는 감정의 온도라는 것을.
류가 처음으로 그녀에게 직접적인 감정을 드러낸 순간은, 그로부터 며칠 후였다.
밤늦은 시간. 그는 술을 마신 채로 감정을 풀어 보냈다.
"모모코 씨랑 얘기하면, 마음이 조용해져요."
답장은 바로 오지 않았다. 그는 한동안 핸드폰을 뒤집어 둔 채 밤을 보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도착한 모모코의 메시지는 단 한 줄이었다.
"그 조용함이 계속될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그 말에 류는 알 수 있었다.
지금 이 감정은 말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말의 틈에서 자라난 것이라는 것을.
언어는 그저 매개일 뿐, 결국 마음은 마음으로 전달된다는 진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