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서툰 고백, 조용한 변화
류가 오사카에 도착한 날, 하늘은 맑았다. 이른 봄의 끝자락, 따스한 바람이 도시의 골목마다 스며들고 있었다.
모모코는 간사이 국제공항까지 그를 마중 나갔다.
도착 게이트 앞에서 기다리는 동안, 그녀의 손은 땀으로 촉촉했지만, 심장은 이상할 만큼 조용히 뛰고 있었다.
드디어 류가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재킷과 낡은 백팩, 살짝 부스스한 머리.
먼 길을 오느라 피곤해 보였지만, 그의 눈빛엔 오히려 편안한 빛이 깃들어 있었다.
그는 천천히 걸어와 모모코 앞에 멈췄다.
"잘 왔어요." 모모코가 먼저 말했다.
류는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있어서 잘 온 것 같아요."
그 말에, 모모코는 순간적으로 눈을 피했다.
공항의 발걸음은 바쁘게 오가고 있었지만, 두 사람 사이의 작은 공기만은 멈춘 듯 조용했다.
오사카의 첫날,
두 사람은 나니와구 근처의 작은 료칸에 짐을 풀었다.
이번 여행은 관광보다도, 함께 있는 시간이 목적이었다.
바쁘게 일정을 짜기보다는, 그저 걷고, 마시고, 웃고 싶었다.
점심 무렵,
덴덴타운에서 전자제품을 구경하며 한참 웃던 중,
류가 문득 모모코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우리... 이런 일상이 가능할까요?"
그 말은 즉흥적인 질문이 아니었다.
그간의 메시지, 짧은 만남, 그리고 그가 감추어왔던 감정의 끝이었다.
모모코는 잠시 멈칫하다가 대답했다.
"가능하게 하고 싶어요." "내가 뭔가를 바라는 건 오랜만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그래요."
그녀는 천천히 말을 잇는다.
"당신을 만나고 나서, 나한테도 기대라는 게 생긴 것 같아요."
그 순간, 류는 모모코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 속에는 흔들림과 다짐이 동시에 얹혀 있었다.
저녁이 되자, 두 사람은 시내의 작은 스시집에서 식사를 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류가 맥주잔을 내려놓으며 조용히 말했다.
"사실은, 한국에 돌아가고 나서도 당신 생각을 매일 했어요." "보고 싶고, 또 미안했어요. 난 표현이 서툴러서…"
모모코는 그의 말을 끊지 않고 가만히 들었다. 류는 잠시 눈을 피하며 말을 이었다.
"처음엔 그냥 알고 지내는 사람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당신의 하루가 궁금해졌어요."
"그리고 어느 날, 그게 감정이란 걸 알게 됐어요."
그는 숨을 내쉬며 마지막 말을 꺼냈다.
"좋아해요, 모모코 씨."
짧은 고백이었다.
서툴렀고, 단순했고, 준비되지 않은 듯했지만—
그 안엔 분명한 진심이 있었다.
모모코는 잠시 아무 말 없이 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말해줘서."
그녀는 이어서 천천히 말했다.
"나도요." "좋아해요. 당신을."
그 순간, 긴 시간 동안 가슴에 응어리졌던 감정들이
눈 녹듯 풀어졌다.
말이 서툴러도, 표현이 느려도— 마음은 닿을 수 있다는 걸
두 사람은 그 밤에 처음으로 실감했다.
다음 날, 두 사람은 오사카성 공원을 걸었다.
벚꽃은 이미 졌지만, 초록으로 물든 나뭇잎 사이로 봄기운이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벤치에 앉은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있었다.
모모코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사람과 함께하는 미래는, 아마도 아주 느리고 서툴겠지만…" "그만큼 오래 기억될 것 같다."
류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가 이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많지 않지만…" "대신 꾸준히, 변함없이 옆에 있고 싶다."
그날 이후, 두 사람의 대화는 조금씩 달라졌다.
시간대가 달라도 서로의 하루를 기다렸고,
표현은 부족해도 감정을 덜어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작은 불안조차도 공유하려고 노력했고, 외로움이 닿을 틈은 점점 줄어들었다.
서툰 고백은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다. 그 이후,
두 사람은 더 조용하게, 더 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