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스며들다.

제4장. 이국의 일상

by 슈우

1. 공항에서, 낯선 공기

모모코는 공항에 도착한 순간부터 모든 것이 낯설었다.


그녀가 한국을 방문한 건 세 번째지만, 이번만큼은 다른 이유로 온 여행이었다.


친구의 결혼식 참석도, 단순한 여행도 아니었다. 이번 여행은 철저히 개인적인 목적— 류와의 만남을 중심에 둔 일정이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공기의 밀도가 미묘하게 달랐다.


인천공항에서 공항철도에 올라타자, 그녀는 조용히 숨을 들이쉬었다. 기차의 진동이 몸으로 전해지는 순간, 이국에서 흘러가는 공기의 흐름을 천천히 감지했다.


기차의 창 너머로 낯선 도시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서울이라는 공간이 조금씩, 그녀의 눈에 스며들고 있었다.


류는 그녀에게 도착 시간을 묻지 않았다.


그저, "도착하면 연락 주세요. 많이 걸으셨겠네요." 그 한마디만을 남겼다.


모모코는 그런 말투가 좋았다.


강요하지 않고, 기다리는 사람. 그녀는 오사카에서 늘 ‘기다리는 쪽’이었기에, 이 새로운 위치가 어색하면서도 따뜻했다.


2. 첫날의 거리, 감정의 조율

숙소는 홍대 인근의 작은 게스트하우스였다.


그녀는 오래된 한옥을 개조한 공간을 선택했다. 정돈되지 않은 듯 자연스러운 분위기, 툇마루가 있고 창호지가 남아 있는 방.


그곳은 이국적이면서도 이상하게 안락했다.


첫날, 그녀는 일부러 류를 만나지 않기로 했다.


언어를 바꾸는 일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듯, 감정의 시간도 천천히 조정될 필요가 있었다.


그녀는 카페에 앉아 조용히 책을 펼쳤다.


일본에서 가져온 단편 소설집.


페이지를 넘기다가 불현듯, "이 페이지를 류 씨도 읽었으면 좋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핸드폰을 들어 책 페이지와 짧은 문장을 사진으로 찍어 보냈다.


"읽으면 류 씨가 떠오를 것 같아서요."


류는 바로 답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밤이 깊어질 무렵, 그가 보낸 메시지에는 그 문장을 한국어로 번역한 짧은 메모가 담겨 있었다.


"당신의 말이 내 말이 되기까지, 우리는 몇 개의 계절을 건너야 할까요."


그리고 마지막 한 줄.


"그 문장, 오래 기억하고 싶네요."


모모코는 휴대폰 화면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그 말 속에서 어떤 감정이 서서히 스며드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알 수 있었다.


류는 말을 많이 하지 않지만, 그의 언어는 늘 감정의 결을 정확히 따라 흐르고 있었다.


3. 첫 만남, 낯설지 않은 온기

류와의 첫 만남은 생각보다 담백했다.


카페에서 그들은 굳이 포옹하거나, 감정을 강조하는 인사를 나누지 않았다.


그저, 눈을 맞추고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인사를 나누었다.


"안녕하세요, 잘 오셨어요." "응, 잘 있어줘서 고마워요."


그 짧은 대화. 그러나 그 속에는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그날, 그들은 서울 도심을 함께 걸었다.


경복궁 근처를 천천히 돌고, 인사동의 골목을 따라 걷다가, 작은 전시회에 들어가기도 했다.


언어는 때로 부족했고, 표현은 조심스러웠지만, 침묵은 어색하지 않았다.


모모코는 류에게 말했다.


"한국은 아직 조금 차가워요. 봄인데, 마음은 늦게 오는 것 같아요."


류는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대답했다.


"봄이 늦게 오는 날이 더 예쁜 꽃을 피우는 법이에요." "기다린 만큼, 길게 피기도 하고요."


그 말에, 모모코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언어의 온도, 그 균형.


그녀는 그 감각을 류에게서 계속 배우고 있었다.


4. 이국의 바다, 통역되지 않는 감정

며칠 후, 모모코는 류와 함께 강릉으로 짧은 여행을 떠났다.


그들은 기차에 나란히 앉았다.


류는 말했다.


"서울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마음 얘기를 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공간 같아요."


그 말에 모모코는 천천히 기차 창밖을 바라보았다.


바깥 풍경이 조용히, 하지만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그 순간 류의 옆모습을 바라봤다.


그는 여전히 말이 적었지만, 그날따라 유독 고요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 고요 속에서, 흐르는 이국의 온도를 느낄 수 있었다.


말보다 더 많은 감정을, 말하지 않고 건네는 사람.


그것이 류였다.


그들은 바다를 함께 걸었다. 바람이 거셌고, 모래가 신발 속에 들어왔지만, 모모코는 그것이 이상하게 기분 좋았다.


그녀는 말했다.


"나는요, 지금 한국에 있으면서도 일본에서처럼 편안해요."


류는 그 말을 천천히 되새기며, 조용히 대답했다.


"나는… 당신이 있어야 편안한 걸요."


그 말에, 모모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순간의 공기는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았다.


말이 없는 순간에, 가장 깊이 전해지는 진심.


그것은 통역되지 않았지만, 그들의 마음은 이미 서로의 언어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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