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스며들다.

제6장. 언어 너머의 진심

by 슈우


1. 말 없는 시간, 감정의 밀도

오사카로 돌아온 모모코는 한동안 말수가 줄었다.


한국에서 돌아온 이후, 그녀는 매일 같이 류와 메시지를 주고받았지만—


그 안에 담긴 온도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단어는 여전했지만, 문장 사이의 침묵은 길어졌고,


이모티콘 하나의 유무가 감정을 좌우했다.


모모코는 조용히 화면을 내려다보았다.


류의 메시지를 읽고 답을 보내는 사이, 그녀는 마음속에서 변화하는 온도를 감지했다.


어느 순간, 일본어보다 더 편하게 느껴지는 감정이


이제는 한국어로 먼저 떠오른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랐다.


그녀는 생각했다.


"‘おはよう’보다 ‘잘 잤어요?’가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 "‘今日は何をしたの?’보다 ‘오늘 뭐 했어요?’가 더 다정하게 다가오는 이유."


언어가 감정을 품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지금 그녀의 마음에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지를 매일 실감하고 있었다.


2. 메시지 너머, 다가설 수 없는 감정

류와의 연락은 여전히 이어졌지만, 그 안엔 뭔가 닿지 않는 간극이 있었다.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작은 농담을 나누면서도—


어떤 감정은 메시지 너머에 숨어 있었다.


그날 밤, 모모코는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언젠가 당신과 말없이 있어도 편안해질 수 있을까요?"


그는 곧장 답하지 않았다. 한 시간쯤 지나서야 도착한 메시지엔 이런 문장이 있었다.


"나는 지금도 그래요." "당신이 곁에 있다고 생각하면, 조용함도 괜찮아요."


모모코는 그 답장을 반복해 읽었다.


류는 늘 조용했고, 조심스러웠고, 직설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의 말속에서 진심을 찾고 싶었다.


그녀가 바라는 건 ‘말’이 아니라, ‘의미’였기 때문이었다.


3. 언어보다 중요한 것, 이해하려는 마음

어느 날,


모모코는 회사 동료와 점심을 먹으며 류의 이야기를 꺼냈다.


동료는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그 사람은 일본어 못하지? 언어 안 통해서 어떻게 그렇게 감정을 주고받는 거야?"


모모코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 순간, 자신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조용히 골랐다.


그리고 대답했다.


"언어보다 진심이 중요하니까."


"우리는 같은 언어를 써도, 진심이 안 통할 때가 많잖아."


"그는 다르게 말해도, 나를 이해하려고 해. 그게 좋아."


그녀는 스스로도 놀랐다. 그 말을 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깊이 류를 신뢰하고 있는지 다시금 실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걱정도 들었다.


"언어 너머의 진심이 항상 통할 수 있을까."


"문화, 환경, 표현의 습관이 다른 두 사람이—" "같은 감정에 도달하는 건, 어쩌면 기적에 가까운 일이 아닐까."


4. 영상 통화, 진심이 닿는 거리

며칠 후,


모모코는 류와 영상 통화를 했다.


류는 평소보다 조금 피곤해 보였다. 서울은 비가 오는 밤이었다.


류는 창밖의 풍경을 보여주며 말했다.


"오늘 하루 종일 비가 왔어요." "당신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 말에, 모모코는 가슴이 저릿했다.


그 역시, 자신의 존재를 일상 속에 담고 있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우리, 함께 있는 시간을 조금 더 계획할 수 있을까요?"


"다음 만남을 기다리는 것만 말고…"


류는 잠시 화면을 응시했다. 그의 눈에 작은 흔들림이 스쳤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이번엔 내가 오사카에 갈게요." "내 감정도, 당신처럼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어요."


그 순간, 모모코는 자신도 모르게 눈가가 뜨거워졌다.


언어보다 강한 것은, 표현이었다.


조심스러운 말보다 확실한 발걸음.


그 말은 약속이었고, 그 약속은 그녀의 일상에 작은 희망을 뿌렸다.


5. 첫걸음, 말보다 빠른 감정

몇 주 후,


류는 오사카행 비행기를 예약했다.


그 소식을 들은 모모코는, 마치 첫 데이트를 앞둔 학생처럼 설레며 거울 앞에 섰다.


어울리는 옷을 고르고, 머리 모양을 다듬고, 마음속으로 수많은 문장을 연습했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어떤 말보다 중요한 건, 함께 있는 시간의 공기라는 걸.


언어는 다를지라도, 그들의 감정은 같은 온도로 흐르고 있었다.


다만, 서로에게 닿는 방식이 조금 다를 뿐.


그녀는 창밖을 바라보며 혼잣말했다.


"진심은, 말보다 먼저 도착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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