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장. 감정의 속도
이튿날 아침, 류는 평소보다 일찍 눈을 떴다.
핸드폰 화면을 켜니, 밤사이 모모코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아침 산책할래요?" "어제의 여운이 가시지 않아서요." "여덟 시, 어제 공원 벤치 앞에서 기다릴게요."
류는 잠시 그 메시지를 바라보다가,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띠웠다.
문득 생각했다.
'누군가가 나를 기다린다는 사실이' '이렇게 따뜻하게 느껴지다니…'
그는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잊지 않고 작은 보온병에 따뜻한 커피를 담았다.
공원 입구에 도착했을 때, 모모코는 이미 도착해 있었다.
머플러로 턱까지 감싼 그녀가, 류를 발견하자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류는 조용히 다가가, 보온병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조금 추울 것 같아서요."
모모코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숙이며 받았다.
"역시 류 씨는 변하지 않았네요." "이런 사소한 배려가 따뜻해요."
그들은 어제 앉았던 벤치를 지나, 공원 둘레를 따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한국에서의 아침 공기는" "일본보다 조금 더 차가운 것 같아요."
모모코가 작게 중얼대듯 말했다.
"그래요?" "나는 오히려 모모코 씨가 있어서 그런가, " "오늘은 유난히 따뜻하게 느껴지는데요."
그 말에 모모코는 잠시 걸음을 멈췄고, 류 역시 그녀를 바라보며 걸음을 멈췄다.
"류 씨…"
"…응?"
"우리, 혹시 너무 조심스러운 거 아닐까요?" "서로의 감정이 뭔지 이미 알면서도" "늘 한 발짝 물러나 있는 느낌…"
류는 잠시 생각한 후, 이마에 걸쳐진 앞머리를 넘기며 말했다.
"맞아요." "우린 감정보다 상황을 더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언제부터인가 타이밍, 거리, 국적, 나이 같은 것들이" "마음을 앞질렀죠."
모모코는 고개를 끄덕이며 되물었다.
"이젠, 감정에 속도를 맞춰볼 수 있을까요?"
그 물음에 류는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모모코는 망설임 없이 그의 손을 잡았다.
그 순간, 두 사람 사이를 감싸던 보이지 않던 벽 하나가 소리 없이 무너져 내렸다.
그들은 말을 줄이고, 손을 꼭 잡은 채 공원의 끝자락까지 걸었다.
속도를 맞춘다는 것은 같은 속도로 걷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의 약속이었다.
그날 이후, 그들은 하루에 한 번은 함께 걷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비가 오더라도, 바람이 불어도—
그 감정의 속도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