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스며들다.

제20장. 그리고, 나란히

by 슈우


1. 다시 만나는 순간, 숨겨진 떨림

서울 시내의 밤은 여전히 분주했다.


그러나 류와 모모코가 함께 걷는 길 위에는, 놀랍도록 평온한 공기가 감돌았다.


그들은 특별한 목적지도 없이, 낯익은 거리와 낯선 마음 사이를 나란히 걷고 있었다.


그러다, 몇 블록을 걸은 끝에 모모코가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우리, 예전에 왔던 그 공원 가요." "기억하죠? 작은 연못 옆에 벤치 있는 곳."


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방향을 향해 발을 돌렸다.


그 순간, 그녀의 목소리에서 조용한 떨림이 묻어나는 걸 그는 눈치챘다.


그것은 단순한 장소의 선택이 아니라, 어떤 감정을 확인하기 위한 제안이었다.


2. 공원 속 기억, 변화된 감정

밤공원은 한층 조용했다.


조명을 받으며 반짝이는 연못, 철 따라 색이 바뀐 나무들, 그리고 그들만의 추억이 새겨진 벤치.


류가 먼저 그 벤치에 앉았고, 모모코는 조심스럽게 그 옆에 몸을 맡겼다.


한참 동안 말없이 서로의 숨결을 느끼며 앉아 있었다.


말을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들은 이제, 침묵마저 공유할 수 있는 관계가 되어 있었다.


그 공기 속에서 모모코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류 씨."


"응."


"저… 다시 한국에 온 게" "단순한 여행은 아니에요."


"나, 그냥… 이 도시가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류는 그녀의 말을 가만히 기다렸다.


그녀는 조금 떨리는 숨을 내쉬고, 천천히 이어갔다.


"그냥 류 씨가 보고 싶어서 왔어요."


3. 감정을 확인하는 순간, 솔직한 표현

류는 그 말에 천천히 그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눈동자는 솔직했고, 감정을 숨기지 않은 채 떨림마저 담겨 있었다.


"정말요?"


"응."


"물론, 두려웠어요." "내가 먼저 오면 류 씨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이미 마음이 식었을까 봐."


류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그녀의 손등 위에 자신의 손을 천천히 얹었다.


"나는… 여전히 모모코 씨를 생각했어요."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게 얼마나 오래된 감정인지 모르겠지만" "이젠 그걸 숨기지 않고 말하고 싶어요."


모모코는 작게 웃으며 물었다.


"그럼, 우리…" "다시 여행해 볼래요?" "목적 없는 여행, 감정으로 떠나는…"


"좋아요." "이번엔, 나란히."


4. 나란히 걷는 마음, 다시 시작하는 관계

그 밤, 그들은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단 하나의 감정은 분명히 공유됐다.


이젠, 멀리서 바라보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속도를 맞춰 걸어가는 관계로,


다시 시작된 여정이었다.


바람은 잔잔했고, 서울의 도시는 그들을 조용히 품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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